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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CULTURE

시골마을 로봇 발명가 초당농산 황유연 대표


시골마을 로봇 발명가

초당농산 황유연 대표





농촌 시골마을에 로봇 발명가가 산다! 그것도 그냥 로봇이 아니라 공장을 경비하는 무인경비로봇이다. 
이름부터 신기한 은개미 로봇을 만든 초당농산 황유연 대표를 만났다.

 
세콤을 대신하는 무인경비로봇
 
“정지! 정지! 누구냐 누구냐 더 접근하면 침입자로 간주하겠다!”
충청남도 금산군 한적한 시골마을의 한 공장. 철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서자 난데없이 ‘꼼짝마!’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자를 위협하는 말소리가 들려온다. 이 공장을 지키고 있는 무인 경비. 은개미 로봇이다. 눈에서는 시뻘건 불빛을 반짝이고 시끄러운 총소리까지 내며 움직여 다가오는 이 은개미 로봇을 만든 사람은 다름아닌 이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초당농산 황유연 대표다.
“깜짝 놀라셨죠? 무단침입하는 사람을 경계하기 위해서 만든 로봇이에요. 아파트 현관 천장에 달린 센서등의 움직임 감지 센서를 장착해서 작동하게 만들었어요. 도둑이 밤에 슬쩍 들어오기라도 했다가 불빛이 번쩍이고 시끄럽게 떠들고 하는 로봇 때문에 겁나게 기분 나쁘겠죠. 하하하. 10년 동안 이 녀석이 우리 공장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대표가 은개미 로봇을 만든 이유는 정말로 그것이다. 공장을 경비하기 위해서.
1993년 대표는 지금 공장 자리에서 농산물 가공 공장을 시작했다. 몇 차례의 사업 굴곡을 견뎌내며 운영하던 대표는 2004년 무렵 큰 부도를 맞게 됐다. 무리한 투자가 부도의 원인이었다.
“운이 없었던 거죠. 그렇게 몇 억의 금액을 부도 맞고 요금이 6개월 밀리니까 세콤이 끊기더라고요. 저희가 세콤을 96년부터 이용하고 있었거든요. 당시에 이런 시골에서는 세콤 단 집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도 저희는 실험실에 있는 장비들이 워낙 고가 장비이다 보니까 설치했던 거였는데 끊겨버렸으니 어쩌겠어요. 그래서 맨 처음 경비 로봇을 만들었던 거예요.”

 
1세대부터 4세대까지 진화해 온 은개미로봇
 
세콤을 대신하기 위해 처음 만들었던 1세대 개미 로봇은 철근을 이용해서 만든 로봇이었다. 공장 주변에 있던 고물상에서 철근, 술잔, 쇳조각 등을 가져와 이어 붙여 만들었다. 아파트 등의 계단 천장에 붙어 있는 센서등의 움직임 감지 센서는 이때부터 사용됐다.
“처음 만든 건 사실 로봇이라기보다는 움직이지 않는 개미 인형에 더 가까웠어어요. 그렇게 만든 걸 보고는 누가 그래요 ‘이거 개민데 움직이면 로봇이네’ 딱 그 소리를 들으니까 번뜩 하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모터를 하나 달고 센서를 달았죠. 사람들은 움직임 센서를 가지고 모터를 돌릴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어요. 이 센서가 보통 3미터 정도 감지하거든요. 밤에는 더 감지해요. 그렇게 해서 만든 1세대 개미 로봇은 옆으로 움직이기만 했어요.”
2006년도 무렵. 금산에서 열린 인삼축제에 가져다 둔 1세대 개미 로봇을 본 누군가가 꺼낸 ‘저거 말까지 하면 더 좋겠는데’라는 이야기. 그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개미 로봇의 진화는 시작됐다.
현재 4세대인 은개미 로봇은 앞뒤로 2미터의 거리를 스스로 왔다갔다 하면서 몸을 좌우로 흔들며 양손을 위아래로 흔든다. 거기에 침입자를 경고하는 메시지까지 발화하는 수준이다. 전문가가 보더라도 그 제작 기술이나 외형적인 모습이나 놀랠 만하다.


 
오토바이 수리로 익힌 전기 기술로 로봇 제작
 
황유연 대표가 대학에서 로봇 제작 기술을 공부하기라도 했느냐 하면 결코 아니다. 로봇 제작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단 한 번도 배운 적 없다. 그는 자신의 최종 학력이 중학교 졸업임을 자랑스레 말한다. 그 이후의 경험들이 지금 자신이 갖고 있는 기술을 익힐 수 있게 해 줬기 때문이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오토바이 수리점에서 몇 년 근무했어요. 그 때 오토바이 전기 배선은 거의 통달을 했죠. 그랬던 게 아마 이 로봇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로봇은 거의 전기 기술이 우선이거든요. 전기 전자 그리고 용접. 그 기술을 가지고 완전히 아날로그 방식으로 로봇을 만들고 있습니다.”
각종 분야의 박사들이 협업을 통해 만드는 IT기술이 결합된 디지털 방식의 로봇이 아닌, 황 대표가 제작하는 아날로그 방식의 로봇. 복잡한 구성의 로봇이 아닌 단순한 이 은개미 로봇이 그는 참 좋단다. 고장 나도 부품 하나만 교체하면 곧장 고쳐지고 녹이 나면 페이트칠 한 번 더 칠해주면 끝이고. 제작비용도 훨씬 적게 든다. 센서등의 센서는 동네 철물점에서 5000원이면 구입이 가능하단다.
“나는 이 은개미 로봇이 정말 좋아요. 녀석 덕분인지 설치한지 10년 동안 도둑 한 번 들지 않았다니까요. 마음 편하게 살죠. 그렇다고 쟈들이 월급 달라 소리를 합니까 노사 분규를 일으킵니까? 불평불만 한 마디도 없어요. 하하하. 여름에 덥다 겨울에 춥다 소리도 절대 안 하고.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거예요.”

 
맥가이버 황, 황유연 대표가 사용하는 공구
 
대표가 자신의 기술을 이용해 제작한 건 로봇뿐만이 아니다. 공장에서 사용하는 각종 기계들도 전부 다 대표가 직접 제작하거나 개조한 것들이다. 작은 알약 껍데기를 만드는 타정기나 알약에 코팅을 하는 제피기도 대표가 직접 만든 것. 또한 초음파 세척기를 비롯해 사람이 공장 안에 들어서면 자동으로 작동되는 환풍기, 먼지제거기, 작업자의 손을 보호하는 기계안전장치, 손을 대지 않고 발로 레버를 밟으면 물이 나오는 세면기 등. 실험실에도 그가 발명한 실험기구가 즐비하다. 이렇게 모든 걸 다 직접 개조하고 만들어 주변 사람들로부터 ‘맥가이버 황’이라 부르는 황유연 대표. 맥가이버에게 맥가이버칼이 필요하듯 황유연 대표에게도 각종 제작을 위한 공구는 필수적이다.
초당농산 작업장 마당에는 공구가 한가득 놓여 있다. 알곤용접기부터 일반 용접기, 커터기가 두 대, 핸드 그라인더, 드릴은 작은 핸드드릴부터 임팩드릴까지 여섯 개 정도가 눈에 띈다.
“작업을 할 때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서는 같은 공구도 여러 개가 필요하거든요. 예를 들어 커터기 같은 것도 하나는 절단용으로 사용하고 다른 하나는 연마용으로 사용하고. 그리고 드릴도 빠른 속도가 필요한 작업이 있고 또 강한 힘이 필요한 작업이 있으니까 다양한 제품을 갖고 있는 거예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불편한 것들을 하나씩 개선하는 발명가로서의 삶을 이어갈 생각이라는 그는 공장의 직원들이 하는 작업을 도와주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 한다. 무거운 것을 대신 들어주는 로봇이나 레일을 따라 움직이면서 농산물의 색깔을 구분해 작업을 도와주는 로봇 그리고 작업자의 안전을 보호해 주는 로봇을 발명하는 것이 황유연 대표가 가진 인생의 목표다.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