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공구는 고마운 친구
온리우드 이미혜 대표
목공업에서 ‘목수’라고 하면 남자라고 생각하기 쉽다. 무거운 목재를 들어야하고, 또 큰 공구를 사용해야 하는 일이 잦다보니 어쩌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싶겠지만, 우리 주변을 둘러보라. 더 이상 일에 성역은 없다.
그저 목수이길 원하는 여자목수
요즘 인기 드라마 여자 주인공이 일하는 곳이 바로 ‘목공방’이다. 무거운 목재 나르는 일도 척척, 세밀한 작업에는 오히려 장점이 더해져 더 이상 목공업이 남자만의 영역이 아님을 보여준다. 남자목수, 여자목수라 구분하기보다 그냥 목수로 인식되길 원하는 ‘여자목수’, 이미혜 대표를 만났다.
“여전히 편견이 심해요. 매순간 느끼니까요. 목재를 주문할 때도, 사장님이냐고 묻고, 배송오시는 분들, 거래처 사람들 대부분이 본인이 하는 거 맞느냐고 거듭 물어보세요. 이 업을 하기 전엔 전혀 몰랐죠. 스튜디오 인테리어 공사할 때도 다들 그러셨으니까요. 여자목수로 산다는 걸 참 다르게 보시는구나 싶어요. 편견에 맞선다고는 생각 안하는데, 그래도 그런 분들 대하면 안타깝죠. 그래서 지난해부터 ‘여자목수’란 타이틀로 인터뷰를 할 기회가 생기면서 더욱 책임감을 느낍니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아니라, 체격이나 힘의 차이일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남자들이 목재 2개씩 든다면 저는 하나씩 옮기면 돼요. 목재나 공구가 무거워서 옮기기 힘들면 수레를 이용하면 되고요. 저희 공방은 수강생 대부분이 거의 여자분들이에요. 나무가 오면 힘을 모아 같이 옮깁니다.”
무용수에서 목수로의 기회를 잡다
이 대표는 무용수 출신이다. 어렸을 때부터 무용을 해오던 것이 자연스럽게 진로가 됐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어떤 분야의 ‘무리’ 속에 있다 보니 스스로의 선택보다는 당연하게 무용인의 길을 걸어온 것.
“안에 있을 때는 몰랐죠. 당연하게 그 길을 가고 있었고, 그 길에서 이탈하는 것 자체가 낙오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지금의 제 선택에 대해 부모님도 처음에는 많이 아쉬워하셨는데, 지금은 존중해 주세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무용을 떠나 목공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 역시 자연스럽다.
“터닝 포인트라고 할 만한 이슈가 있었다기보다는 제 삶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다가온 것 같아요. 몇 년 전 영국에 공부하러 갔는데, 당시 영국이 리빙 분야에 관심이 높았어요. 카페나 식당에 가보면 가구나 조명들도 참 이쁘고, 리빙숍도 많았고요. 시내에 작업실이나 가구공방, 스튜디오가 쇼룸처럼 꾸며져 있는 걸 보고 동경을 키웠죠. ‘나도 저런 걸 디자인하고 만들어보면 좋겠다’라고요. 당시 6개월 과정의 패션 분야 썸머스쿨 강의를 듣고 있었지만, 별로 흥미가 가지 않더라고요. 마침 가구 관련 클래스를 보며 흥미를 느꼈어요. 한국 돌아가면 취미로라도 해봐야지 라고 마음먹었죠.”
4년차 여자목수, 이름만큼 책임감 커
원래는 런던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려고 했다. 그러나 20대가 가기 전에 이것, 저것 하고 싶은 것 다 해봐야 후회가 없겠다 싶었던 그는 본인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이제 4년차 목수가 된 이 대표는 여자목수를 꿈꾸는 이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무조건 할 수 있어’라고는 말 못하겠어요. 사실 이건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죠. 괜찮다 싶은 확신이 든다면 다른 사람 시선이나 편견에 구애받지 말고 시도해보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무엇보다 본인이 직접 해보고 결정하는 것이 지혜롭지 않을까요? 저 역시 주저했던 시간이 있었기에, 생각만 하지 말고 원데이 클래스라도 참여하면서 직접 경험한 후 결정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 대표는 현재 제품 제작과 목공클래스 운영을 동시에 해나가고 있다. 커리큘럼과 수강료 등 각종 정보들은 온라인에 다 오픈해 놨다.
“저 역시 온라인으로 먼저 정보를 구하고 찾았던 경험이 있었기에, 목공 하시려는 분들이 뭐가 궁금한지 알죠.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드리고 싶었어요.”
온리우드만의 컨셉을 담은 디자인 꿈꿔
단순히 가구 만들고 싶어서 왔는데, 작업하는 것 자체로 힐링된다는 말씀을 해주실 때 기분이 좋다고. 온리우드 스튜디오를 만들 때 머무르고 싶은 공간으로 꾸미고 싶었다는 이 대표. 통유리로 된 2층짜리 목공카페가 꿈이라는 그는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든, 목공 작업을 하든, 차 한 잔 하며 쉬든, 이곳에 들르는 모든 이에게 편안한 공간이길 바란다고.
지금 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제품이다. 자신만의 디자인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는 이 대표.
“최근 제품제작에 대한 문의가 많은 편이예요. 제품제작과 클래스 강의를 비슷한 비중으로 해나가고 싶어요. 제가 만든 가구들이 판매돼서 어딘가에서 쓰임새 있게 쓰이는 것만큼 뿌듯한 게 없죠. 제 책임 하에 이루어지는 가구와 공간, 또 저만의 특색 있는 디자인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온리우드만의 스타일이 있는 디자인 컨셉 라인을 만들고 싶다는 그는 단순하면서도 여러 가지 기능이 숨겨진 구조적인 디자인을 선호한다. 와인랙의 경우도 팔각형 긴 목재와 황동봉을 활용해 보다 기능성 높은 제품을 만들었다. 캐비넷도 내부 공간을 과학적으로 설계해 수납과 미학을 동시에 실현하고자 했다.
공구는 고마운 친구, 늘 함께 하고파
“제게 공구는 고마운 친구이자 동료 같아요. 왜냐면 언제든 저를 도와주니까요. 잘못된 작업을 할 때는 공구가 튄다든지, 경고도 잊지 않죠.(웃음)”
전동공구는 손쉽게 작업을 돕고, 수공구는 세밀한 작업에 유용하다. 각자의 쓰임새에 최선을 다해주는 게 참 고맙다고.
“전 측정공구가 좋아요. 영의 소수점들이 측정된다는 게 신기하지 않나요? 이렇게 정밀한 공구를 만들기 위해 또 얼마나 연구했을까도 싶고요. 특별히 일본 브랜드의 버니어 캘리퍼스와 스크라이버 게이지를 즐겨 씁니다. 끌, 톱, 대패도 많이 쓰죠.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작업을 제대로 도와주는 공구가 제일 좋아요. 더 바라는 게 있다면 어떤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틀, 또는 일종의 작업 가이드라고 할 수 있는 지그(JIG)가 다양하게 나오면 좋겠어요. 외국에는 보다 다양한 모델이 나오는데 그런 부분이 좀 아쉬워요.”
글·사진 _ 김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