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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CULTURE

[공구인 에세이] 글쟁이 소년이 발견한 새로운 세계

 

글쟁이 소년이 발견한 새로운 세계

 

㈜인천기계상사 백준우 대리

 

글쓰기가 제일 좋아… 작가 꿈꾸던 학창시절


글쟁이 소년에서 공구 도소매 사나이가 된 재밌는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한다. 내 나이 17살, 수행평가로 글짓기를 하면 친구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께서도 글 잘 쓴다고 얘기해주곤 했다. 자신감이 붙은 나는 각종 교내대회나 교육청 글짓기 대회에서 수상하며 시의 매력에 매료되어 시를 쓰기 시작했다. 전국 백일장에 나가 장원을 하고 모 대학교 백일장에서도 상을 받자 가족들은 공구 파는 집안에서 작가가 태어났다고 신기해했다. 사실 나 자신도 신기했다. 우리 집은 할아버지부터 공구 도소매를 아버지까지 대대로 이어온 가문이었다. 잘은 몰랐지만 40년 가까이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성실함과 뛰어난 소통 능력으로 회사를 성장시킨 상태였다. 그 가운데에서 나는 내 적성을 찾았다고 생각했고 나만의 길을 찾아 나아가기로 했다. 다시 말해 내 인생에 ‘보쉬’가 무엇인지 ‘임팩드라이버’가 무엇인지 ‘스파이럴탭’이 어디에 쓰이는지 중요치 않았다.

 

 

할아버지의 갑작스런 공구업 제안, 인생최대 고민


철부지 20대, 무작정 더 큰 세상을 바라보고 싶어서 서울에 있는 대학교로 진학했다. 당연히 문예창작을 전공으로 삼았지만, 글 잘 쓰는 사람은 많았고 현실을 자각해 순수문학보다는 미디어 쪽으로 빠져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취업시장이 얼어붙자, 나만의 강점을 갖추기 위해 인턴이나 대기업 서포터스 같은 활동을 하며 치열한 대학 생활을 했다. 그 결과 무리 없이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었고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와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고 내 인생이 180도 변하게 된 사건이 발생했다. 공구업계에 발을 들이는 것이 어떠냐는 할아버지의 제안이 바로 그것이었다. 혼란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매출도 잘 나오고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회사에 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지금 다시 생각해도 아찔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던 상황이랑은 매우 달랐다. E-커머스 시장이 발달함에 따라 소매는 줄었고, 인터넷 주문이나 B2B 거래량이 월등히 많아 컴퓨터를 다루고 C/S에 능한 젊은 인재가 필요하다는 것이 할아버지의 설명이었다. 여든이 넘은 할아버지께서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니 나는 인생 최대의 고민이었지만 결국 입사를 결심했다.


처음 접한 공구는 알아야할 게 산더미!


입사 후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공구의 ‘공’자도 몰랐기에 더더욱 어려웠다. 전동이나 에어공구, 수공구 등 더 나아가 절삭까지 알아야 할 게 산더미였다. 그런 상황을 잘 알았는지 회사는 여러 브랜드의 영업사원들을 만나게 해주었다. 특히, 제일 인상 깊었던 경험은 코엑스에서 개최된 ‘툴&세이프티쇼’를 방문한 것이다. 별 기대 없이 갔던 ‘툴&세이프티쇼’는 나의 눈을 뜨게 해준 신선한 경험이었다. 행사에 가보니 회사 내에서 매입하는 공구의 종류는 극히 일부였고 세상엔 정말 다양한 공구가 존재함을 알게 됐다. 공구업계 동향이나 어떤 공구가 소비자에게 반응이 좋고, 수입되는지 알 수 있었다. 공구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사실 각자의 사용 방법이나 용도가 천차만별이라 어렵게 느껴졌었다. 다시 말해 같은 ‘임팩드라이버’라도 브랜드마다 기능이 조금씩 달라 완벽히 숙달하기가 어려운데, 행사 참여자들의 열정적이고 친절한 소통방식은 감동 그 자체였고 공구가 가진 가치를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협회 공구인과 소통하며 소속감 긍지 느껴


이 계기로 한국산업용재협회에 대해 알게 되었고 우리 회사도 인천에 몇 안 되는 오래된 회원사 중 하나라는 사실이 무척 기뻤다. 그 후에는 대전에서 열린 경영혁신 워크숍에 참여해 여러 산업용재협회 회원 선배님들을 만났다. 전국 단위 행사인지라 많은 산업용재협회 분들이 모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성별 상관없이 다양한 나이대의 협회 회원사 분들을 보니 소속감은 물론 산업용재인의 긍지까지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나 같은 3세나 2세 분들과 소통하는 것은 흥미로웠다. 우리가 도소매로 제공하는 공구들이 단순한 자원이 아닌 소비자들에게 안전하고 효율적인 작업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됐다.

 

입사 2년, 포부는 ‘고객에게 믿음직한 파트너’


특히 건설, 제조, 유지보수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는 공구들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데, 산업용재인들은 이를 적시에 유통망을 통해 공급함으로써, 산업체 전체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배우게 됐다. 더 나아가서 산업용재인은 기술의 발전과 산업의 변화에 발맞춰 끊임없는 혁신이 요구되는 대상인데 지금도 원예 및 정원 공구를 취급하는 선배의 말이 기억난다. 예전에는 수공구에 그쳤던 가위가 이제는 충전식으로 발전해 전동공구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고, 소비자들 역시 절삭 능력뿐만 아니라 그립감은 인체공학적인지, 장시간 사용 시 피로함을 느끼지 않는가에 대해서도 꼼꼼히 따진다고 했다. 이런 소비자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 안전하면서 작업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제품을 꾸준히 수입하거나 개발하겠다는 선배의 포부는 나 역시도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응하고,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인 작업을 가능케 하는 제품을 제공하고 싶다는 포부를 갖게 됐다.
입사 2년 차가 된 지금, 산업용재협회의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며 얻은 경험은 나에게 큰 보람과 자부심을 안겨주고 있다. 이러한 소중한 만남과 경험을 통해 산업용재 분야에서 지속적인 혁신과 발전에 기여하여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고 고객과 소비자들에게 믿음직한 파트너로서 역할을 하고 싶다는 각오와 함께 이 글을 마치겠다.

 

(사)한국산업용재협회와 한국기계공구가 주최한 산업용재인 수필 공모전 작품집. 공구업계에 종사하며 겪은 에피소드와 이를 통해 얻은 의미 있는 교훈과 깨달음, 삶의 성찰을 주제로 했다. (문의: 협회 사무국 02-2278-7740)

 

출처 _ <제1회 산업용재 수필문학상> 응모 작품집 / 진행 _ 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