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전체메뉴 열기

LIFE & CULTURE

가위박물관에서 살펴본 가위의 역사


가위박물관에서 살펴본 가위의 역사

 



가위란?
 
수공구 가운데 하나인 가위는 축을 중심으로 연결된 한 쌍의 날(刃)을 손잡이를 움켜쥠으로써서로 맞닿게 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공구다. 보통 천이나 종이, 가죽, 털, 철사 등 얇고 가는 물체를 자르는 용도로 사용한다. 
우리말 가위의 어원은 ‘자르다(割)’의 의미를 가진 중세국어 ‘애(갓애)’에서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단어 Scissors의 어원은 라틴어로 ‘절단기‘를 뜻하는 단어인 ‘Cisoria’에서 유래한다는 설이 유력한데, 또 다른 가설로는 로마 제국의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어머니의 배를 가르고 태어났다는 점에서 카이사르(Caesar)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설도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 발명되다
 
인류 최초의 가위는 기원전 16세기, 고대 이집트에서 처음으로 발명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발견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가위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견된 기원전 1000년경의 가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위는 손잡이가 연결된 유연한 곡선 형태로 이루어져 있는데 생김새는 축을 중심으로 날이 교차된 형태가 아닌, 지금의 쪽가위처럼 한 개의 다리를 U자 형태로 구부려 만든 모양새로 되어 있다. 문헌에 기록된 역사로는 기원전 1300~600년경 바빌로니아 문헌과 구약성서에 나오는 양털을 자르는 가위가 최초로, 모양에 대한 언급은 없고 재료가 철이라는 기록만 남아 있다. 이런 쪽가위 형태의 초기 가위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오랜 세월동안 이어져 왔다. 주로 양털을 깎는 데 쓰이거나 가위나 손바느질용 소형 가위로 만들어지고 있다. 

 
동양 신화 속의 가위
 
중국 천지창조 신화에 등장하는 복희와 여와는 상반신은 사람 하반신은 뱀의 모습을 하고 있는 신으로, 오른쪽에는 남신 복희가 자를 들고 있고 왼쪽에는 여신 여와가 가위(또는 컴퍼스)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인간을 창조하고 새로운 생명의 잉태를 상징하는 여와의 가위는 인간의 지속적인 탄생을 상징하는 연속성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동양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가위는 기원전 200년경 중국 전한 시대 무덤에서 출토된 8자형 가위이며, 그 다음으로 오래된 가위는 기원후 500년경 중국 남북조시대 무덤에서 출토된 V자형 가위이다. 그 후 후한 시대부터 송나라 때까지 8자형 철제 가위가 무덤의 부장품으로 자주 출토되었고, 시대에 따른 형태의 변화는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있다.
 
로마에서 발명된 축이 있는 X자형 가위
 
쪽가위 말고도 ‘가위’하면 곧장 떠오르는, 벌리면 축을 중심으로 X자 형태가 되는 가위 역시 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서기 100년경 고대 로마에서 이집트인들의 쪽가위 디자인을 각색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중심축을 기준으로 손잡이와 날이 교차되는 형태의 X자형 가위를 만들어냈다. 이 형태의 가위는 로마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에까지 전해졌으며 축을 기준으로 날을 교차시킨다는 아이디어는 지금까지도 거의 모든 가위에 적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가위로는 경주 분황사 석탑에서 발견된 신라시대 가위가 전해진다.


 
수공예품과도 같았던 19세기의 가위
 
초기의 가위는 의류 제조업자들이나 이발사들에 의해 사용되었지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도구는 아니었다. 생산에 상당한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 가위는 쇠나 강철의 단조 공정을 통해 수작업으로 만들어졌다. 가위의 날카로운 날은 하나하나 모루 위에서 대장장이들의 망치질을 통해 탄생됐던 것이다. 대장간의 화로 속에서 가열된 철은 달궈진 채 구부러져 쪽가위 형태의 가위에 필요한 손잡이의 탄성을 만들어내고 여러 차례의 냉각과 재가열을 통해 그 유연성을 완성시켰다. 그처럼 섬세하고 많은 작업 공정이 필요했기 때문에 가위는 소량으로만 만들어졌던 것이다. 당시의 가위는 정교하게 수식된 손잡이가 달린 수공예품과도 같은 것이었다.
유럽에서는 18세기 즈음까지 그렇게 소량으로 만들어진 가위 하나하나에 각자의 용도를 부여했다. 달걀 껍데기를 자르는 데 사용하는 가위, 편지봉투를 자르기 위한 가위, 어항의 수초를 자르는 용도의 가위 심지어는 포도 줄기를 먹기 좋은 만큼 잘라 가져오기 위한 가위까지 말이다. 또한 각각의 가위에는 그 가위를 상징하는 모습을 새겨놓기까지 했다. 달걀을 자르는 가위에는 닭을, 포도 줄기를 자르는 가위에는 포도를 막 따먹으려 하는 여우를. 그만큼이나 가위는 예술품처럼 제작되었다.

 
 
가위 대량 생산의 길을 연 로버트 힝클리프
 
고대 로마에서 발명되었다는 중심축이 장착된 X자 형태의 가위는 말한 것처럼 소량으로만 만들어졌다. 1761년까지만 해도 말이다.
영국인 로버트 힝클리프는 1761년, 강철을 이용해 최초로 가위의 대량 생산의 길을 열었다. 최초의 현대적 가위를 만들어 낸 것이다. 런던에 거주하던 힝클리프는 ‘훌륭한 가위 제조업체(Fine scissor manufacturer)’라 적힌 간판을 처음으로 내건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가위와 동일한 형태의 가위가 탄생한 것은 19세기에 들어선 이후부터다. 비로소 손잡이에 보우(Bows)라고 불리는 원형 구멍이 생긴 것이다. 강철에 구멍을 뚫고 모루 끝의 뾰족한 부분을 이용해 구멍을 확대시키는 방식으로 만든 손잡이였다. 
 
인간의 태어남과 죽음을 상징하는 가위
 
삼신할머니가 아이를 점지해 준다는 전설이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유럽에서는 아기를 황새가 물어다 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황새가위는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유럽의 가위다. 특히 황새의 전신이 가위 모양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점이 특이하다. 가위 몸체는 황새의 날개와 몸, 자르는 가윗날은 부리, 손잡이는 다리와 발톱 모양을 그대로 살려 가위 자체가 한 마리의 황새 모양을 하고 있다. 장인의 세공 기술과 도금에 따라 그 품질과 가치가 정해지는 황새 가위는 주로 여성들이 바느질을 하거나 자수를 놓을 때 사용되며, 또한 황새와 아이의 연결에서 본다면 아기의 탯줄을 자르는 행위에도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아이의 탄생을 황새, 그리고 가위와 연결시키는 것에는 일리가 있다. 인간이 태어나 맨 처음 접하는 공구가 바로 가위이기 때문이다. 탯줄을 자를 때 가위가 사용된다. 우리나라의 문화에서는 태어남과 상반된 죽음에도 가위가 등장한다. 세상과의 인연을 끊고 가시라는 의미에서 하관 시 가위를 부장품으로 함께 묻는다. 또한 쇳소리가 잡귀를 물리친다는 의미에서 저승 길 편히 가시라고 부장하기도 한다.

 
다양한 기능을 갖춘 현재의 가위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가위는 로마 가위의 아이디어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변화가 있다면 바로 손잡이다. 오늘날 가위의 손잡이는 사용자의 용도에 맞게끔 강한 힘으로 자르거나 또는 정밀하게 자를 수 있도록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플라스틱 또는 고무로 만들어진다. 뿐만 아니라 일부 가위는 집게손가락이 들어가는 손잡이구멍 아래에 다른 손가락을 얹어 더 나은 힘을 가하게 만든 받침(손걸이)이 붙어 있기도 하다. 미용실에서 사용하는 가위에서 그런 받침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가위는 더 이상 손으로만 사용 가능한 것이 아니다. 손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발로 작동하는 가위도 출시되었고, 전신을 움직일 수 없는 이들도 목소리를 통해 작업 가능한 구동(口動)식 가위도 개발되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어쩌면 공구의 발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글·사진 _ 이대훈   취재협조 _ 전북 진안 가위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