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제공 일반미, 냉동보관 정부미
불임 치료법으로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이른바 인공수정과 시험관 아기이다. 이 두 가지 방법은 이제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어, 불임부부에게 하나의 복음이 되고 있지만, 문제는 인공수정에 있다. 인공수정은 그 원인이 남성측에 있을 때 실시하는 시술이다. 여기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남편의 정액을 사용하는 경우와(AIH), 다른 하나는 공급자의 정액을 사용하는 경우이다.(AID). 'AIH'의 경우는 남편이 발기부전이거나, 요도하열, 요도협착에 의한 역류성 사정, 정충이 자궁 경관을 통과하지 못할 때, 그리고 정액이 너무 묽을 때 등이다. 그러나 애당초 고환에서 정충이 생산되지 않는 경우에는 부득이 ‘AID'차관을 도입하게 되는데, 이것은 또 제공자가 직접 와서 즉석에서 제공하는 일반미(?)타입이 있고, 미리 냉동 보관된 정액을 사용하는 정부미(?)타입이 있다.
중요한건 발가락이 아닌 얼굴
그런데 ‘AID’차관을 도입하는 문제에 있어서 대부분의 남편씨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의 억지 춘향이가 되는 데 대한 심한 거부반응과 질투 및 분노를 나타내기 마련이다. 그래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남편의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한데, 미리 남편을 충분히 설득시키는 것은 물론, 가능하다면 그 인공수정의 시술에 적극 동참하는 뜻에서, 남편이 직접 주사기를 들고 부인의 자궁에다 주입함으로써, ‘내가 우리의 아기를 만들고 있다’는 참여의식을 갖게 되면, 성공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남이 만들어 놓은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는 것에 비하면, 그래도 반타작은 되는 셈이 아닌가 말이다. 또 한가지 시덥잖은 것 같으면서도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AID'인공수정을 시술하는 의사는, 그 차관 제공자의 사진을 잘 관찰해서, 가급적이면 남편씨와 얼굴이 닮은 사람의 것을 골라주는 배려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발가락이 닮은 것 보다는 얼굴이 닮은 게 낫기 때문이다.
그냥 포기하면 생길지도 몰라
어떤 불임 부부는 “에라 모르겠다. 팔자에 없는 자식 용쓴다고 될까보냐. 까짓 무자식 상팔자 아니던가”라며 깨끗이 단념하고 부부 동반으로 죽장망혜 단표자로 주유천하의 여행을 떠나서, 삶의 질곡으로부터 그야말로 무애자재(無?自在)한 자유인이 되어, 텅 빈 마음으로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신 조물주의 솜씨에 감탄하면서 대자연의 품에 안겨 한 쌍의 원앙으로 맘껏 뛰놀다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놀랍게도 임신이 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이게 바로 ‘유쾌한 포기’의 신비로움이다. 일찍이 키에르케고르도 말하지 않았던가. 절망하라고. 실존적 한계상황에서 기사회생하기 위해서는 절망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 절망의 바닥을 박차고서야 비로소 희망의 나래를 활짝 펼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유쾌한 포기’에 다름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