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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공구와 클래식 잘 어울리지 않나요?

 

공구와 클래식 잘 어울리지 않나요?

 

크레텍 마케팅팀장 허정호

 

 

 

 

주말이면 반나절은 클래식 음악을 듣는 공구인 허정호. 
오랜 시간 단련되고 발전해온 공구와 같은 클래식의 매력을 소개한다.

 

 

베토벤 월광으로 입문… LP수집, 성악 활동도


공구업계와 20년 가까이 인연을 맺고 있는 허정호 팀장에게는 그보다 훨씬 전부터 생활 속에 스며든 취미가 있다. 바로 대학시절부터 꾸준히 접해온 클래식 음악 감상. 매일 출퇴근과 주말 시간 날 때마다 라디오와 휴대폰, 집에서는 CD와 LP를 기기에 연결해 듣는다. 보통 클래식은 딱딱하고 어렵고 고상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에게는 요즘 학생들이 즐겨듣는 가요처럼 매일 들어도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다.
“20대 초반까지는 다양한 국적의 가요와 팝을 좋아했는데요. 90년대 들어서면서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오고, 국내 가요나 팝 트렌드가 급격하게 바뀌면서 좋아하는 장르와도 조금씩 멀어지게 됐어요. 새로운 음악에 대한 갈증은 자연스럽게 클래식으로 눈길을 돌리게 했고요. 군 제대 후 학교 앞에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월광’을 테이프를 사서 들으며 본격적으로 클래식에 입문하기 시작했어요.”
크리스천이기도 한 그는 이후 교회 작곡가였던 바흐의 종교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다. 교회에서 성가대 활동을 하면서 전공자 수준의 연습을 했고, 수집한 CD와 LP 음반만 해도 약 2천개다. 작년부터는 클래식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끼리 LP 매장에 모여 강좌도 듣고 있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거래처 사장님에겐 음반을 선물하기도 했다. 보통 애호가가 아니다. 평소 무뚝뚝한 편이지만 클래식에 대해 물으면 대화가 끝없이 이어졌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는 필수, 유튜브로 듣기 쉬워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는 바흐, 베토벤, 브람스, 비발디, 모차르트, 슈베르트 등. 누구나 접해본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특히 바흐는 음악의 아버지이자 클래식의 시작과 끝이라 여길 정도로 클래식 애호가라면 필수로 접해야 할 작곡가다. 교향곡과 독주곡, 협주곡, 성악곡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찾아볼 수 있다. 
작곡가들의 곡은 또 다른 여러 연주가들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연주된다. 하나의 곡도 연주하는 사람마다, 연주 할 때마다 달라서 듣는 재미가 있다. 10년 전부터는 대구의 LP 전문 매장 ‘객석’에서 본격적으로 
LP 음반을 사 듣기 시작해 지금은 이곳 단골이 됐다. LP 가격은 희소성에 따라 적게는 2~3만원대서 많게는 몇천만원까지 천차만별. 음반은 욕심내지 않고 한두 장씩 차근차근 구입할 것을 권했다.
“LP를 들으려면 턴테이블, 앰프, 스피커를 기본으로 갖추고 있어야 해요. 저는 비교적 저렴한 걸 쓰는데, 음향기기에 대한 욕심이 많다보면 음악 듣는 목적과 주객전도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거든요. 입문자 분들은 CD로도 충분히 좋은 음질을 들을 수 있어요. 고음질 소화가 가능한 사운드카드로 바꾸거나 스피커를 10만원대로 구입해 듣는 정도면 무리 없어요. 요즘은 유튜브로도 고음질 음원을 쉽게 접할 수 있어서 번거로운 분들은 유튜브를 적극 활용하시는 것도 좋은 대안이라 봅니다.”

 


스트레스 해소에 딱!… 공구상 일할 때 추천해요


클래식은 아무 감정이나 생각 없이 습관처럼 듣기도 하고, 기분이 우울할 때 슬플 때 화날 때, 반대로 기분이 좋을 때 들을 수도 있다. 그는 클래식을 감상할 때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어떤 마음상태와 분위기에서 어떤 음악을 듣느냐에 따라 차분해지기도 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거나 아드레날린이 솟구칠 만큼 짜릿한 순간도 겪게 돼요. 새로운 곡을 접할 땐 어린애마냥 설레고요. 또 사회생활 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니까 음악에 집중하면서 걱정이나 잡생각을 날려버릴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됩니다.”
클래식은 업무나 독서를 할 때도 도움이 된다. 그는 가끔 야근을 할 땐 빌헬름 캠프(Wilhelm Kempff)의 피아노 연주곡을 듣고, 집에서도 클래식을 틀어놓고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게 TV를 켜두는 것보다 훨씬 집중이 잘 된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분위기를 차분하게 만드는 클래식 음악을 공구상에서 틀어보면 어떨까. 그는 공구인에게도 클래식 활용을 추천했다.
“공구상에서 괜찮은 클래식 음악이 흘러 나온다면 손님들 시선을 더 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바쁜 시간대에 복잡한 매장 안에서 쿵쾅거리는 대중음악이 들리면 더 혼란스럽거든요. 그럴 때 차분한 음악이 깔려있으면 덜 번잡스럽고 가게 분위기가 확 달라질 거라 생각해요.” 

 

 

다른 듯 닮은 공구와 클래식 음악


수작업공구 구매를 담당하고 있는 허 팀장은 클래식 음악이 공구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본질적으로 오랜 기간을 거쳐 누군가의 노력과 창의성을 토대로 지속 발전해오고, 지금까지 우리 곁에서 유용하게 살아남아 있다는 것. 그래서 공구와 클래식 음악은 서로 다른 듯 닮아 있다.
“작업 시 사람의 힘을 빌리는 수공구들이 점차 전동 기능을 갖춰 효용성이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기본적인 수공구는 현장의 필수품이잖아요. 클래식도 마찬가지예요. 바로크 시기를 거쳐 현대 음악에 이르기까지 작곡가들의 다양한 시도와 아이디어들이 오늘날 우리가 사랑하는 수많은 명곡들을 탄생시켰고, 뛰어난 비르투오소(명인 연주자)들의 연주로 빛을 발하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클래식은 언제나 우리 곁에 살아남아 있을 거예요.”

 

글ㆍ사진 _ 장여진 / 장소협조 _ LP음반 전문점 ‘객석’ (대구 중구 동성로6길 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