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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CULTURE

[거리에서] 경기용인 만물도깨비 경매장

 

중고 공구부터 2억원 석탑까지… 매일매일 만물이 쏟아진다

 

경기 용인 만물도깨비 경매장

 

 

 

경매란 단어는 귀에 익숙하긴 하지만 현장에 직접 참여해 본 사람은 손에 꼽을 것이다. 사소한 인테리어 소품부터 낡은 중고 공구까지, 하루 종일 온갖 만물이 쏟아지는 경기도 용인시 만물도깨비 경매장을 방문해 보자.

 

 

 

 

  

없는 것 없이 다 파는 도깨비경매장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늘은 제일 먼저 일본 게이샤 인형 네 개 한 세트. 만원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자, 만오천 이만. 이만 오천 없습니까? 이만 오천? 없으면 자, 이만 원 낙찰”


경매사의 경쾌한 멘트로 오늘의 경매가 시작됐다. 여기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만물도깨비 경매장. 이곳에서는 일 년 365일 오전 열한 시부터 늦은 밤 열한 시까지 하루 열두시간 경매가 진행된다. 하나의 물건이 경매되는 시간은 5분에서 10분 남짓, 하루 백여 개가 넘는 그야말로 ‘만물’이 경매장 매대에 오른다. 대개는 2만원에서 3만원 남짓에 판매되는 중고 상품들이지만 비싼 물건으로는 원가 3억원의 100년 된 5층 석탑이 경매에서 판매된 적도 있다.


“옛 고찰에서 나온 석탑인데, 박정희 대통령 측근이 가지고 있다가 돌아가시면서 내놓은 물건이에요. 경매로 2억 원 가까운 금액에 팔렸어요.”


2018년, 만물도깨비 경매장을 차리고 지금까지 운영해 온 박영걸 대표는 이벤트성으로 판매되는 오천 원짜리 싸구려 인형부터 300년 된 상황버섯까지, 정말이지 사람 빼고는 모든 것들이 판매되고 있다고 말한다.

 

 

 

경매장이라기보단 중년들의 놀이터 


400평 면적의 경매장을 채운 건 50명 정도 되는 경매 참관인들. 코로나 전까지는 하루 천 명 가까운 사람들이 경매장을 찾아 빼곡이 메우곤 했지만, 지금은 거리두기 규제에 따라 제한된 50명 인원만 2미터 간격을 둔 의자에 앉아 경매에 참여한다. 


참관인 대개는 나이 지긋한 중장년층. 50대가 가장 많고 다음은 60대 그리고 70대. 박 대표 말에 따르면 경매장을 주로 찾는 분들은 정년을 다해 회사에서 퇴직한 나이대의 분들이라 한다. 이곳 경매장에서는 그들에게 친숙한 과거의 물건들부터 또 신기한 요즘 물건들까지 온갖 만물들을 볼 수 있으니, 이들에게는 하나의 놀이터와 같다. 금전적 여유가 있는 참관인들에게 만원 정도로 시작된 경매에서 오천 원 단위로 가격을 높여 부르며 낙찰받는 과정은 하나의 놀이와 다름없을 것이다. 

 

 

SNS에서 입소문나 세계에서 찾아와


“부산, 제주도, 목포, 완도, 거제도… 전국에서 여기 용인까지 찾아와 주세요. 전에는 필리핀, 심지어는 LA에서 오셨던 분도 있어요. 유튜브에서 이름이 알려지다 보니까 그렇게들 오시더라고요. SNS가 그런 거죠. 사람들 입소문 타고 알음알음 알려지는 거.”


인터넷 상에서 ‘만물도깨비’라는 이름이 알려진 요즘은 30대 청년들도 종종 방문한다. 그들은 놀러 온다는 마음가짐이 아니라 사업적인 마인드가 방문 목적이다. 경매장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구입한 뒤, 인터넷 카페인 중고나라나 또는 중고상품 거래 어플리케이션 등에서 좀 더 비싼 가격으로 판매해 수익을 남긴다. 이처럼 만물도깨비 경매장은 새로운 사업 루트 역할도 하고 있다.

 

중고 계양 고속절단기와 변압기들을 낙찰받은 참석자.

 

 

현장경매의 매력은 직접 만져볼 수 있다는 것


경매장에 올라오는 제품의 주된 품목은 공구 종류다. 새 공구가 아니라 사용된 흔적이 있는, 낡은 중고 공구들. 온라인 판매가 대세가 된 요즘 세상에서도 중고 공구는 온라인에서 구입하기가 어렵다.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표는 그런 이유가 고객들이 만물도깨비 경매장을 찾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현장에서 보고 살 수 있으니 많이들 찾아오는 것. 특히 중고 전동공구 같은 경우는 온라인에 올라온 제품 사진만으로는 판단이 불가하다. 다른 제품들도 마찬가지다. 오프라인 경매장의 매력은 물건을 직접 보고, 만져도 보고, 느껴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오프라인 경매를 동시에


도깨비 경매는 그렇다고 오프라인에서만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물건을 설명하는 경매사 얼굴 앞에 카메라를 설치해 유튜브 라이브로 실시간 온라인 경매도 이뤄진다. 그런 식으로 먼 곳에서도 현장의 모습을 보고, 온라인 만물도깨비 몰에 올라와 있는 제품 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 일종의 홈쇼핑 같은 구조다.

 

경매사 전면에 카메라가 있어, 유튜브에서도 라이브로 경매 영상이 방송된다.

 

 

다방면의 지식 필요한 경매사… 위탁 교육도


400평 경매장 외에 경매품 창고 면적도 2000평 가까이 되는 만물도깨비 경매장. 그런데도 좁아 박영걸 대표는 인근에 새로운 건물을 짓고 있다. 공간을 넓히는 목적 외에도 오프라인 경매장과 함께 온라인 경매장을 구축하려는 생각에서다. 뿐만 아니라 경매사 교육장 역시도 마련 중이다.


현재 이곳 도깨비 경매장에서 경매를 진행하는 경매사는 박영걸 대표 혼자다. 매일같이 잠깐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을 빼곤 하루 열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목소리를 높이는 건 쉽지 않은 일. 그래서 대표는 자신의 역할을 나눠할 수 있는 경매사를 양성하려 한다.

 


우리나라에 경매 관련 자격증은 없다. 박 대표는 현재 환경부로부터 경매사 교육 위탁을 받은 상태. 교육장 건립이 완료되면 교육 과정을 마련해 경매사 자격증 발급을 준비 중이다.


“경매사에게는 무엇보다도 다방면의 지식이 필요해요. 하루에도 경매 진행되는 물건이 정말 무궁무진 하거든요. 그런 물건들을 알아야 참관객들에게 설명할 수 있잖아요.”

 

만물도깨비 경매장 박영걸 대표에게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 먼저 프랜차이즈 지점을 다이소처럼 전국에 내는 것. 그리고 다음으로는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처럼 큰 규모는 아니더라도 전 세계에 체인점을 두는 것. 앞으로 도심에 나갈 땐 주의깊게 둘러보도록 하자. ‘만물도깨비 경매장’ 이라 적힌 간판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

 


 

Who?

만물도깨비 경매장 박영걸 대표는?

 

 

무역업을 하던 젊은 시절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중남미부터 미국 그리고 동남아 각국까지 전세계 40여 개국에서 26년을 보냈다. 외국에서 본 벼룩시장이 너무 좋아 한 나라에 갈 때마다 그 나라의 벼룩시장에 꼭 방문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은퇴한 뒤 만물도깨비 경매장을 차렸다. 현재 경매사 역할을 하고 있으며 경매사 육성을 계획 중이다.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