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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CULTURE

[여행] 따뜻한 남쪽으로 튀어라 통영-거제-남해


따뜻한 남쪽으로 튀어라


봄기운 먼저 누리는 통영-거제-남해






어느덧 추위가 누그러들고 따스한 기운이 감돈다. 한반도에서 가장 빨리 봄을 느낄 수 있는 남쪽 고장 통영과 거제, 그리고 남해를 찾아 봄기운을 앞서 누려 보는 것은 어떨까. 거제, 남해 모두 섬이지만 각각 거제대교, 남해대교로 뭍과 이어진 연륙도라서 편리하게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통영 중앙시장에서 남쪽 여행 시작

통영은 뭍과 거제를 이어주는 관문인 동시에 필수 통과 코스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선택하는 코스인 ‘신거제대교’를 넘기 전 필수적으로 밟아야 하는 땅이 바로 통영이기 때문. 통영을 ‘맛보기’로 둘러보려는 이들에게 있어 중앙동 해안가 지척에 자리잡은 전통시장, 중앙시장은 필수 중의 필수 코스라 하겠다. 펄펄 뛰는 싱싱한 활어를 즉석에서 회를 떠 주는 노점의 어시장 난전은 여행자들의 미각을 자극한다.
사실 전통시장은 미식기행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법하다. 오미사꿀빵, 졸복국, 충무김밥, 우짜면 등 다채로운 통영표 메뉴가 리스트를 빼곡히 채워, 어떤 것부터 먹어야 할지 즐거운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다. 배가 어느 정도 찼다면 시장 내 건어물전을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인지도를 자랑하는, 인근 해역에서 잡아 해풍에 말린 신선한 건멸치를 필두로 밥새우, 다시마, 미역, 오징어 등 각종 말린 생선을 사기에 전통시장만한 곳이 없다. 말만 잘하면 어느 정도 에누리나 덤이 가능하다는 것도 시장의 매력이다. 
인근의 동피랑 벽화마을도 꼭 들러보자. 통영항 중앙시장 뒤편, 남망산 조각공원과 마주보는 산비탈에 자리하고 있다. ‘동피랑’은 동쪽에 있는 비탈이라는 뜻으로 낙후로 인한 재개발 계획 대상이었다. 그러나 마을주민과 시민단체가 하나 되어 아기자기한 벽화가 그려지면서 통영 대표 관광지로 재탄생했다. 동심과 추억, 서민의 삶이 묻어나는 따뜻함을 낄 수 있다.


 


거제의 제1절경, 외도 보타니아

‘거제 8경’ 중에서도 첫손가락에 꼽히는 외도 보타니아(외도해상농원)는 거제도 인근에 흩어져 있는 60여 개의 섬 중 가장 빼어난 풍광과 아름다운 자연을 보유한 섬으로 유명하다. 이는 섬임에도 불구하고 물이 풍부한 데다 바다 한가운데 위치해 기후가 온난한 덕택에 각종 아열대식물과 희귀식물이 온 섬을 덮을 만큼 무성하게 자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도 보타니아는 이 섬의 풍경에 한눈에 매료돼 1970년대 초반, 섬 전체를 사들여 오늘날 해상공원으로 꾸며낸 이창호, 최호숙 부부의 개인 소유 섬이자 그들의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부는 옛날 밭농사를 짓던 작은 섬마을을 식물원 콘셉트로 꾸며냈다. 천혜의 자연 환경 역시 해상공원 조성에 한몫 했다. 외도 특유의 습도가 높은 공기, 그리고 강한 염분을 머금은 바람 덕분에 해송, 후박나무, 머귀나무, 천리향, 마삭줄 등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특히 무려 4만 5,000평에 달한다는 동백나무숲은 외도 보타니아의 백미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외도 보타니아에서 손꼽히는 것은 감탄을 절로 자아내는 풍경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해금강을 조망할 수 있는 풍경, 그리고 높게는 해발 84미터에 달하는 중후한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인 한려해상국립공원 내에 자리잡아 청정한 바다, 인근의 크고 작은 섬이 마치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모습 역시 절경이다. 거제에서 약 4킬로미터 가량 떨어져 있어 구조라, 도장포, 와현, 장승포, 학동, 해금강 등 총 6개 지역에서 배를 타고 약 1시간 반 가량 가다 보면 외도선착장에 도착한다.
 

남해의 특별한 마을, 독일마을

충무공 이순신의 고향, 남해군은 한때 동양 최대 규모의 현수교였던 남해대교의 고장이다. 뭍인 하동과 섬인 남해를 잇는 실용적인 목적으로 건설된 이 다리는 길이 660미터, 높이 80미터로, 비록 동양 최대 규모라는 타이틀은 내려놓았지만 그 멋있는 위용만큼은 여전하다. 남해대교가 자리잡은 노량해협은 좁고, 빠른 물살로 인해 과거 임진왜란의 최후 전투지이자 노량해전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남해군에 갔다면 빠뜨릴 수 없는 곳이 독일마을이다. 1960~70년대 독일에 광부, 간호사로 파견되어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헌신한 독일거주 교포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조국의 따뜻한 정을 느끼며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2000년부터 2006년에 걸쳐 남해군이 조성한 교포정착촌이다. 이곳에 정착한 독일 교포들은 분양받은 대지에 직접 독일에서 건축자재를 가져와 빨간 지붕과 하얀 벽돌로 전통적인 독일양식으로 주택을 건립해 아름다운 독일의 마을을 축소해 놓은 듯하다. 현재 34동의 주택이 완공되어 있는데, 각 집은 독일 교포들의 안락한 노후생활을 위한 주거지인 동시에 독일문화를 체험하고자 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민박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남해안 아우르는 최고 명승지, 한려해상국립공원

한려해상국립공원은 경남 거제, 남해, 사천, 통영, 하동에서부터 전남 여수에 이르기까지, 무려 51만여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드넓은 공간으로 무려 1968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을 만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간판’ 경승지다.
‘해상국립공원’이라는 표현이 무색치 않게, 빼어난 바다와 섬의 풍경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많이 찾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거제 지심도에서부터 여수 오동도에 이르기까지, 수려한 남해의 섬 풍경들은 그야말로 일품. 특히 높은 지대로 올라가 주변 풍광을 내려다보려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야하는데, 통영에 자리한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가 최상의 선택이다. 새로운 길을 닦은 것이 아니라, 섬 주민들이 오래 전부터 생활해 왔던 길을 활용해 조성한 한려해상 바다백리길 역시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둘러보기에 좋다. 1구간 달아길, 2구간 역사길, 3구간 산호길, 4구간 지겟길, 5구간 해품길, 6구간 등대길 등 각 구간의 역사와 유래에 따라 개성 있게 지은 이름도 정감을 물씬 불러일으킨다.

글 _ 최진서(루카스 여행사 대표)·사진제공 _ 통영시청, 거제시청, 남해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