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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신평양조장 김용세, 김동교 부자
양조장으로 범위를 좁히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 8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업체가 몇 곳이나 될까? 신평양조장은 1933년부터 85년간 3대째 가업을 이어 온 양조장이다.
오랜 양조 역사의 비밀은 좋은 원료 사용
신평양조장이 위치하고 있는 충청남도 당진군 신평면 금천리. 신평(新平)이란 지역의 이름은 말 그대로 ‘새로 생겨난 평야’라는 의미로, 예로부터 토지가 비옥해 품질 좋은 쌀이 나기로 유명한 곡창지대임을 의미한다. 금천리 라는 이름도 ‘햇볕에 금빛처럼 반짝이는 좋은 물’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처럼 신평양조장은 그 자리부터 좋은 술 빚기에 천혜의 환경을 갖추고 있는 양조장이다.
신평양조장이 이 자리에 맨 처음 문을 열었던 건 1933년의 일이다. 가문의 할아버지인 故김순식 씨가 창업한 신평양조장이 지금까지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은 다른 게 아니라 좋은 원료를 이용해 좋은 술을 만들어 내겠다는 신념 덕분이다. 1대(代) 김순식 씨에 이은 2대 김용세 어르신은 “돈 버는 것이 아니라 좋은 술을 만드는 것이 양조장 운영의 목적” 이라 말한다.
“다른 막걸리 양조 업체들은 대개 외국 쌀이나 아니면 도정한지 몇 년 된 정부미를 써서 막걸리를 만들어요. 우리 신평양조장은 여기 당진에서 나오는 도정한지 1년 미만 된 햅쌀로만 막걸리를 만들어요. 술이라는 게 아시다시피 최종 가격은 국가에서 일정하게 정해 놨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몇 배 비싼 지역 햅쌀만 쓰니까 마진이 적을 수밖에 없죠. 그래도 계속 그래 왔어요. 좋은 술을 만드는 것이 양조장 운영의 목적이니까요.”
대기업 다니다 양조장으로 온 3대째 아들
kg당 2000원이 넘는 비싼 가격의 당진 해나루 쌀. 그만큼 좋은 쌀을 이용해 만들어지는 신평양조장의 막걸리가 널리 알려지고 뜨기 시작한 것은 2009년 무렵의 일이다. 당시 연잎막걸리가 청와대 건배주로 선정되며 인기 상승을 맞은 신평양조장의 막걸리는 당시 열렸던 주류 전시회에 출품할 기회를 갖게 됐다. 그 전시회가 현재 신평양조장의 3대째 대표인 김동교 씨가 양조장으로 오게 된 계기라면 계기일 것이다.
김 대표는 삼성전자 글로벌 마케팅팀에 근무하다 2010년 무렵 가업을 잇기 위해 아버지 김용세 어르신이 운영하던 양조장으로 낙향했다. 아버지의 전시회 출품을 도우며 신평양조장 막걸리의 뛰어난 품질과 우리나라 전통주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느꼈던 것이 가업 승계를 마음 먹은 이유다.
“전시장에서 보니까 다른 업체 전시 부스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데 우리 부스에는 줄을 서서 기다릴 만큼 많이들 찾는 거예요. 그걸 보고 ‘우리 술이 정말 특별하긴 한가 보다’ 하고 깨달았죠.”
내려와 사업을 돕겠다는 김동교 대표를 아버지는 맨 처음 말렸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김용세 어르신은 자신의 대에서 가업이 끝날 거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각종 상 수상은 물론, 강남에 막걸리 바 오픈도
김동교 대표가 합류한 이후 신평양조장은 훨씬 더 큰 확장을 맞이했다. 청와대 건배주 선정 뿐 아니라 2012년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 ‘살균막걸리’ 부문 대상, 2013년 런던주류품평회 브론즈 메달, 2013년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 ‘약주’ 부문 장려상 수상 등 각종 상 수상은 물론 2014년에는 신평의 ‘백련맑은술’이 대기업 사장남 만찬주로 선정되면 더욱 더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2011년 김동교 대표의 고집으로 강남역 부근에 오픈한 막걸리 전문점도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의 방문이 많다.
“처음 막걸리 바를 서울 강남에 내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께서는 반대하셨어요. 술 만드는 사람이 그런 것까지 할 필요가 있겠냐면서요. 또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도 반대의 이유였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서울 진출에 자신감이 있었어요.”
막걸리 전문점 오픈 이후 신평양조장의 매출액은 3억원대에서 막걸리 전문점 판매 수익까지 합해 연간 25억원을 훌쩍 넘게 됐다. 전부 다 김동교 대표의 마케팅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100년, 200년 넘는 가업 승계 기대해
좋은 원료와 함께 술을 빚을 때 중요한 것은 마음 자세라 한다. 빚는 사람과 술이 하나가 돼야 좋은 술이 나오는 것이다. 김용세 어르신은 아들 김동교 대표가 양조 일을 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도 다른 사람 몇 십 년 한 것보다 더 잘 만든다고 한다. 그만큼이나 아들이 믿음직스러운 것이다.
어르신에게 아들 김 대표는 신평양조장이 먼 미래까지 이어져 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존재라 말한다. 튼튼하게 잡힌 기틀을 바탕으로 앞으로 100년을 넘어 200년까지 신평양조장의 가업이 계속되길 기대해 본다.
글 · 사진 _ 이대훈 · 사진제공 _ 신평양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