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CULTURE
주중에는 공구인 주말에는 사진작가 - 서미트 박장로 대표
주중에는 공구인 주말에는 사진작가
서미트 박장로 대표
사진을 찍는 사람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고품질의 사진을 찍는 카메라 장비는 비싸고 또 제대로 된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높은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우리 가까이에서 각종 측정기기를 생산 판매하는 서미트의 박장로 대표는 접사 사진 촬영을 주로 한다. 주중에는 공구인, 주말에는 사진작가로 살아가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맨눈으로 보지 못하던 자연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어 모든 사람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세상이 되었다. 이제는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고 SNS로 타인들과 사진을 공유하는 시대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카메라에 대한 이해와 사물에 대한 관찰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빛이 부족할 때, 피사체와의 거리가 너무 멀거나 가까울 때 등 단순히 셔터를 누르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된 사진을 얻기는 어렵다. 이처럼 거칠고 다양한 환경에서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만드는 서미트의 박장로 대표는 사진 촬영 전문가라 할 수 있다. 특히 접사로 곤충이나 식물을 촬영하는 부분에서는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다.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어요. 특히 나비가 우화하는 장면을 찍을 때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우화하는 순간을 찍기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린 적도 있지요. 여러 가지 일이 많은데 나비가 우화 할 때까지 기다리고 또 번데기에서 탈피한 이후 날개가 마르기까지 기다리면서 그 과정을 사진으로 촬영을 합니다. 모든 나비가 다 하늘을 나는 것이 아닙니다. 애벌레, 번데기 과정을 거치다 마지막에 안타깝게 날아오르지 못하고 그냥 땅에 떨어지는 경우도 있어요. 또 몇 시간을 걸쳐서 기진맥진했던 나비가 내 손 위에 올라서서 휴식을 취하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경우도 있고요. 그 순간 느낀 감동은 잊기 어렵죠. 접사사진은 단순히 장비를 사서 찍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돈, 시간, 관련 지식, 운까지 갖추어야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내가 맨 눈으로는 보지 못했던 자연의 한 부분을 카메라를 통해 보고 또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접사라 생각하면 됩니다.”
가장 어렵다는 곤충 촬영 즐겨
접사 촬영의 피사체는 다양하다. 하지만 주로 곤충이나 꽃을 많이 촬영한다. 이 중에서 나비와 같은 곤충을 접사 촬영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접사의 대상이 되는 곤충을 찍을 때는 시간이 무척 많이 걸리고 강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일단 곤충은 사람처럼 사진가가 원하는 자세를 취해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산이나 바다처럼 그 자리 그대로 있는 것도 아니다. 기껏 구도나 초점을 맞추었는데 곤충이 눈치채고 움직이면 허탈해진다. 나비를 촬영할 때도 그렇다. 날개가 크기 때문에 촬영이 쉬울 것 같으나 사실 쉽지 않다. 박장로 대표는 다년간의 경험이 쌓이고 나서야 피사체인 나비와 교감을 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고 나비를 손에 올려놓고 촬영을 할 수 있었다.
“장비를 갖추었다고 사진촬영이 바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일반적인 사진은 금방 찍을 수 있죠. 그런데 생각했던 주제를 가지고 또 원하는 구도와 색감을 잡아내는 것은 쉽지 않죠. 그렇다고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관찰력과 운도 따라야 하는 것 같아요. 나비가 우화되는 순간을 보기 위해 수 시간 동안 한 자리에서 카메라를 들고 버티고 있는데 우화되지 못하고 죽는 경우도 있고요. 왜 돈 들이고 시간 들여 접사 촬영을 하냐고 묻느냐면 대답은 쉽지 않네요. 다만 좋아서 또 많이 배우고 느낄 수 있어서라고 말 하고 싶습니다.”
카탈로그 만들다 접하게 된 카메라
박장로 대표는 사진 촬영을 통해 공구업계 사람이 아닌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을 만나는 점도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단순 취미활동이라 하기에는 입문하기에 쉽지 않은 것이 사진 촬영이다. 장비를 갖추는데 사용되는 비용도 적지 않고 장비를 갖추어도 촬영 실력은 쉽게 오르지 않는다. 그에게 사진 촬영을 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전에는 낚시를 하다가 골프를 쳤어요. 그런데 사업을 시작하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대략 7년쯤 되었네요. 사업을 시작하고 홍보에 필요한 카탈로그를 만드는데 꽤 많은 비용을 요구 했어요. 몇 달 뒤, 카탈로그 안의 제품사진 하나 교체하는데 또 업체서 같은 금액을 달라고 하는 겁니다. 부당 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 한 장만 바꾸면 되는데…. 그래서 내가 직접 해보자 하고 이 일을 할 수 있는 직원을 채용하고 카메라를 그날 바로 샀습니다. ‘우리 지금부터 카탈로그 만든다’ 라고 말했죠. 그때 직원은 대학을 갓 졸업한 딸을 비롯해 몇 명 되지 않았어요. 신입직원을 뽑아서 카메라 촬영 연구하라고 했지만 나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나에게는 서울 용산에 사진 찍는 친구가 있었죠. 그래서 친구에게 사진을 좀 알려달라고 부탁을 하니 친구는 우선 카메라를 들고 1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진을 찍으라고 하더라 구요. 내가 아쉬우니 따라야 했죠.”
경기도 구리시에 ‘동구릉’이라는 곳이 있다. 조선왕조 역대 여러 왕과 왕후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그는 아침 마다 1년 동안 사진을 찍었다. 먼저 사진을 하는 친구가 1년 동안 무조건 찍으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1년 동안 찍다 보니 조리개 값, 노출, 심도, 셔터스피드를 알게 되었다. 그런 후에야 친구가 사진 구도에 대해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처음에는 업무적으로 시작했던 사진이 참 좋아졌다.
잡지에 사진 실리더니 네이버에 노출
그렇게 7년 동안 언제 어디를 가나 그의 옆에는 카메라가 존재하게 되었다. 지금도 그는 남들이 잠들어 있는 시간인 새벽 3시, 4시에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시작한다. 새벽이라는 시간대가 사진 촬영에 가장 좋기 때문이다. 그는 이처럼 열정적으로 사진 촬영을 즐겨 하면서도 사업체 역시도 성공적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측정기기 제조업체인 서미트에 입사해 열심히 직장생활을 했죠. 국내 공구상 사장님들에게 측정기기를 많이 팔아왔습니다. 서미트 영업을 하다가 국내 판매를 중심으로 하는 회사를 세웠습니다. 이름도 같은 서미트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국내에 서미트 브랜드 측정기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측정기기 공구를 납품하고 있죠. 사실 사업을 하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직원관리 단가관리 등 여러 가지 생각하지 못했던 사건 사고도 발생합니다. 그래서 사업을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저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내가 좋아서 사진을 찍게 되고 그러다보니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 같아요. 한양대에서 사진관련 수업을 듣고 그곳에서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늘 측정관련 공구만 가까이 하다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니 좋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좋은 일들도 많이 생기더군요. 건강한 취미가 있으면 인생이 즐겁습니다.”
그는 단순한 취미라고 말 하나 그의 사진 실력은 취미를 넘어섰다. 이제는 그의 이름 옆에 작가라는 호칭이 전혀 부족하지 않다. 네이버 포털사이트에 ‘박장로’라는 이름을 치면 포스트코너에 ‘또 다른 작은 세상들’이라는 포토 에세이가 노출 된다. 지난 2월 비디오 디지털 카메라 매거진 ‘VDCM’에 그의 사진들이 수록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사진 전시카페 ‘카페필트레’에서 동호인들과 모여 사진이야기를 하고 사진이 전시되기도 한다. 그의 인생에는 회사와 집 이외에도 ‘카페필트레’와 동호인들이 있다. 평일에는 공구인들을 만나고 주말에는 사진을 찍는 그의 삶은 건강하고 즐거워 보인다. 그의 사업과 작품 활동이 항상 잘 되기를 기원한다.
글 · 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