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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CULTURE

[베스트 파트너] 공구 A/S 파트너 父子

 

공구 A/S 파트너 父子

 

크레텍 김한태 대리·김영훈 주임

 

 

 

 

예로부터 스승은 사부(師父), 가르침을 주는 아버지라 일컫기도 했다. 그만큼 자신에게 
뭔가를 가르쳐 인도하는 이를 높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담 정말로 아버지가 스승이라면 어떨까? 
여기 사부와 제자같은 부자가 있으니 크레텍 김한태 대리와 김영훈 주임이 그들이다.

 

 

가르침을 주고받는 공구 수리 부자


이곳은 오일작기 수리 현장. 주변에는 기름때 묻은 갖가지 수공구와 체인, 오일 주입기, 기름통, 각종 재활용 부품 등이 정신없이 놓여 있다. 그런 두서없는 환경이지만 그 속에서도 전문가의 누적된 세월이 느껴진다. 현장 한쪽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작기 수리할 때는 에어를 빼는 게 가장 중요해. 에어를 완전히 제거해야 정상작동 되는데 하다 보면 에어가 빨려 들어가는 경우가 있어. 또 작기 손잡이를 너무 빨리 올렸다 내렸다 하면 안 돼. 일정한 속도로 천천히 움직여야 한단 말이야.”
마치 스승이 제자에게 전달하는 문장과도 같은, 크레텍 김한태 대리가 김영훈 주임에게 하는 말들. 이 둘은 사실 아빠와 아들이다.

 

 

앞날의 길을 제시해 준 파트너, 아버지


김영훈 주임이 어렸던 시절, 아버지는 지금의 회사 근방에서 유압공구 제품을 판매 및 수리하는 공구상을 운영하고 있었더란다. 종종 아버지의 가게에 놀러가곤 했던 김 주임의 눈에 들어왔던 것은 수리에 필요한 갖가지 공구들의 모습과 유압 기계들을 수리하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었고 그런 경험과 본보기를 통해 김영훈 주임도 자연스레 아버지와 비슷한 인생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아버지가 딱히 저에게 ‘너도 이렇게 해’ 하셨던 적은 없어요. 그냥 제가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배우고 살아오다 보니까 당연하게도 이 쪽으로 온 것 같아요.”
그래도 아버지가 항상 김 주임에게 해 왔던 말은 있다. 남들이 다 하는 일보다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말. 김 주임은 아버지의 그 말에 따라 수리하는 쪽으로 기술을 배워 왔다.
쉽사리 가르쳐줄 수 없는 ‘기술’이라는 것
아버지 김한태 대리는 아들이 공구 수리 쪽으로 인생의 길을 선택할 줄은 전혀 몰랐다고 한다. 아들이 배운 수리 기술도 아빠가 수리하는 유압공구 쪽이 아닌 지게차 수리, 컴프레서 수리 등의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크레텍에 입사하기 전, 아들 김영훈 주임은 지게차 회사의 수리 파트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다른 젊은 친구들 보면 이런 일 하려고들 안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 아들은 자기가 수리 기술을 배운다고 하니까 기특한 거지. 그래도 아직 한참이나 멀었어요. 지게차 수리와 유압 공구 수리는 다르니까. 더 가르쳐야 돼.”
기술, 특히 수리기술이라는 것은 그 기술을 갖고 있는 이들은 남에게 쉽사리 가르쳐주려 들지 않는다. 자신도 밑바닥부터 어깨 너머로 고생해 가며 배워온 것을 남에게 알려 주기가 아까운 것이다. 김영훈 주임은 그런 귀한 공구 수리 기술을 전문가인 아버지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정말로 감사한 일이라 한다.

 


나이든 고수가 수제자를 키우듯


김 주임은 돈 버는 일을 재미있어서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뭔가를 수리해 만들어가는 일이 자신에게는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서일까?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꼼꼼하게 수리하는 모습이 전문가인 아빠의 모습을 빼다박았다.
“대충 해서 될 건 아무 것도 없으니까요. 아버지도 항상 하시는 말씀이 그거에요, 수리를 마쳐서 보낸 공구가 재수리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게 공구 수리의 첫 번째라고요.”
과거 김 주임이 지게차 수리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수리에 필요한 지게차의 기본적인 작동 원리가 궁금해 답답해하던 차에, 아버지에게 물었더니 마치 무림의 고수가 수제자에게 비급을 전수하듯 답이 나왔다.
“지게차에도 유압이 적용되거든요. 아버지는 지게차에 적용된 유압 부분의 작동 구조와 자주 수리가 필요한 부분, 또 어떤 방식으로 수리해야 하는지까지 알려 주셨어요. 그런 전문가적인 모습을 보니까 ‘역시 아빠가 대단하긴 대단하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던한 부자의 서로에게 하고픈 말


지금 김영훈 주임은 크레텍 본사에서, 그리고 김한태 대리는 크레텍 웰딩에서 근무하고 있다. 함께 한자리에서 공구 수리를 하고 싶다는 것이 둘의 바람이다.
보편적인 아빠와 아들처럼 서로에게 무던한, 어쩌면 서먹서먹한 둘. 그래도 둘은 속으로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다. 
“아버지를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 한 번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던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재활을 잘 하셔서 이렇게 지금까지 일을 멋지게 하고 계신 것도 대단하고요. 저도 얼마 전 한 가정의 가장이 됐는데, 그러니까 더 아버지의 대단함이 느껴지더라고요.”
김한태 대리는 모든 부모처럼 아들에게 무엇보다도 안전에 신경쓰라 강조한다.
“기계는 망가지면 다시 고칠 수 있지. 그런데 사람은 한 번 다치면 못 고치는 거야. 그걸 명심해야 해.”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