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CULTURE
JIN철물 최국진 대표의 국밥 이야기
JIN철물 최국진 대표의 국밥 이야기
열심히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JIN철물 최국진 대표는 일할 땐 몰두해 일하고 취미를 즐길 땐 또 열심히 즐기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열심히 사는 것’이라 말한다.
베짱이가 운영하는 등촌역 JIN철물
JIN철물을 취재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블로그 게시물 때문이다. 뭐랄까 다른 공구상이 동화 개미와 베짱이에서의 부지런한 개미를 떠올리게 한다면, JIN철물의 블로그로부터는 베짱이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고나 할까? 분명 상품 입고며 공구상가 방문이며 철물점 운영 이야기가 주 내용이긴 한데 블로그를 채우는 가볍게 통통 튀는 문장들과 그리고 마지막에 꼭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튀김이며 족발 그리고 국밥 사진까지.
일반적인 공구상으로부터는 떠올리기 힘든 베짱이의 모습들로 가득한 블로그. 흥미로워 방문해 JIN철물 최국진 대표 취재를 마친 후의 감상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 아아 이 사람은 ‘진짜’다.
IT회사 직원, 공구상으로 변신
최국진 대표의 전 직업은 IT관련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개인 시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표에게 야근이 많은 그쪽 업계의 일은 잘 맞지 않았다. 또 대표가 어릴 때부터 봐 온, 개인 사업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자유로움이 있는 사업의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회사를 나와 일정한 내 시간을 쓸 수 있는 사업으로 JIN철물을 차린 것이다.
“맨 처음 철물점을 시작하면서 저에게 약속했던 건, 아침 일찍 나와서 저녁까지 무조건 정해진 시간까지 일하자 였어요. 중간에 다른 일에 시간 뺏기지 말고요. 생각했던 것만큼은 시간을 못 내는데 그래도 직장생활을 할 때보다는 제 시간을 많이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시간 낭비를 못 견뎌하는 대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자.’ 최국진 대표의 삶의 모토다. 그것이 바로 JIN철물을 차린 기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저 편하게 쉬고만 싶어 하는 건 결코 아니다. 대표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척이나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제가 원래 그냥 시간 낭비하는 걸 못 참아요. 시간이 남으면 뭐든 해야 해요. 운동도 매일같이 하고요. 자전거를 타거나 한강변을 달려요.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집 안에서 실내바이크로 운동하죠. 또 그래서 퇴근 후에 집에 가서 블로그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는 거고요. 그냥 쉬는 걸 잘 못 해요.”
‘국밥주의자’ 최국진 대표
최국진 대표가 꾸준히 운영하는 블로그는 하나도 아니고 두 개다. 하나는 JIN철물 블로그 다른 하나는 대표의 취미와 일상이 주 컨텐츠인 블로그. 대표의 취미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유명 브랜드의 신발 수집이며 스냅백(모자) 수집, 국내외 여러 곳을 다녀온 뒤 여행기 작성까지. 많은 취미 중에서도 그를 상징하는 취미는 다름 아닌 ‘국밥집 탐방’이라 할 수 있다. 최국진 대표는 자신을 ‘국밥주의자’ 또는 ‘고독한 국밥가’라 칭한다.
“국밥의 매력은 부담 없이 배부른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 같아요. 또 뭐랄까, 정(情)도 느껴지고 그런 게 있잖아요. 가격도 다른 요리해 비해 저렴한 편이고요.”
그의 국밥 사랑은 나름 유명하다. 그의 블로그는 사람들이 꽤 많이 찾는 블로그이며, 한 매체에서는 ‘전국 국밥 맛집 찾아다니는 최국진 씨’라는 주제로 그를 취재했을 정도다.
여행을 가면 아침은 꼭 국밥
국밥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 2012년 즈음부터 현재까지 그가 방문한 전국의 국밥집은 무려 200여 곳에 달한다. 작년, 아내가 아이를 낳은 후로는 얼마 다니지 못했지만 사귀고 결혼해 아이를 낳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국 곳곳의 국밥집을 아내와도 많이 다녔다고 한다.
“저는 여행을 가면 무조건 아침 식사는 꼭 국밥을 먹어요. 아내랑 같이 가면 아침잠이 많은 아내가 아직 자고 있을 때 저는 국밥 먹으러 혼자 가는 거예요. 아내도 그러라고 허락해 주더라고요.”
그가 말하는 국밥 맛집 찾는 비결은 이것이다. 오래된 노포(老鋪)면 웬만하면 다 먹을 만한 식당이다. 오랜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맛이 있다는 거니까. 또 블로그로 검색을 하더라도 블로그에 적힌 글을 보기보다는 사진을 본다는 최국진 대표다. 사진으로 국밥에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를 확인하고 맛집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개미+베짱이=개짱이
최국진 대표의 블로그에는 국밥집을 방문해 그 가게의 국밥을 면밀하게 분석한 게시물이 무려 100개가 넘는다. 하나의 게시물마다 여러 장의 사진과 꼼꼼한 맛 분석이 적혀 있는 걸 보면 작성하는 데 많은 시간이 들었을 것이 눈에 선하다. 그것도 놀면서 작성한 게시물이 아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철물점에 나와 가게 운영을 한 뒤 집으로 돌아가 작성한 게시물들이다. 2010년부터 시작한 블로그의 게시물 수는 국밥집 방문 게시물을 포함해 1500개 이상. 꾸준한 노력 없이는 결코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러고 보니 정정이 필요하겠다. 누가 최국진 대표를 늴리리야 베짱이라고 할 수 있을까. 놀 땐 놀더라도 자신의 삶을 이만큼이나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개미의 부지런함과 베짱이가 가진 자기만의 스타일·개성을 함께 갖추고 있는 그를, 개미와 베짱이를 합친 단어 ‘개짱이’라 부르련다.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