여자에겐 공구가 안 어울린다고?
우리는 공구인으로 흔히 남성을 떠올린다.
왜 아직도 여성은 특별하거나 외면 받고 있을까.
이시대 여성공구인의 자화상
“네, OO공구입니다.”
“여보세요. 거기 아가씨, 사장님 좀 바꿔줘.”
“제가 사장인데요.”
“아니 사장 말이야. 아저씨 없냐고.”
공구상을 운영하는 4년차 여사장 A씨. 손님과 실랑이 끝에 “남자 찾으려면 딴 데 연락하라”는 말을 남기며 전화를 끊었다. 그는 오늘도 남자만 믿는 손님에게 절로 미간을 찌푸리게 된다.
어린 남직원들도 있지만 10년째 매장 내 모든 잡일과 커피타기를 담당하는 직원 B씨, 거래처 술자리에 끼어 여자가 어쩌고, 잠자리가 어떻고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던 직원 C씨의 이야기까지, 어려움을 호소하는 공구업계 여성들이 있다. 유사사례는 요즘 사회 곳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업채용 면접관에게 남자친구와 결혼에 대한 질문부터 받는다거나, 직장 하위직은 대부분 여자인 반면 고위직은 대부분 남자이거나, ‘여자는 무조건 예뻐야 한다’, ‘시집만 잘 가면 된다’는 고리타분한 선생들의 훈계를 듣거나, 남자아이가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흔히 때리거나, 맞벌이하는 엄마가 아이 양육과 집안일까지 혼자 해야 한다거나, 명절에 여자아이들만 일을 돕게 한다거나, 지하철에서 옆에 선 남자의 눈치를 봐야 한다거나, 밤늦게 집에 가기 무서워 가족을 부르는 경우 등. 대개 어릴 때부터 가정과 사회에서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권위 등을 자연스럽게 습득해오면서 문제인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82년생 김지영’과 ‘72년생 서지현’
한동안 이슈가 됐던 조남주 작가의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 평범한 한 여성의 삶을 풀어낸 소설이다. 일을 그만두고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던 출산과 양육, 그럼에도 ‘맘충 팔자가 상팔자’라는 소리를 듣게 된 사연. 여성이기에 겪어온 부당한 에피소드들이 한 편의 보고서처럼 펼쳐진다.
72년생 서지현 검사. 지난 1월 검찰 내부 게시판을 통해 8년전 간부 검사로부터 성추행당한 사실을 용기 내 고발한 인물이다.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성추행과 성폭력. 그러나 말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 서지현 검사의 폭로는 최근 국내 법조계, 영화계, 문학계, 대학교 등에서도 미투운동(Me too, ‘나도 당했다’는 의미로 성희롱, 성폭력을 고발하는 운동)을 일어나게 했다. 그는 일기를 통해 ‘82년생 김지영. 나보다 10년이나 어려도 여전히 비슷비슷하게 살아가고 있구나… 10년이 지나도 이 세상은 변하긴 영영 글렀어’라고 탄식한다.
김지영과 서지현. 그들은 변함없는 이 시대 여성의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그저 좋아서, 열정으로 공구 쥔 여성들
유독 공구업계는 여성 진출이 뜸하다. 본격화되는 2세대 경영인들의 진출도 타 업계에 비해서는 서서히 이뤄지고 있는 듯하다. 이런 분야에서 여성 사장, 여성 직원으로서 겪는 어려움은 자연스럽게 그들 내면의 유리천장도 키워나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유리천장을 깨뜨리는 노력들도 존재한다. 우리업계에도 보이지 않는 장벽을 뚫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여성의 목소리를 내는 그들은 ‘딸들만은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더 이상 제2의 김지영과 서지연이 나타나지 않길 소망한다.
이와 같은 선상에서 이번 코너를 기획했다.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그의 저서 ‘나는 죽을 때까지 성장하고 싶다’에서 여성이 리더십을 갖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 버리기, 육아와 가사문제 해결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극복한 여성들의 스토리가 필요하며, 그것이 이 사회에 ‘여성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퍼트린다고 말했다. 취미로 공구를 잡기 시작한 여성들부터 업으로 삼은 전문 공구인들까지. ‘공구는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깨뜨리고, 무지하다는 편견을 이겨내고, 엄마이자 아내이자 한 사람으로서 도전하는 이들을 찾았다. 피나는 노력으로 업계에서 이름 석 자로 신뢰를 주는, 성공한 여성 리더들은 우리에게 ‘어렵지만 이겨내 보자’,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갖게 한다. 당당히 각자의 자리에 선 그들 앞에서 누가 감히 공구를 남자의 도구라 논하겠는가. 누구보다 더 큰 열정과 용기로 공구를 쥔 여성들을 만나보자.
글 _ 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