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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공구상은 어떤 모습일까?
1억 인구 베트남의 보편적인 이동 수단 오토바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항공기 수리 및 정비를 교육하는 경북항공고등학교 민상홍 선생님은 베트남에서 오토바이 정비에 사용하는 공구의 규격과 모델이 궁금했다. 마침 기회가 되어 베트남 다낭시를 방문한 민상홍 선생님의 베트남 공구상 탐방기를 소개한다.
지난 6월 2일부터 6일까지 3박5일간 아들과 함께 베트남 다낭시를 방문했다. 의료기기회사에 재직 중인 아들은 베트남의 의료기기 현장을 둘러보려는 목적이었고 기계공구 쪽 전문인 나는 공구 쪽을 둘러보자는 목적으로 다녀온 여행이었다. 여름철 베트남은 비가 많이 온다고 해 우의 등을 챙겨갔지만 다행히 여행 내내 비는 내리지 않았다.
방문했던 베트남 다낭시의 ‘한 시장(Chợ Hàn)’은 다낭 최대의 재래시장으로, 다낭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방문하는 명소다. 이곳에 방문한 여행객들은 보통 신발이나 가방, 의류, 베트남 전통 식료품 등을 구입하고는 하는데 시장 바로 근처에 공구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마도 드물 것이다. 미리 검색을 통해 공구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간 거였지만 막상 방문했을 때 나 역시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치 대구 북성로 공구거리에 온 것으로 착각할 만큼 그 규모와 업체 수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공구거리에는 블록마다 소규모 공구 매장들이 수없이 모여 있었다. 각 공구상마다 매장 앞 도로에 공구를 정신없이 내놓고 진열해 둔 모습이 우리나라 공구거리 모습과 꼭 닮아있었다. 그런데 매장 안으로 들어가 보니 상품 진열은 진열이라고 할 것도 없이 그저 빽빽하게 쌓아 둔 것이 다였다. 그것도 품목별로 구분해 쌓아 둔 것도 아니고 그저 자리가 있으면 있는 대로 채워 둔 것 같았다. 안전모든 예초기든 전동 드릴이든 전부 한자리에 걸려 있었다.
요즘 우리나라 공구상은 중소 도시의 공구상만 하더라도 세련된 인테리어에 진열도 깔끔하게 해 둔 곳이 많은데 베트남의 공구상은 과거 1980~90년대 우리나라 공구상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는 매장을 찾아 보기가 힘들었다. 그럼에도 공구상 대표들은 어떤 공구가 어디에 놓여 있는지 꼼꼼하게 기억하고 있는 듯, 찾는 물건을 곧장 꺼내어 주었다. 아마 자기들 나름대로의 공구 배치 규칙이 있는 모양이지 싶었다.
판매하는 공구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본적인 수공구류부터 각종 전공공구, 에어공구, 측정공구, 공구함이나 캐스터(바퀴류), 각종 볼트너트들. 일 년 내내 기온이 높다 보니 풀이 많이 자라서인지 각종 예초기류를 진열해 둔 공구상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신기했던 것은 판매하는 전동공구 가운데 배터리 충전식 전동공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아마 가격이 비싸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거의 대부분 충전식으로 넘어간 우리나라와는 달리 베트남에서는 아직 전원 연결식 전동공구가 일반적으로 판매되고 또 사용되고 있는 듯 싶었다.
베트남 공구상에서 판매되는 공구 브랜드들 가운데 내가 알고 있는 브랜드는 보쉬, 디월트, 그리고 마끼다 정도뿐이었다. 나머지 브랜드들은 처음 보는 베트남 공구 브랜드들인 것 같았다. 그런데 처음 보는 공구 브랜드의 글자체나 브랜드명, 포장박스의 색상이 익숙한 것이 아무래도 유명 브랜드의 이미테이션(모조품)들인 것 같았다. 다낭에 갈 때는 옷 한 벌만 들고 가면 되고 나머지 옷은 한 시장에서 ‘짝퉁’을 사면 된다고들 하는데, 아마 공구도 비슷한 모양이다. 보쉬, 디월트 등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도 대리점 개념으로 수입해 와 판매하는 업체들이 많겠지만 어쩌면 그 브랜드 제품들도 이미테이션 제품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트남 하노이 삼성전자에서 근무하고 있는 처남 이야기를 들어 보면 베트남 자체 공구 브랜드는 정말 미약한 수준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공구상과의 차이점 또 한 가지는 판매 가격에 관한 것이었다. 제품에 바코드는 둘째 치고 가격표도 붙어있지 않아 가격이 정찰제가 아닌 무조건 흥정으로 매겨졌다. 정가라는 개념이 없었다. 가게 주인이 부르는 가격에서 깎고 또 깎은 가격이 물건의 가격이다. 이런 점은 정말 우리나라보다 한참이나 뒤떨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베트남에서 이것은 공구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한 시장에서 판매되는 공구 이외의 의류나 화장품, 각종 식료품, 기념품들 모두가 마찬가지다. 정가는 없고 주인과 흥정하는 가격이 제가격이다. 결제도 무조건 현금 거래로 카드 사용은 불가하다. 어쩌면 우리가 현지인이 아니라 관광객이라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가격이 워낙 저렴하다 보니 바가지 썼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베트남에서 사용되는 공구의 목적은 탈것의 수리인 경우가 많다. 베트남은 오토바이 이용자가 많기로 유명한 국가이다. 2018년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통계를 보면 베트남 오토바이 수는 대략 4,600만 대 수준. 거리를 걸어가는 동안에는 옆으로 지나가는 오토바이의 엔진 소리와 경적 소리에 정신 차릴 틈이 없다. 공구상에서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상황에서도 매장에 여러 대의 오토바이들이 방문해 물건을 가지고 가곤 했다. 우리나라의 퀵 서비스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 소규모 물류 유통이 매우 잦게 이루어졌다. 아마 베트남 나름대로의 물류 시스템이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 어쨌든 이런 오토바이, 그리고 오토바이와 함께 이용되는 자동차 수리에 공구가 사용되는데 동남아의 자동차 시장은 우리나라와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상태다. 그렇다 보니 자동차 등 수리에 사용하는 공구의 도량형 역시도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밀리미터(mm), 센티미터(cm)단위가 일반화되어 있었다. 측정공구 등도 인치(inch)가 아닌 밀리미터 센티미터 단위가 보편적으로 적용되어 있었다. 베트남에서 도로의 거리 등을 표기할 때는 킬로미터가 아닌 야드(yard)나 마일(mile)로 표기되는 것과는 상반된 점이었다.
공구상 직원은 두세 명 정도였는데, 가족이 함께 경영 하는 공구상이 많아 보였다. 주인 내외와 젊은 자녀. 젊은 직원이 정말로 자녀인지는 불확실하지만 가족경영이 일반적이라는 느낌이 물씬 들었다. 그렇게 두세 명의 직원 중 한 명은 고객을 응대하며 찾는 공구를 찾아주는 역할을 했고 다른 한 명은 회계 업무를 보는 듯 했다. 그런 점 역시도 우리나라 공구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공구상을 둘러보고 공구상 주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느낀 점은 굉장히 친절하고 호의적이라는 느낌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왔고, 베트남의 공구상을 취재하고 싶다고 하자 흔쾌히 취재를 허락해 주었다. 사진도 마음껏 찍게 해 주었고 친절하게 설명도 해 주었다. 이런 점들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친절하고 상냥한 베트남인들의 국민성을 느낄 수 있었다.
아들과 함께 3박5일간 돌아본 베트남 다낭 공구상들의 전반적인 느낌은 우리나라 공구상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도로변에 공구제품을 진열해 두는 모습, 판매하는 제품들의 부류들, 친절한 직원들까지. 제품의 브랜드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브랜드들이 많다는 점만 빼면 사진으로만 봐서는 우리나라 공구상인지 베트남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워낙 더운 지역인 데다가 에어컨이 설치된 매장도 별로 없어, 우리나라처럼 활발한 고객 응대를 보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내가 방문했던 날도 기온이 38도를 웃도는 날이었다. 공구상 매장의 직원들은 더위에 지쳐 쉬고 있다가 방문한 손님이 찾는 공구를 내어주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래도 친절한 직원들이었지만 이 정도 더위라면 나 역시도 지쳐 장사할 의욕이 나지 않겠구나 싶었다. 어쩌면 그런 점에서 베트남을 비롯, 동남아 국가들의 발전이 더딘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민상홍
글·사진 _ 민상홍 / 정리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