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CULTURE
[다둥이 공구인] 크레텍 이승훈 과장의 사형제 육아
아들만 넷이라 하면 주변에서 ‘힘들겠다’, ‘대단하다’는 말부터 나온다. 하지만 당장 좀 힘들면 어떠랴,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있어 네 배 더 기운을 얻는 걸! 사는 맛 제대로 나는 여섯 가족 이야기.
“따르릉~”
크레텍 배송지원파트 이승훈 과장의 하루는 새벽 2시 반 기상알람으로 시작된다. 아이들이 잠에서 깰까, 조심스럽게 출근준비를 하고 깜깜한 길을 나선다. 근무시간은 새벽 4시부터 오후 2시까지. 2011년 입사해 영업직으로 근무하다 육아시간 마련을 위해 2016년 출퇴근을 앞당긴 배송지원 부서로 옮겼다. 주 업무는 전국 공구배송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상차, 반품, 검수 등 물류 지원. 쉬는 시간에는 아내와 틈틈이 연락하며 아이와 집안일을 체크한다. 퇴근 후에는 바로 초등학생인 둘째와 셋째 아이를 픽업해온다. 아내는 유치원에서 다섯 살 막내아이를 데려오고, 의젓한 중학생이 된 첫째도 집에 도착한다. 여섯 식구 귀가 완료. 이제 놀이와 산책 타임을 가진 뒤 아이들을 씻기고 정리하고 밥 먹고 준비물과 숙제도 챙기며 하하호호 왁자지껄 우당탕탕…. 그러다보면 벌써 밤 9시, 아이들을 재울 시간이다. 정신없지만 무탈한 하루, 아이 덕에 웃는 하루에 감사하며 오늘을 마무리한다.
① 공평하게 이야기 들어주기
여러 아이들이 동시에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한꺼번에 답변을 해주기 어려워요. 순서를 정해서 먼저 물어본 아이에게 답을 해주는 동인 다른 아이는 기다릴 수 있게 해요.
② 칭찬스티커
부모님 말씀 잘 듣기, 취침시간 지키기, 화내지 않고 말로 하기, 과제하기 등 칭찬받을 때 스티커를 줍니다. 10개 모으면 하고 싶은 것을 들어주며 성취와 생활습관을 익혀요.
③ 아이가 따라할 수 있는 행동하기
아이를 지적하기 전에 부모가 먼저 바른 말과 행동을 해야 해요. 아이들이 어리고 표현을
못해서 잘 모른다 생각해도 다 듣고, 보면서 나중엔 무의식중에 부모를 따라하게 되거든요.
“어쩌다보니 아이가 넷이 됐네요(웃음). 체력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 예쁜 행동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이승훈 과장은 전 직장에서 아내 김현미 씨를 만나 2009년 결혼했다. 3년씩 터울의 아들 넷을 낳았다. 서로 만나기 전까지는 둘 다 ‘독신으로 살겠다’ 할 만큼 결혼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결혼 후에는 아들만 넷이나 낳을 줄도 몰랐다. 하지만 어디 인생이 내 맘대로 되던가. 알콩달콩 살다보니 아이와 함께하는 행복을 알게 됐고, 네 아이 모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사랑스러워 이젠 없었으면 큰일이란다.
“넷이면 넷 다 성격, 매력이 달라요. 첫째 이다니엘은 차분하고 사랑 많은 아이로 태어나 동생들을 진짜 좋아하고 아껴줘요. 내 형이면 좋았을 정도로 착실하고 인격이 훌륭한 아이에요. 둘째 이루다는 중증자폐장애가 있어서 늘 곁을 지켜야하지만, 조금씩 세상을 알아가고 그 모습으로 감동을 주는 잘생긴 아들이에요. 셋째 이로운은 순수함 그 자체면서 웃길 줄도 알고, 짜증낼 때는 누굴 닮아 저럴까 싶은 개구쟁이고요. 막내 이믿음은 많은 형들 앞에서도 뒤지지 않고 씩씩하고 오히려 형들을 배려하는 귀염둥이랍니다.”
아이 넷 집안은 하나의 작은 사회다. 서로 다른 나이와 개성을 지닌 아이들은 늘 함께 있기 때문에 같이 놀고 싸우면서 소통하고 배려하는 법을 익힌다. 어려서부터 일상적으로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것은 다자녀의 큰 장점. 어린 아이의 시선에서 대화할 형제가 많으니 외로울 일도 없다.
“관계성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세상에 나만 있는 것이 아닌 각자의 역할이 있고,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섯 살 믿음이는 몸은 정말 작고 귀여운 아기인데도 언어구사력이 저와 별반 차이가 없어요. 따라 배울 가족이 많아서 그래 보여요.”
이 과장은 이런 아이들을 보며 자신의 내면도 성숙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자녀가 한 명일 땐 책임감이 생겼고, 넷째까지 생겼을 땐 부모로서, 인간으로서 더 성장했음을 느낀다는 것.
다만 아이가 많다보니 부모로서는 한 명, 한 명을 똑같이, 세심하게 살피지 못하는 것엔 아쉬움이 남는다. 경제적으로도 친구들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많다.
“자폐증이 있는 둘째는 언어치료센터를 다니고 있어요. 다른 발달치료는 형편상 어렵고, 첫째 셋째는 좋아하는 태권도랑 온라인학습 정도만 하고 있어요. 막내가 크면 어쩌나 걱정되죠. 식비만 한 달 100만원 넘거든요. 보통 다자녀, 장애인 가구는 혜택이 많을 거라 생각하시는데, 실제로 체감하는 부분은 별로 없어요. 지하철은 무료인데 해당지역에 살지 않아서 이용을 못하고요. 전기세, 일부 관광지와 소비 할인 정도예요.”
다자녀 가정은 한 사람이 양육에 매달려 외벌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는 “집사람이 직업을 갖더라도 장시간 근무가 어렵기 때문에 실질적인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국가에서 다자녀 부모 채용 시 회사에 이점을 주면 채용이 늘어나고 출산율이 늘 수도 있을 것 같다. 회사와 국가가 조금씩 경제생활비 등의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과장은 지금까지 네 아들이 건강하고 밝게 자라온 것은 아내 김현미 씨의 정성 덕분이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아내 김 씨는 집에서 늘 한톤 높은 목소리를 지닌, 웃음과 긍정의 캐릭터다. 남편이 없을 땐 커다란 웨건 유모차에 아이들을 싣고 업고 다니며, 낮이든 새벽이든 씩씩하고 부지런하게 생활해왔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관련 분야의 직장을 그만 둔지 오래지만,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을 보면 아쉬운 마음은 들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솔직히 저는 아이가 많아서 그냥 행복해요. 아이 키우는 게 재미있고요. 누군가에게 뭘 맡기는 성격도 아니라 아이들을 하나하나 제 손으로 다 챙겨주고 싶어요. 또 승훈 씨는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회식이나 외부 활동보다 전적으로 아이와 가정을 챙겨줘요. 이런 역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죠.”
결혼 14년이지만 아직 설레고, 애쓰는 모습을 볼 때면 뽀뽀해주고 싶다는 이승훈·김현미 부부. 아이들도 그들처럼 ‘행복’이라는 단어를 꼭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길 바란다.
“행복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희 때와 달리 요즘은 공부가 다가 아닌 세상으로 바뀌었잖아요.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명확하게 찾고, 그 꿈을 이룰 수 있었으면 해요. 지금처럼 서로 잘 지내고, 행복지수가 높은 아이로 자라게 하고 싶어요.”
글 _ 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