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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CULTURE

공구인 에세이

 

흔적

 

서울 장구공사 대표이사 정병모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왼쪽 故 송경애 사모, 오른쪽 정병모 대표이사)

 

아내의 빈 침대 바라보며


아침저녁으로 나는 아내의 침대를 보면서 아내가 누워있는 것처럼, 흔적들이 남아있는 것처럼 만지고 인사를 하곤 한다. 다녀올게! 나 오늘 골프 치러 가 잘 있어. 멀리 가 버린 아내의 침대를 치워야겠지만 가슴이 저려와 용기가 나질 않는다. 
큰 불편 없으니 그냥 그 자리에 놔두지 하면서도 흔적들이 묻어 있고 같이 있는 것 같아 그냥 잊어야지 하면서도 침대를 보고 또 본다. 아내의 흔적들이 묻어 있는 침대가 나를 못 벗어나게 하는 것 같다. 여기 저기 방 안에도 정원에도 말소리, 잔소리, 사랑 등으로 남아 아내가 느껴지는 것 같다.

  

3년이 흘러도 선명한 50년의 추억


가슴으로 삭히고 눈을 감고 눈물 없는 눈물을 삼키곤 한다. 흔적이란 지나쳐온 숨결이요, 세월의 역사이기도 하겠지. 어쩌면 인간의 삶이란 만남의 흔적에서 얽히고 부딪치고 소통하면서 현재로 미래로 이어지는 과정이라고나 할까. 흔적이 없는 삶이란 없는 것이지만 그 흔적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그 흔적들의 또 다른 모습, 부활이기도 하겠지. 같이한 50년 세월 수많은 흔적 추억들이 진하고 진솔하게 남아 아직 그 자리에 있는 것 같다. 3년이 지나야 조금 안정이 된다고 하더니만 나는 갈수록 아내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곤 한다.

 

 

서로 믿고 사랑했던 흔적만 곁에 남아


그 숱한 시간들 속에 즐거운 일, 기쁜 일들만 있었겠는가? 다투고 싸우고 실망하고 돌아서 눈물 훔친 기억들도 생각이 난다. 그렇지만 좋지 않은 추억 흔적들은 옅어지고, 믿고 사랑했던 시간들만 생각이 겹친다. 좀 더 잘해줄 것을, 하면서 가슴에 안아본다. 미워하면 빨리 잊어버릴 것 같아 노력도 해보지만 잘 되질 않고 아련하고 애잔한 가슴만 나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 같다. 

 

함께 여행 가기로 했는데… 가슴에 사무쳐


보고 싶구나,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일까?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나이 먹어 같이 손잡고 국내와 해외여행을 같이 가기로 했었는데, 없는 아내를 가슴에 안고 혼자라도 여행을 다녀와야 할 것 같다. 해외여행 가면 무척 좋아했었는데. 남편이 곁에서 잘해주고 밥, 반찬, 빨래, 청소하지 않고 놀고먹으니 그냥 좋다고 했었는데.
시간을 돌려 그 흔적들을 싸안고 그날들처럼 생각하며 살아야 할는지….

“여보” 한번 크게 불러본다. 사랑했었다고.
2023년 12월, 먼 하늘을 바라보며 3년….


※ 이 글은 3년 전 갑자기 하늘나라로 먼저 간 아내를 기억하면서 쓴 편지다.

 

출처 _ <제1회 산업용재 수필문학상> 응모 작품집 / 진행 _ 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