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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다림질하는플라이어? 독일 공구역사를 만나다 - 크니펙스 박물관
세계적인 수공구 명가 크니펙스에 가면 역사 속 공구를 만날 수 있는 박물관이 조성돼 있다. 크니펙스 본사가 있는 독일 부퍼탈 지역은 전통있고 세계적인 공구회사가 많다. 그만큼 독일 산업의 중심지로 꼽힌다.
부퍼탈은 독일 서부지역에 위치한 공업도시다. 제1차 세계대전과 2차대전 때 군수용 수공구를 제조하며 오늘날 수공구 생산의 대표 지역이 되었다. 특히 ‘라인강의 기적’과 함께 독일경제성장의 주축이 되어왔다. 현재 독일 제1의 공구회사인 게도레를 포함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라, 하제트, 스타빌레 등의 종합수공구 브랜드들이 포진해 있다. 쌍둥이칼로 유명한 헹켈, 라이트로 유명한 레드랜서까지 수많은 업체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크니펙스 뿐만 아니라 발터, 쉬뢰더 등의 유명 브랜드 본사도 부퍼탈에 있다.
크니펙스는 이런 지역의 산업역사를 보존하고자 공구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은 크니펙스 공장건물 내 2개 층에 걸쳐 약 800m² 규모로 조성돼 있다. 공구박물관은 공장 초기 모습을 재연해두고 있는데, 전시되어 있는 품목들도 다양하다. 단조기계, 그라인더, 작업대 등 80여가지의 대형 작업장비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밖에도 부피가 작은 수공구, 기계, 작업장비는 물론 사무용품, 서적, 카탈로그, 광고자료, 사진 등도 전시되어 있다.
소장된 물건은 단순히 크니펙스에서 생산 및 사용된 제품 뿐만이 아니다. 랄프 푸치 회장이 지역을 돌며 손수 수집한 물건들이 많다. 가장 오래된 전시품은 1774년 대장간에서 제품가열을 위해 제작한 수동 송풍기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전시된 많은 전시물들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것. 스위치를 켜고 크랭크를 돌리면 단조망치가 쿵쾅거리며 빠르게 작동한다.
크니펙스가 공구 박물관을 설립한 취지는 따로 있다. 독일 공구산업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특히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공구를 생산했던 선조들의 근면함과 강인한 장인정신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기 위해서이다. 박물관의 정기 개장시간은 별도로 정해져있지 않다. 회사를 방문하는 크니펙스 주요 거래업체에 한해 한시적으로 개방한다. 매년 9월 두 번째 주말에는 일반인들을 위해 박물관 가이드 투어가 제공되는 행사도 마련되고 있다.
크니펙스는 1882년 부퍼탈 크로넨버거 지역의 작은 마을 대장간이 그 출발점이다. 창립자인 칼 구스타브 푸치가 두 명의 견습생과 함께 집 지하에서 제품생산을 시작한 것. 이후 아들인 칼 푸치가 회사경영을 맡았고 1차 대전 이후 대공황 속에서도 사세를 확장했다. 1927년에는 27명의 직원이 매주 7천개의 플라이어를 생산했다. 1942년 드디어 크니펙스 브랜드가 탄생되었으며, 종전 이후 1954년 3대로 경영이 이어졌다. 이때 제조공정이 현대화되고 엘리게이터 등 신제품 개발이 많아지면서 유럽시장의 리더가 됐다. 1987년 4대인 랄프 푸치 회장 취임 후 1994년 플라이어 렌치가 개발됐다. 이후 해외시장으로 급격히 확장을 이루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크니펙스는 142년 역사를 지켜오는 동안 전체 재료 가공부터 포장에 이르기까지 제품 전 공정을 기술력이 뛰어난 부퍼탈 엔지니어들이 책임지고 있다.
글 _ 허동달 크레텍 해외마케팅부 과장 / 자료 _ 함지용 크니펙스코리아 지사장 / 진행 _ 김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