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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아버지와 아들 통합니까?

 

 

 

 

<월간 TOOL 2019년 2월호> - 세대란 무엇인가?


 

 

 

공구상에서 일하는 2세 청년들에게

 

 

 

 

무슨 일이든 일찍 시작할수록 더 빨리 전문가가 된다. 
젊은 나이부터 공구상 일을 시작한 청년들은 
또래 누구보다도 일찍 탄탄한 직업을 가졌음에 당당해야 한다.

  

공구상엔 나이 든 분들만? 천만의 말씀!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건축자재 공구상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한 건 지난 2010년의 일이다. 당시 나는 다른 회사에 다니던 중이었다. 회사에서 야근을 마치고 밤 10시쯤 집에 오던 길, 한 친구를 만났다. 야근하고 이제 퇴근한다는 내 말에 친구는 “너희 가게가 바쁜데 왜 너는 부모님을 돕지 않고 회사에서 이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냐” 라는 말을 나에게 던졌다. 그저 가볍게 던진 말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말은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며칠 후,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냈다. 그때 내 나이 스물다섯. 부모님 가게로 가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사실 언젠가는 부모님의 일을 이어받아 해야 할 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어린 나이에 시작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부모님도 아직 젊으셨고 또 공구 철물 건축자재 관련된 일을 하시는 손님 분들 나이도 대부분 40~50대였기 때문이다. 그런 분들은 젊은 사람이 공구상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인식도 별로 좋지 않으셨다.
솔직히 말해서 나에게도 선입견이 있었다. 이쪽 계통은 나이가 좀 더 많은 분들이 일하는 곳이라는 생각. 하지만 요즘은 아니다. 전국 곳곳의 공구상에서 남녀 불문 20~30대 젊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쪽 업종도 변화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확신을 갖고 시작한 일… 만만하게 볼 일 아냐

 
내가 처음 직장을 그만두고 부모님 가게에서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주변 사람들은 그것을 내 직업이라 생각하지 않고 그저 ‘부모님을 잠시 돕고 있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이 일에 확신을 갖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보아 온 부모님의 일이 일반 직장보다 낫다는 확신, 그리고 겉만 멋있는 직업들과 달리 공구상은 내실이 탄탄하다는 확신을. 그 때 직업으로 인정하지 않던 사람들도 8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나를 부러워한다. 
어린 시절 가끔씩 부모님을 도울 때는 그저 시키는 일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이상 내가 주도적으로 일을 찾아 해야 했다. 처음엔 누구나 그렇듯 의욕과 열정이 넘쳤지만 단지 열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게 운영은 둘째 치고 상품에 대한 지식이 너무나 부족했다. 상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나는 손님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했다. 나와 의사소통이 안 되니 가게를 찾은 손님들은 내가 있는데도 부모님을 찾았고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나에게도 오기가 생겼다. 빨리 일을 배우는 것만이 신뢰를 얻는 길이며, 일을 완벽하게 익힐 때까지 휴식과 휴일은 나에게 사치라 생각했다.

  

공구상 일 하며  느낀 아버지의 대단함

 
마음먹은 날부터 새벽 5시에 일어나 출근했다. 학교 다닐 때보다 훨씬 이른 기상 시간이었다. 휴일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신변상에 중요한 일이 없는 이상 일을 어떻게든 빨리 배우고 싶었다. 공구의 품명, 사이즈, 사용방법, 매입 가격, 팬매 가격 등등 외워야 할 것이 산더미였다. 그래도 일하는 것이 즐겁기만 했다. 내가 상품에 대해 공부해 나가면 나갈수록 판매량이 늘어났으니 말이다.
또 그렇게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이 한 가지 더 있는데, 그것은 아버지의 대단함이었다. 그렇게 힘든 다섯 시 기상을, 아버지는 우리 가게인 호법철물을 처음 열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 오셨다. 항상 새벽에 일어나 5시30분이면 가게 문을 여셨다. 1년 365일, 어떤 날도 어김이 없다. 전날 손님과 늦게까지 술자리를 가져도, 감기 몸살이 심하게 와도 언제나 가게 오픈 시간은 다섯 시 반이다. 아침 일찍 가게에 들러 물건을 구입해 현장에 일을 나가던 어느 손님 분께서 말씀하신 “이 가게는 항상 일찍 문을 열어서 좋아”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아버지의 대단함이 크게 다가왔다.

 

열번 백번 잘해도 한 번의 실수가 신뢰 무너뜨려


내가 일을 배우고 싶다고 했을 때 아버지가 여러 차례 강조하는 것이 있었다. 물건을 납품해준 거래처에게 당월 말일에는 꼭 대금을 입금하는 것. 깜빡하고 누락했을 때 아버지는 불같이 화를 내셨다. 단 하루가 늦어도 우리 가게의 신용이 깎이는 거라고 하셨다. 열 번 백 번 잘해도 한차례의 실수가 신뢰를 무너뜨리는 거였다.
부지런하고 신뢰받는 아버지의 모습을 따르기 위해 노력해 왔다. 공부벌레 소리는 못 들었어도 일벌레 소리는 듣고 싶었다. 부모님이 이룬 것에 만족하지 않고 지금보다 더 크게 가게를 성장시키는 것이 나의 목표다. 공구상에서 2세로 시작하는 20대 30대분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 가치관을 갖고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업종이 전반적으로 어렵고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경기가 어려울 때가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하며 노력을 동반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다면 분명히 좋은 소식이 들려 올 것이다. 

 

공구상 일 선택한 것 후회는 결코 없어


일을 시작한 8년 전 나의 모습을 되돌아봤을 때, 나의 선택에 후회는 결코 없다. 오히려 일찍 시작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더 일찍 시작할수록 더 빨리 전문가가 되는 것이라 믿는다.  
아직 젊은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매우 즐겁고 재밌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면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고들 하지만 나는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일이 재밌고 즐겁기 때문이 아닐까? 가게를 찾아온 손님에게 물건을 판매하고 또 매입하고 일이 재미있고, 새로 출시된 신제품을 보면 괜히 가슴이 뛴다. 오늘 하루를 마감하고 가게 문을 닫을 때면 새로운 내일이 기대된다. 다음 날 출근이 기다려진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중독자가 된 것 같다. 일벌레가 된 느낌이다. 지금의 이런 내 모습이 얼마나 마음에 드는지 아마 아무도 모를 것이다.

 

진행 _ 이대훈 / 글 _ 김길재 호법건재철물공구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