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CULTURE
[EDUCATION] 코로나 이후 아이 교육은?
아이들 진로, ‘명사’ 아닌 ‘동사’로 정하라… 직업과 일은 달라
‘AI보조교사 시스템‘이 필요… 디지털 콘텐츠 만들어 자신 표현하는 능력 키워야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기획처장 / 미래교육연구소장 / AI융합교육연구지원센터장
현재 우리는 재택근무와 화상회의가 일상화된 온택트(Ontact)시대를 살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따른 새로운 기준을 뜻하는 ‘뉴 노멀(New Normal)’이 교육현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로 등교가 어려워지면서 전국 학교에서는 원격 수업이 진행돼 왔다. 그러나 온라인 학습환경이 부족하거나 학습관리 플랫폼이나 콘텐츠가 미비해 수업진행과 관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런 문제들은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공공학습관리(LMS) 플랫폼을 개설하고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조금씩 해소되었다. 소외계층에게는 스마트기기를 무상으로 대여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학력 약화 현상을 막을 순 없었다. 지난 6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0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결과’에 의하면 중·고교 모두 국어·수학·영어에서 전년보다 ‘보통학력(3수준) 이상’ 비율이 줄고 ‘기초학력 미달(1수준)’ 비율이 늘었다. 여기서 ‘보통학력 이상’은 교과과정의 절반 이상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기초학력 미달은 20%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다. 아이들이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돌봄부족, 아동학대 증가, 사회성과 인성함양 등의 문제도 화두가 됐다. 자유롭지 못한 등교생활은 오히려 학교의 중요성과 가치를 되새겨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자녀교육에 임해야 할까.
정제영 교수는 급변하는 교육의 시대흐름 속에서 미래사회에 꼭 갖추어야할 역량으로 디지털 시민성을 꼽았다.
“디지털 시민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첫째 ‘디지털 리터러시’, 즉 디지털미디어, 뉴스, 정보에 대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둘째, ‘디지털 안전과 회복’은 디지털 공간에서 자신과 다른 사람을 보호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셋째, ‘디지털 참여’는 적절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사회와 상호작용을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능력이죠. 넷째, ‘디지털 감성 지능’은 대인관계에 있어서 디지털 상호작용을 할 때 감정을 인식하고 탐색하며 표현하는 능력을 말해요. 마지막으로 ‘창의성과 혁신’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고 자신을 표현하고 탐구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능력을 통해 디지털 시민성을 갖추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시민성을 비롯해 앞으로 자녀교육에 있어서 중요한 건 무엇일까. 해법과 대안을 찾기 위한 정제용 교수와의 5문 5답.
디지털 시민성을 갖추는 것과
기본 교과공부는 어떤 연계성이 있을까요?
인공지능시대에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정보에 나의 경험과 생각을 결합할 수 있는 창의력이 필요합니다. 양질의 지식과 정보에 대한 안목을 키우기 위해 각 정보에 대해 융복합적 사고능력이 꼭 필요하죠. 그러나 기본 교과를 학습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인공지능기술 역시 기본개념은 STEM(과학, 공학, 기술, 수학) 교과목에 기반을 두고 있으니까요. 그 외 미래사회의 창의성은 다양한 인문학, 사회과학 지식의 융합을 통해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기술과 교육과의 융합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평균 지향의 강의식 수업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일대일 맞춤형 교육’입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AI보조교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개인별 맞춤형 학습지원, AI 자동채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인데, 학습자 중심 교육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물론 로봇교사가 인간교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어요. 중요한 것은 교사가 AI보조교사의 지원을 받아 효과적으로 수업을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미래교실의 모습입니다. 모든 학생이 학습에 성공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죠. 반면 편향된 데이터와 공정하지 못한 알고리즘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이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어 윤리적 기준 마련도 필요합니다. 때문에 클라우드 기반 교수학습 플랫폼을 설계할 때 교사의 역할과 시스템활용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녀들의 학습지도는 어떤 방향에
초점을 두어야 할까요?
원격교육이 일상화되면서 학생들의 학력이 저하되고 교육격차가 확대되었다는 것이 실증적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어요. 주요원인으로 학생의 자기주도 학습력과 흥미수준의 차이가 꼽히고 있죠. 주도성을 키워주려면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문제해결 중심의 프로젝트 방식 학습경험이 중요해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외 예체능 교과나 기술가정과 같은 실습활동 위주의 교과에서도 창의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학생 주도적 경험이 중요합니다. 또 학습동기를 높이기 위해서는 학습 선택권을 주어야 해요. 실패는 배우는 과정이라 여기고 끈기를 갖고 계속 노력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뉴 이퀼리브리엄’,
교육의 새로운 균형이란 게 뭔가요?
기존 학교교육시스템의 이퀼리브리엄이 코로나19로 완전히 깨졌습니다. 이제 우리는 예전의 대면중심으로 돌아갈 건지 인공지능시대의 미래교육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균형을 찾을지 갈림길에 서 있어요. 단순한 온라인, 오프라인을 결합하는 차원을 넘어 기술적으로 더욱 정교해진 인공지능(AI) 교육시대를 준비하고 있어요. 이것을 ‘뉴 이퀼리브리엄’, 학교시스템의 전면적인 재설계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교육과정의 개편을 통해 학교제도를 유연화하는 것이 필요해요. 공급자 중심의 학년제가 가장 대표적인 것인데 나이에 따라 학습할 내용과 진도를 정하면 어떨까요?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설정하면 학생 개인의 소질과 학습속도에 따라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어요. 둘째, 교원의 역할과 책임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티칭’에서 ‘코칭’으로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지식을 전달하고 평가하는 역할에 치중해 왔다면, 미래교육의 관점에서 학생 한 명 한 명이 학습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학습을 지원하고, 문제점을 교정해 주는 코칭의 역할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셋째, AI 융합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교육환경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AI 보조교사 시스템’을 구축해 교사들이 맞춤형 교육을 구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와이파이 환경이나 학생별 1인 1기기 등 인프라 구축이 필수겠죠.
진로교육이 참 어려워요.
앞으로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까요?
미래 일자리가 줄어들지는 않을까 걱정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한편으로는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직업들이 무수히 생겨날 것이라 해요. 가장 인간다운 창의성을 발휘하는 직업이 가장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요. 아이들의 진로를 지도할 때 ‘명사’로서의 직업보다는 가장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동사’로 선택해보도록 권장하고 싶어요. 직업은 바뀌지만 일은 잘 바뀌지 않으니까요. 대나무의 성장과 비교해본다면, 대나무는 씨앗의 상태로 땅속에서 5년을 보낸다고 해요. 겉으로 보이진 않지만 뿌리를 내리며 자리를 잡고 미래를 준비하는 기간을 보내는 거죠. 반면 땅 위로 솟아오르는 순간부터는 극적으로 빠른 성장을 보입니다. 하루에 30센티미터 이상 자라기도 하고 서너달 후에는 키가 수십미터 높이에 이르기도 하지요. 특히 죽순의 상태는 아이들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됩니다. 작은 죽순 속에 완전히 성장했을 때의 모든 마디를 다 담고 있듯 아이들은 저마다 소질과 적성을 갖고 태어납니다. 부모의 역할은 조급해하지 않고 지켜보며 자녀의 소질과 적성이 발현되기를 참고 기다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잘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모두 같으니까요.
글 _ 김연수 / 사진제공 _ 정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