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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CULTURE

우리 아들 해외유학 장학생 됐어요


우리 아들 해외유학 장학생 됐어요

 

충북 제천 다온상사 신대주·신정운 부자

 

 

 

 

다온상사 신대주 대표 아들 신정운 군이 지난 7월 교육부·한국장학재단 주관 ‘우수고등학생 해외유학장학금’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글로벌 기업가를 꿈꾸는 신 군은 기계를 분해 조립하는 등 손재주가 많고 아버지 일도 곧잘 나서서 돕는다. 신 대표가 착실하고 든든한 아들을 키워낸 비결은 무엇일까.

 

 

해외유학 장학생, 전국 5명 중 뽑혀


5년째 충북 제천에서 다온상사를 운영하고 있는 신대주 대표는 요즘 아들 자랑에 기분이 최고다. 경북 구미 금오공업고등학교 정밀기계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 신정운 군은 지난 7월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이 주관하는 ‘우수고등학생 해외유학장학금(드림장학금)’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드림장학금은 저소득층 성적우수 학생들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장학금이다. 서류와 면접 심사를 통해 전국 30명, 특성화고 중에서는 5명의 학생만이 뽑혔다. 장학생에게는 매월 50~70만원의 학업장려비와 유학 카운슬링이 지원되고, 해외 대학으로 진학한 유학생에게는 연간 6만 달러가량의 학비 및 체재비, 4년간 1만 달러의 항공료가 추가 지원된다. 신 군은 현재 금오공고와 캐나다의 프레이저 밸리 대학교(UFV)가 연계한 해외직업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 과정은 현지대학 진학 및 해외 취업을 선택할 수 있어 이번 장학금은 큰 도움이 될 예정이다. 금오공고는 아들의 손재주를 일찍이 알아본 신대주 대표가 진학을 추천한 마이스터고등학교다.
“정운이가 기계만지는 걸 잘해요. 어릴 때 레고부터 시작해서 RC카 부품을 찾아 조립하고 분해도 하고, 공사현장 장비도 경험해보고. 좋아하며 잘하는 분야니까 마이스터고 진학을 권했는데 스스로 선택했어요. 기숙사 생활하면서 1학년 때는 과에서 1등을 하더라고요.”

 

포크레인,  굴착장비, 공구에 관심 많아


신 군의 친구 엄마들은 ‘학원 한 번 보내지도 않고 아들을 어떻게 그렇게 잘 키웠나’고 묻곤 한다. 정운 군이 선택한 엔지니어의 길은 한편으론 고되고 위험을 수반하는 일이라 부모로서 걱정될 법도 하지만, 신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국영수 공부만 하도록 시키는 건 부모 욕심이에요. 좋아하고 잘하는 게 아니면 문제가 생겨요. 또 다들 공부만 열심히 해서 판검사하면 택시와 버스는 누가 몰겠어요. 어려서부터 아이를 지켜보면서 자기가 잘 하는 분야로 갈 수 있도록 방향만 조금씩 잡아줬죠.”
아들 정운 군의 손기술은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 한국광산공업고(현 제천산업고) 출신의 신 대표는 광산의 굴착 장비 오퍼레이터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메카닉으로 관련 직종에 종사하며 싱가포르 케이블터널을 뚫고, 국내 하나밖에 없는 해외 장비를 다루는 등 20년간 국내외 터널 굴착 전문가로 활동했다. 주말에 일하러 나갈 땐 가끔 아들을 데려가 견학시키기도 했다.
“정운이가 7살인가 8살 때 한번은 장비 구경시켜주려고 현장에 데리고 간 적이 있어요. 장비가 로봇처럼 움직이니까 신기해서 따라나섰죠. 마침 일하는데 봐줄 사람이 필요해서 아들보고 이 눈금까지 장비가 오면 스톱 하라고 했거든요. 근데 정확하게 맞추더라고요, 그 어린 애가. 한 사람 몫을 한 거예요.”
신 군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통해 보고 들은 것들에 관심이 많았다.
“포크레인, 지게차, 터널 뚫는 장비랑 가공하는 기계 같은 것들을 보면서 멋있고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로봇을 조립하면서 드라이버, 육각렌치 같은 공구도 썼어요. 공구는 익숙하다보니까 손님이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찾아드릴 수 있어요.”

 

 

공구상은 내 놀 이터… 아빠, 일할 거 더 없어요?


신 대표는 현장 공구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철물점 운영을 하고 싶다는 오랜 소망이 있었다. 마침 제천 시내에 한 철물점을 내놓는다는 소식을 듣고 인수해 2016년 다온상사를 열었다. 온 가족이 함께 물건을 진열하고 페인트칠 등 리모델링을 도왔다. 그때부터 신 군은 가게를 놀이터처럼 드나들며 공구와 친숙해졌다. 다온상사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주변 학교에서 시설을 수리해달라는 요청이 잦아졌고, 그럴 땐 종종 부자가 함께 출장을 가곤 한다.
“학교에 수도꼭지, 손잡이, 화장실 문 등 아이들이 쓰면서 수시로 망가지는 것들이 많아요. 얼마 전에는 계단 난간에 스테인리스 파이프가 떨어져서 주말에 아들과 같이 용접을 했어요. 용접도 이제는 나보다 정운이가 더 잘하더라고. 일하면 대가로 수고비도 주니까, 아빠 일할 거 더 없냐고 물을 때도 있어요.”

 

 

글로벌 CEO가 꿈… 용접 계의 손흥민 목표


신 군은 선생님들에게 ‘만능가제트’로 불린다. 기계를 만져본 경험이 토대가 돼 학교 실습 때도 늘 높은 성적을 받아왔다. 가장 매력을 느낀 분야는 용접. 강렬한 불꽃이 튀는 모습이 멋져보였다고 한다. 그는 얼마 전 용접산업기사에 합격했다.
“학교에서 자기한테 맞는 과를 선택하고 그 분야로 나갈 수 있는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하는데 저는 용접을 선택했어요. 유학을 가면 용접을 전문적으로 배울 예정이에요. 미리 적응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캐나다에 한 달 다녀왔어요. 대학교에 가서 과제도 해보고, 현지를 돌아다녀 보기도 했어요.”
예정과 달리 코로나로 인해 유학 프로그램이 내년으로 늦춰진 상황이지만, 그는 영어공부를 하는 등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의 포부도 남다르다.
“한국에서 용접사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싶어요. 캐나다 호주 같은 곳에서는 기술자를 높게 대우하거든요. 캐나다 교과과정도 보고 현장에 나가서 많이 배우고 싶어요. 그리고 제 이름으로 글로벌 엔지니어링 회사를 건설해 CEO가 되는 게 목표예요. 공구상사를 운영해도 저는 무조건 수출도 하는 다국적 기업으로 키울 거예요.”
롤모델은 아버지와 축구선수 손흥민. 원하는 것으로 최고를 이뤄내고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싶다는 꿈이 있다. 그에게 아버지는 큰 조력자다.
“아버지는 제게 물이 나오는 호스 같아요. 앞으로 나갈 수 있게 길을 만들어주시니까. 겉으로는 싫다고 하셔도 뒤에서는 다 해주시거든요. 좀 엄격하시기도 해서 제가 학교에서 말썽을 안 피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몸만 안 다치면 된 거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아버지도 현장 작업을 하면 위험할 때가 많은데, 안 다치고 항상 건강하시면 좋겠어요.”

 

 

글·사진 _ 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