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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경력 18년차 청년목수 김동혁

 

서른다섯, 경력 18년차 청년목수 김동혁

 

 

 

  

 

경력 18년차 베테랑 목수이지만 현재 나이 불과 서른다섯. 열일곱 살 때부터 목수 일을 시작해 벌써 
목공 반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청년목수 김동혁을 만났다.

 

전남 고흥 산속 작업장에서 만난 그


김동혁 목수와 취재 약속을 잡고 찾아간 곳은 전라남도 고흥군. 터미널에서도 택시를 타고 한참을 들어간 깊은 산속의 작업 현장이었다. 원체 깊숙한 곳이어서 택시 카드리더기의 통신도 닿지 않을 정도의 그 현장은 김동혁 목수가 귀농한 부모님이 거주할 전원주택을 짓고 있는 작업장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그는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까맣게 그을린 건강한 피부와 총총하게 빛나는 힘있는 눈빛. 그리고 마치 패션 포인트처럼 한쪽 귓바퀴 위에 꽂고 있는 연필. 그야말로 ‘젊음’ 이었다. 김동혁 목수는 올해로 경력 18년차 목수다. 하지만 그의 나이는 올해로 서른다섯. 열일곱 살 때부터 일찍 목수 일을 시작했다.
“학교에 다니는 것보다 돈을 버는 것이 급해서 목수 일을 시작했어요. 어렸을 때 학교 수업료를 못 낼 정도로 집이 가난했거든요. 당시 아버지가 목수였는데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현장에서 일을 배웠어요.”

 

 
어깨너머로 배운 목수 일

 
목수 일을 시작한 초기에는 목수라 불리기도 뭣할 정도로 제대로 된 일을 하지도, 배우지도 못했다. 작업 현장의 청소와 다른 목수들의 심부름. 그것이 일의 전부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목수들에게도 기술은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쉽게 가르쳐주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1년여의 시간을 목수들을 따라다니며 어깨 너머로 보면서 배운 기술이 큰 자산이 되었다. 나름 일을 잘 해치우는 그를 주변에서도 인정해 주기 시작했다.
“목수 기술을 일찍부터 배워두면 좋다는 이야기를 주변 목수분들이 해주셨어요. 목수라는 기술이 옛날만 해도 그렇게 천대받는 직업이 아니었죠. 돈도 잘 벌고요. 요즘에 들어와서 목수를 보는 시선들이 좀 나빠진 거죠.”
그렇게 현장에서 기술을 익히며 18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김동혁 목수는 목공 반장으로 일하고 있다. 목공 반장들 대부분의 나이가 60대라고 하니, 서른다섯이란 그의 나이가 얼마나 젊은 나이인지 가늠할 만 하다.
대기업 임원 뺨치는 수입… 목수는 탁월한 선택
현재 인테리어 전문 목수로 일하고 있는 그의 수입은 웬만한 대기업 임원 연봉을 뺨칠 정도다. 비록 돈을 벌기 위해서 선택한 것이지만 그에게는 학업을 포기하고 목수의 길로 들어선 것이 정말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20대 때 친구들을 만나서 술자리를 가지면 친구들이 항상 하는 얘기가 그거였어요. 그래도 고등학교 졸업장은 따야 남들에게 무시 받지 않을 거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얘기 하는 친구 한 명도 없어요. 오히려 저를 부러워하면 부러워했지. 저도 그런 생각 해 본 적 없고요. 제 일에 필요도 없는 검정고시 준비보다 지 금 내가 하고 있는 목수 일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거라는 확신에서요. 그렇게 쭉 여기까지 온 거죠.” 

 

 

목수로서 ‘젊다’는  

  

 나이 든 사람들과 젊은 사람들 사이를 이야기 했을 때 항상 나오는 단어가 있다. ‘세대차이’라는 말이 그것이다. 그 세대차이가 젊은 목수 김동혁에게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요즘 인테리어를 맡기는 클라이언트들이 전부 점점 젊어지고 있거든요. 거기에 발 맞춰서 저희 같은 젊은 목수들은 클라이언트와 비슷한 눈높이에서 시공을 할 수 있으니까 마음도 잘 통하고 좀 더 빠른 작업이 가능해요. 그런데 어르신들을 보면 40~50년 전에 해 왔던 습관들이나 고집이 아직도 남아 있어요. 그렇다 보니 의뢰인과 의견 충돌이 생기기도 하고요. 저희한테는 유리한 거죠.”
하지만 시간은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것. 김동혁 목수는 앞으로 자신보다 더 젊은 사람들을 상대하게 되고 세대차이가 나게 될 때를 대비해서 쉬지 않고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목수에게 공구는 그야말로 ‘밥줄’

 
공구라는 물건은 과거부터 기본적으로 목수들을 위한 도구다. 공구가 없이는 목수라는 직업 또한 존재가 불가능하기도 하다. 따라서 공구를 바라보는 목수의 시선은 다른 이들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그들에게 공구는 그야말로 ‘밥줄’인 것이다.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목수들로 공구를 밥줄이라고 불러요. 줄자도 밥줄이고 망치 톱도 밥줄이죠. 톱다이를 ‘밥상’이라고도 하고요. 저희끼리 하는 이야기들이 있어요. 톱다이에 발을 대면 버르장머리 없이 어디 밥상머리에 발을 얹냐고 한다니까요. 하하하.”
또한 목수들에게 공구는 신체의 연장이기도 하다. 작업 현장에서는 언제나 공구와 함께 붙어 있기 때문이다. 연장된 몸, 연장된 손이다. 

 

젊은 날의 목표를 위해 꾸린 카펜터 그룹

 
목수로서의 그의 목표는 일을 배우려 하는 청년들에게 기술을 가르쳐주고 제자를 양성하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목수라는 직업을 바라보는 ‘지저분해 보이고 힘들기만 한 일’이라는 인식도 바꿔 나가려 한다. 그 목표를 위한 첫 단계로 ‘카펜터 그룹’이라는 이름의 목수 팀을 만들었다. 지금 고흥의 작업장에서도 카펜터 그룹의 팀원들과 함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안에 카펜터 그룹 카페를 차릴 계획이에요. 카페와 동시에 공방이 갖춰진 그런 카페를요. 카페 정 중앙에 유리로 된 작업실이 있을 거예요. 우리는 그 공방 안에서 가구 만드는 모습을 보여줄 거고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김동혁 목수는 카페 오픈을 비롯해 카펜터 그룹을 성장시키는 데 5년의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이제 1년이 지났고 4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그 안에 카펜터 그룹의 성장을 통해 자금을 모으고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갈 생각이다.
“저에게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해요.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해 보려고요. 아직 젊으니까요.”

 

글 · 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