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CULTURE
[공구전시] 국립부산과학관 '뚝딱뚝딱 툴박스'전시
‘공구에 미래세대 관심 필요, 월간TOOL 보며 전시준비’ 기획의도… 크레텍에서 공구 제공
공구의 역사와 가치, 과학원리, VR체험 등 다양… ‘누구나 쉽고 재밌게 공구 즐기자’
익숙하거나 때론 생소한 공구들, 무언가를 만들어낼 때 꼭 필요하지만 직접 보거나 사용해보지 못한 공구들을 과학적으로 쉽고 재밌게 소개해줄 수 있을까. 이런 물음에서 출발한 체험형 공구 전시 ‘뚝딱뚝딱 툴박스(TOOL Box)’가 최근 국립부산과학관에서 개최됐다. 부산과학관 특화 콘텐츠 중 하나인 ‘메이커’ 전시의 일환으로, 지난 9월 26일부터 내년 2월 25일까지 5개월간 과학관 1층 소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프로젝트를 맡은 과학문화실 김재현 연구원을 전시실에서 만났다.
“‘뚝딱뚝딱 툴박스’는 공구와 다양한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고, 직접 공구를 사용해봄으로써 관람객들에게 창의성을 자극시킬 수 있는 체험 전시입니다. 예전에 ‘꿈나래메이커놀이터’라는 메이커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작은 드라이버, 육각렌치를 사용하는 활동을 보며 공구에 대한 전시를 기획했고, 올해 구현하게 됐어요. 국립부산과학관에서 매년 열리는 영남권 최대 메이커 축제 ‘헬로메이커’와도 이 ‘메이커’를 주제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어요. 메이커 활동에 필요한 도구로 집에 하나씩 있는 툴박스가 떠올랐고, 박스 속 공구들에 대한 과학적 내용을 재밌게 풀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 전시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전시는 측정 및 표시, 썰기 및 자르기, 고정 및 잠금, 다듬기 및 마무리 등 각 공정별로 필요한 공구와 과학적 원리를 알아보고, 공구 박스 형태의 미션지를 완성해보는 코스로 마련됐다. ‘측정 및 표시’ 존에서는 다양한 길이 단위를 이해하고 줄자, 수평계, 디지털 캘리퍼스, 레이저 거리측정기 등의 측정도구와 스크라이버, 목공연필 등의 표시 공구를 알아본다. ‘썰기 및 자르기’ 존에서는 톱니의 각도, 방향, 용도에 따라 달라지는 톱의 종류를 살펴보고, VR로 목재를 잘라보는 체험을 해볼 수 있다. ‘고정 및 잠금’ 존에서는 물체를 고정하는데 사용되는 나사의 원리와 대부분의 나사 머리가 육각형인 이유를 알아보고, 전동드릴을 활용해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듬기 및 마무리’ 단계에서는 입자 크기별 사포 질감과, 사포로 다듬고 바니쉬 바른 후의 목공제품을 단계별로 직접 만져볼 수 있다. 과학문화실 권수진 실장은 “도구 활용은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능력이자 창의적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메이커 교육의 기본”이라며 “이번 전시에서 다양한 공구의 쓰임새를 알고, 직접 체험해보며 즐거운 창작의 세계로 입문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한 자료 및 진열제품은 공구전문 매거진 ‘월간 TOOL’과 산업공구 전문기업 ‘크레텍’의 도움으로 구성됐다. 개구리에서 출발한 배터리의 역사, 인류가 달로 가져간 공구들, 거북선에 쓰인 공구 등 전시관 벽면의 흥미로운 기사들은 월간 TOOL에서 발췌됐다. 무선드릴, 스패너, 렌치, 플라이어, 클램프 등 진열된 실제 공구들은 크레텍에서 제공됐다.
“전시 주제를 정한 뒤 자료조사 하는 과정에서 월간 TOOL을 알게 됐어요. 감사하게도 온라인으로 예전 기사도 검색이 가능해서, 잡지 5년 치는 다 본 것 같습니다. TOOL이 없었다면 아마 큰일 났을 거예요(웃음). 또 실제 공구를 전시하니까 실감나서 자세히 살펴보고 만져보는 분들도 많았어요. 장소가 한정적이어서 더 다양한 내용을 소개하지 못한 게 아쉬웠어요. 이외에도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신 덕분에 짧은 기간 안에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이번 전시로 기술자들의 전유물이라고만 생각했던 공구의 매력을 알게 됐어요. 공구는 수많은 과학 원리의 집합체이며, 쓰임새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양하다는 것에 놀랐고, 생활에도 밀접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활용하기 어렵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이제 집에서 문제가 생기면 어떤 공구를 사용하면 되겠다고 떠오를 만큼 친숙해졌네요.”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국립부산과학관은 국립중앙과학관, 국립과천과학관, 국립어린이과학관, 국립광주과학관, 국립대구과학관, 국립해양과학관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7대 국립과학관 중 하나다. 부산·울산·경남 지역 주력사업인 자동차·항공우주, 선박, 원자력, 에너지 산업을 주제로 하는 3개의 상설전시관과 천체투영관, 야외전시관, 어린이과학관을 갖추고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과학문화행사와 교육, 특별전시를 운영하며 방문객들이 과학을 쉽고 즐겁게 접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2015년 12월 개관 이후 2023년 9월 17일 누적관람객 6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번 공구전과 같은 소전시실에서 열렸던 누리호 3차 발사 성공기념 특별전시 ‘지금, 우리, 우주로’의 경우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3개월여 간 약 4만 2천명의 관람객이 방문한 바 있다. 그만큼 이번 공구 전시도 기대가 크다.
“과학관 1층 홀에 위치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많은 분들이 방문하세요. 공구라는 주제가 어렵지 않을까 염려했던 것과는 달리 다양한 연령대의 가족 관람객 분들이 좋아해주세요. 그동안 고생했던 게 싹 사라질 정도로요.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기 어려운 유아 관람객 분들도 어린이 전동드릴을 들자마자 나사를 바로 박는 게 놀라웠어요. 특히 공구 활용 경험이 많은 성인 남성 분들이 많이 좋아하시고, 직접 아이들에게 설명해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시정보
일시 : 2023.09.26. ~ 2024.02.25.
시간 : 화~일 9:30~17:30 (월 휴무)
장소 : 부산 기장군 기장읍 동부산관광6로 59
국립부산과학관 1층 소전시실
사이트 : www.sciport.or.kr
연락처 : 051-750-2300
전시 패널에 소개된 TOOL 기사들.
부산과학관에는 다양한 기획/상설 전시를 비롯해 개인 및 단체 교육프로그램이 열려 평일에는 학교 단체관람이 많다. 이날은 김해 봉황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의 단체 관람이 있었다. 학생들은 해당 전시실을 담당하는 해설사의 코스별 설명을 들으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공구들을 살펴봤다. 해설사의 공구 관련 질문에 학생들은 막힘없이 대답하고, 체험에도 적극적으로 손을 들며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관람을 마친 이도윤 학생은 “자르고, 나사를 박고, 길이와 각도 재는 공구들을 알게 됐다. 몰랐던 것도 있었는데 평소에 알던 공구들도 많이 있어서 기분이 완전 좋았다”며 웃음 지었다. 처음으로 가상 톱질 체험을 해본 왕라겸 학생은 “VR로 톱질을 해봤는데 정말 실감나고 친구들도 체험해보게 하고 싶다”며 “또 인치, 피트, 야드라는 단위와 여러 가지 공구들을 알게 됐다. 나무의자 만들 때도 사포질하면 어떻게 달라지는지 배워서 재밌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뚝딱뚝딱 툴박스’는 아이와 어른이 함께 체험할 수 있어 가족 관람객에게 제격이다. 공구인들에게는 자부심이 되고, 자녀에게는 공구를 오감으로 체험하고 창의력을 길러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과학관은 근처 기장 롯데아울렛과 이케아, 해동용궁사 등이 위치해 나들이 코스로도 많이 찾고 있다. 이번 가을, 국립부산과학관으로 주말 나들이 어떨까. 공구 전시 소식과, 함께 즐길만한 다양한 메이커 전시 정보는 국립부산과학관 사이트(www.sciport.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사진 _ 장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