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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CULTURE

돈은 안쓰는 것이다 '김생민'


돈은 안쓰는 것이다 ‘김생민’





욜로시대는 가고 찾아온 ‘생민’시대 
 
올해 초만 하더라도 ‘욜로(YOLO)’가 사회현상으로 일컬어질 만큼 주목받았다. 욜로는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다. 욜로족은 내 집 마련, 노후 준비보다 지금 당장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취미생활, 자기계발 등에 돈을 아낌없이 쓴다. 예컨대 모아둔 목돈으로 전셋집을 얻는 대신 세계 여행을 떠나거나 취미생활에 한 달 월급만큼을 소비하는 것 등이 해당된다. 그러나 그런 ‘욜로족’은 한편으로는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끼며 불확실한 현실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그리고 근검절약과 노동의 강조 등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노력하자는 김생민이 나타났다. 여러 이유로 자신이 하지 못하는 ‘욜로’라이프에 공감 못하던 사람들은 그에게 열광한다. 김생민은 누구나 성실하게 노력하고 아끼면 장밋빛 미래를 개척해나갈 수 있다는 희망과 위안을 준다. 
 
짠돌이? 젊은이들의 경제멘토, 김생민  
 
<김생민의 영수증>은 사회 초년생이나 30대의 몇 달치 영수증을 통해 소비습관을 점검하고 충고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어 30대 남성의 영수증을 본 김생민은 어두운 표정으로 스튜핏이라 말한다. 월 250만원을 벌면서 주거비를 부담하는 30대가 해외여행을 다녀와 300만원의 신용대출을 받고, 50만원 상당의 가죽자켓을 무이자 할부로 구매한 영수증. 각종 피부미용과 피트니스에 수십 만 원 소비한 영수증을 분석하고 야단친다. 동시에 그가 말하는 충고는 무척 현실적이다. 대출을 받아서 아파트를 사라거나 신용카드를 모두 없애라는 충고는 없다. 의뢰인이 가진 현재 수입에 대입해 얼마만큼 소비하는 것이 좋고, 적금의 묘미를 설파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근검절약 팁과 성실함을 강조하는 조언을 한다. 이런 김생민은 더 나은 미래를 희망하며 노력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강타했다.

 
김생민으로 주목되는 성실의 가치
 
김생민은 1992년 KBS 특채로 개그맨이 된 연예인이다. 무대 울렁증으로 개그맨으로 성공하지 못하자 차선책으로 연예인 리포터나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 뛰어들었다. 연예인이라고 모두가 돈을 잘 버는 것이 아니다. 연예인이 하는 일 중 돈 많이 못 받고 주목 받지 못하는 일거리도 많다. 김생민이 하는 연예인 리포터나 영화 소개도 대표적인 연예계 3D 직종이다. 그러나 그는 이것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성실하게 일했다. 그랬기에 ‘연예가중계’, ‘출발 비디오여행’, ‘동물농장’과 같은 대표적인 장수프로그램에서 각각 21년, 20년, 17년씩 출연 할 수 있었다. 그는 소위 말해 톱스타가 아니다. 그렇지만 그가 10년 동안 10억원을 모으며 재테크 전문가로 자리매김한 것은 그의 타고난 성실함과 검소함 덕분이었다.
 
검소하지만 쓸 때는 쓰는 공구인과 비슷해
 
김생민은 어릴 때 집이 가난해 검소함이 체질이 된 사람이다. 옷도 한번 사면 20년을 입고 넥타이는 헤질 때 까지 사용한다. 92년부터 자동이체 적금을 단 한 달도 빼 먹은 적이 없는 사람이지만 어려운 후배를 위해 목돈을 마련해줬다는 등의 미담도 있다. <김생민의 영수증>에서도 의뢰인이 가족 건강을 위해 돈을 사용하거나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것에는 ‘그뤠잇’을 외친다. 그는 그렇게 돈을 벌고 아껴서 ‘부모님’께 집을 사드리고 오피스텔 임대로 월세를 받아 부모님의 용돈으로 사용한다. 김생민이 단순한 ‘자린고비’가 아닌 제대로 돈 쓸 줄 아는 사람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푼돈 모아 목돈을 만드는 것처럼 그의 가늘고 긴 삶의 방식은 불황의 ‘롤모델’로 꼽힌다. 이렇게 쓸 때는 쓰고 아낄 때는 아끼는 그의 모습은 마치 우리 공구인의 모습이다. 현실적인 조언과 성실함 그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까지. 그가 대세가 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글_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