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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 유튜브의 유재석을 꿈꾼다 - 공구브라더스 이상민, 이상혁
공구 유튜브의 유재석을 꿈꾼다
공구브라더스 대남기공사 이상민, 이상혁
대중이 찾는 공구 사용법 동영상을 업로드해 공구 유튜버계의 유명 인사가 되길 꿈꾸는 두 형제.
공구브라더스를 소개한다.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아니, 공구브라더스!
공구로 가득한 공간. 벽에는 대형부터 소형까지 갖가지 사이즈의 렌치와 몽키 스패너, 크기가 제각각인 절단기며 수두룩한 드라이버들, 전문가를 위한 긴 철재 자는 물론 여러 가지 크기의 수평계가 걸려 있고 전면의 테이블 위에는 각종 타카와 함께 놓여 있는 많은 전동공구들이 눈에 띈다. 그리고 벽과 테이블 사이에서 각각 ‘공구’, ‘브라더스’가 적힌 모자를 쓰고 멜빵바지를 입은 채 인사를 건네는 두 남자.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공구~ 브라더스입니다!” 유튜브 공구브라더스 채널 영상의 도입부다.
마치 유니폼처럼 모자를 쓰고 멜빵바지를 입고 있어 흡사 배관공 형제를 주인공으로 한 비디오게임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를 떠올리게 하는 두 남자, 이상민 과장과 이상혁 대리는 실제 형제 사이다. 아버지가 운 영하고 있는 대구 북구의 공구상 대남기공사에서 함께 일하는 두 형제가 유튜브에 공구브라더스라는 이름으로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건 작년 8월 무렵. 형 이상민 과장의 기획에서였다.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무너져 내리고 있는 공구 가격에 대응하기 위해서였어요. 요즘은 인터넷 쇼핑몰 때문에도 그렇고 가격 경쟁이 너무 심해졌거든요. 저희 가게처럼 오프라인 공구상은 물건을 들여올 때 최소 백 개씩은 주문을 해야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격에 맞출 수 있어요. 그런 가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선택하게 된 게 바로 유튜브죠.”
고객이 우리를 찾도록 만들자
어떻게 하면 가격 경쟁에 신경 쓰지 않고 사업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나온 해답은 ‘우리가 콘텐츠가 되어 고객이 우리를 찾아오도록 만들자’ 였다. 어떻게 고객을 찾을까가 아닌, 내가 대중에게 알려지고 대중으로부터 인정받아 ‘이 사람에게는 믿고 살 수 있겠다’하는 신뢰감을 줘 고객이 나를 찾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이유이자 목표다.
공구브라더스가 촬영하는 동영상은 전동드릴, 그라인더, 예초기 등 대중에게 익숙한 전동공구 사용법이 중심이다. 전동공구는 대중적인 공구임에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가격 정보는 많이 나와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사용법에 대한 정보는 무척 적다. 유튜브에서도 마찬가지다. 동영상이 있더라도 대부분 외국 동영상일 뿐, 우리말로 된 동영상을 찾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공구브라더스는 바로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저희가 최근에 야외 촬영을 해서 예초기 조립법과 사용법 동영상을 올렸거든요. 조회수가 20만 회를 넘었어요. 그만큼 소비자들의 니즈(필요)가 있는데 사용법을 자세하게 다룬 동영상이 없다는 거죠. 예초기 영상 덕분에 구독자 수가 거의 두 배가 됐어요.”
고객이 찾아오게 만들겠다고 해서 영상에 현재 일하는 가게 이름을 넣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런 식으로 판매를 늘리려는 건 짧은 생각이라는 판단에서다. 단지 공구브라더스 채널을 공구계의 탄탄한 알짜 채널로 성장시켜 누구도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공구계의 유재석과도 같은 콘텐츠로 만들어내 공구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공구브라더스를 찾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친구 없었으면 꿈도 못 꿨을 유튜브 채널
공구 동영상은 현재 유튜브에 채널이 몇 개 없다는 것 외에도 업로드하기에 장점이 많다. 공구의 종류가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그만큼 할 이야기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말한 것처럼 구독자들의 수요가 다양하고 또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영상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린다는 것이 생각처럼 간단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좋은 품질의 동영상을 위해서는 좋은 카메라부터 시작해 마이크 등이 필요하며 그것들을 다루는 기술은 물론, 동영상을 편집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이상민 과장에게는 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다.
“저희 공구브라더스 팀에는 저와 제 동생 이상혁 대리 말고도 또 한 명의 팀원이 있습니다. 유치원 때부터 친구인 손재완 감독입니다. 현재 KBS에서 드론(소형 무인 비행기)촬영을 담당하는 친구인데, 이 친구가 촬영부터 편집, 그리고 업로드까지 모든 작업을 저 대신 해 주고 있어요.”
이 과장과 죽마고우인 손재완 감독은 공구브라더스의 든든한 기둥이다. 첫 영상을 올리기 전, 아직 유튜브에 채널을 만들기조차도 전에 이상민 과장과 6개월을 함께 고민하며 어떤 컨셉으로 영상을 촬영할 것인가부터 시작해 ‘공구브라더스’라는 캐릭터의 구상까지도 함께 했다. 또한 고품질의 촬영을 위해 4K영상(HD화질 이상의 고품질 해상도를 가진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삼성NX1)를 비롯해 네 대의 카메라를 구입해 촬영하고 있으며 최소 다섯 시간 이상이 걸리는 편집 작업 역시도 도맡아서 진행 중이다.
시간과 비용의 부담… 그래도 미래를 기대해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는 데 필요한 것은 앞에서 말한 각종 장비와 그 장비들을 다룰 줄 아는 기술 말고도 필요한 것이 또 있다. 바로 시간과 돈이다. 촬영부터 편집까지 손 감독이 다 한다고 해서 이상민 과장은 손 놓고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가 촬영을 위한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데 편당 최소 네 시간에서 다섯 시간의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촬영을 하는 데도 4~5시간, 또 편집에도 4K영상의 화질 때문에 영상이 무거워 5~6시간이 걸리니 유튜브에 올리기까지 동영상 한 편당 최소 15시간이 들어간다. 또한 비용. 이 과장은 손 감독에게 편당 30~40만원 정도를 지불한다. 또한 각 동영상마다 촬영에 사용하는 공구도 전부 직접 구입해야 한다. 일 년 3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까지 스물 다섯 편의 동영상을 올리는 데 든 비용이 최소 1000만원.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상민 과장과 이상혁 형제, 공구 브라더스는 현재의 비용 소모를 바라보기보다는 미래를 바라보며 유튜브 채널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구독자 수는 6000명. 목표로하는 구독자 수는 10만 명. 현재 구독자 수의 증가 속도와 구독들의 반응을 보면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도달할 듯 싶다.
구독자 수 10만 명을 넘기면 유튜브로부터 증정되는 실버 뱃지를 받을 그 날을 향해 공구브라더스는 오늘도 카메라를 마주한다.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