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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CULTURE

자동차 수리로 소문난 덴트의 달인 한창사 강희영 대표


자동차수리로 소문난 덴트의 달인

한창사 강희영 대표





국내최대 중고차 매매시장인 장안평 중고차시장. 이곳에서 자동차 수리, 특히 문콕 등 찌그러진 부위를 복원하는 ‘덴트 수리’로는 한창사의 강희영 대표가 장인의 실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

찌그러진 차 펴내는 덴트, 섬세함이 중요
 
차량 사고가 났을 때, 심하게 우그러지거나 페인트가 벗겨진 경우 철판을 공구로 펴고 새로 칠하는 작업을 판금도색이라 한다. 그 중에서도 철판을 섬세하게 펴내서만 복원이 가능한 작업은 덴트다. 비가 오는 흐린 날씨에도 강희영 대표는 차 한 대가 들어갈 수 있는 좁은 공간에서 앞바퀴 철판이 옴폭 들어간 SUV 차량을 수리하고 있었다. 이동식 LED 조명으로 각도를 조절해 수리할 지점을 밝게 비추고, 철판을 유연해지게끔 불로 살짝 달구고 공구를 밀어 넣어 밖으로 섬세하게 펴냈다. 차는 금세 새 차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수리에 집중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말을 걸기 어려웠다.
“수리할 때 옆에서 보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만큼 차를 아끼는 거고, 궁금하신 것도 많으니까요. 방해한다고 미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옆에 앉아서 친구처럼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하면 재밌어요.”


 
덴트 1세대 개척, 입소문을 타고 
 
1979년 문을 연 장안평 중고차시장이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인 1985년에 그는 한창사를 열었다. 82년 건설회사 정비팀으로 일하며 인도네시아에서 1년 반을 일한 경험이 계기였다. 당시 매일 현장의 사고 차량을 수리하기 위해 판금을 했다. 우그러진 철판에 퍼디를 발라 매끄럽게 펴고 칠까지 빠르게 완성하는 작업이었다. 이후 그는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장안평에서 지인과 함께 자동차 액세서리점을 열었고, 액세서리를 잘 부착하기 위해, 혹은 손님이 찌그러진 차를 가져오면 매끈하게 펴는 작업을 맡았다. 하지만 이것이 ‘덴트’라는 것은 나중에서야 알려진 수리 방법이었다.
“당시에는 덴트라는 단어가 없었어요. 페인트가 깨지거나 벗겨지지 않고, 크게 박은 차가 아니면 거의 판금도색을 할 필요가 없는데, 그때는 이런 사실 자체를 몰랐던 거죠. 철판 안으로 공구를 넣어 패인 곳을 다시 밖으로 밀어내고 망치로 두드리는 작업만으로 끝나면 비용도 훨씬 적게 들고 시간도 절약되거든요. 페인트를 벗겨내고 새로 칠해버리면 다시 벗겨질 확률도 높아지고요.”
모든 일은 개척이 어려운 법. 그는 한창사를 처음 열었을 때 덴트라는 것이 대중에 알려지지 않아 찾아오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2~3년간은 손님이 뜸해 부업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나갔다. 지금은 덴트의 고수로 잘 알려졌지만, 30년 전 당시에는 중고차 딜러들 사이에 서서히 입소문이 나기까지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했다.
“중고차 딜러와 신차 영업사원들은 고객 차 수리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서 간단히 수리할 수 있는 경우는 저희 집으로 많이들 찾아오셨어요. 손님이 마음에 들면 다른 사람에게 소개도 해주셨고요.”
그는 장사의 노하우를 ‘한 손님이 다른 손님 10명을 데려올 수 있다’는 믿음이라고 말했다. 직원을 따로 두지 않는 대신 방문하는 손님을 영업사원으로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기울여 차를 대했다.

 
공구가 없다면 만들어 써야죠
 
덴트 작업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 과정을 따지면 쉬운 게 없다. 사고 난 차량이 왔다면 우선 사고 경위와 수리 위치를 파악한다. 찌그러질 때 충격 받은 자리를 보면 콘크리트에 긁혔는지, 플라스틱에 들이받았는지, 어떻게 해서 사고가 났는지 파악할 수 있다. 그러면 찌그러진 곳을 역순으로 펴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때 철판의 성질, 두께와 강도, 공구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 차 내부 분해도를 모두 고려해야한다.
“철판은 약간의 탄성이 있어서 원래 형태를 찾아가고자 하는 성질이 있어요. 철판이 원형으로 돌아가게끔 도와주는 게 저의 역할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거 아니더라도 공구가 안 들어가는 위치는 수리가 어려워요. 속에 장애물이 많은 차는 비용이 더 들죠. 수리하는 사람은 항상 겉과 속을 동시에 봐요. 금방 수리되겠지 생각해도 막상 뜯어보면 아닌 게 더 많아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쉬운 경우는 한 번도 없었어요.”
100대면 100대 다 같은 수리가 없다. 작은 문콕이라도 10분이 걸릴 수도 있고 10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는 앞바퀴 쪽의 수리를 마치며 이보다는 뒷바퀴가 철판이 두꺼워 작업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그때마다 쓰는 공구도 다르다. 특히 철판 안으로 집어넣는 쇠 고리형의 공구는 위치에 따라 각도와 크기, 길이를 조절해야한다. 그래서 그의 작업실에는 수리할 때마다 직접 단조한 공구들이 많다.
“철재상에서 구해온 쇠를 용접기를 이용해서 거의 녹을 정도로 달궈요. 쇠는 불에 달궈지면 힘을 못 쓰잖아요. 원하는 모양을 망치로 두드려서 만들 수 있죠. 대장간과 비슷하죠.”
 
기술 반, 정성 반으로 고집하는 완벽 수리
 
덴트에 활용되는 공구는 가스용접기, 전기용접기, 가스토치, 망치, 손바닥 크기의 정반, 몽키스패너, 전동드릴, 직각자, 각도조절 작업등 등 다양하다. 이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공구는 망치. 개업 때부터 지금까지 써온 하나밖에 없는 공구다.
“항상 수리의 마지막에 매끈하게 펴는 작업을 할 때 망치를 사용해요. 제일 많이 쓰는 거니까 정이 들었죠. 다른 연장은 많이 잃어버리는데 저 망치는 한 번도 안 잃어버렸어요.”
자동차의 표면은 매끄럽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의 철판은 칠을 하거나 부드럽게 다듬어지지 않아 매우 거칠기 때문에 수리하며 다치는 일도 다반사다. 그러나 그의 차에 대한 애정은 막을 수 없다.
“덴트는 기술이 50%, 정성이 50%예요. 100% 완벽한 작업은 없다고 봐요. 철판 한 번 망가진 걸 수작업으로 섬세하게 펴내야하는 일이니까요. 그럼에도 완벽하게 만들려는 정성이 필요해요. 제 차도 이렇게 수리 못해요.”
쉬운 작업을 위해 개발되었으면 하는 공구가 무엇인지 물어봤다.
“힘이 센 덴트용 전기자석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문콕 당했을 때 그곳에 전기자석을 갖다 대서 원상태로 복귀할 수 있게요. 코드만 꽂으면 자성이 생겨 움푹한 철판을 다시 볼록하게 끌어당기는 자석이죠. 덴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해봤을 거예요.”
 
손님이 좋으면 나도 즐거워
 
한창사는 손님이 수시로 방문하고, 수리시간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예약은 받지 않는다. 인터뷰차 처음 전화를 했을 때도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일정이 달라질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오래도록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니 예기치 않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왔다. 때론 막무가내여서 대하기 어려운 고객도 많았다. 앞사람을 기다려야 한다고 짜증내거나, 불가능한 작업을 억지로 해달라거나, 수리 중 선팅지에 작은 흠집이 생기자 차 한 대분의 고급선팅 값을 물어내라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실력 좋고 고맙다며 다시 찾아오는 단골손님들도 많았다. 장안평이 예전에 비해 사람이 뜸해졌다고 하지만 한창사를 찾는 전화는 수시로 울렸다. 그는 손님이 많아 명절에도 며칠 쉬지 못한다고, 일상처럼 말했다. 오는 이를 편안히 대하는 영업방식 때문일까.
“차주분이 수리 받고 기분 좋게 나가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전 손님에게 “또 오세요”라는 말은 하지 않아요. 대신 “지나가는 길에 놀러와 커피한 잔 하셔요”라고는 해요(웃음).”

글·사진_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