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을 즐겨야 오래 산다
배 고플수록 건강… 20% 덜 먹으면 30% 수명 연장
맛없는 것부터 꼭꼭 씹어 적게 먹어라
배고픔은 축복… 면역력 향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배고픔을 괴로워한다. 과식으로 망가져 가는 현대인에게 있어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건강 가치인데도 불구하고 현대인은 여전히 배고픔을 어려워하고 불안해한다. 세렝게티 초원의 치타는 생존을 위해 철저히 음식을 조절한다. 살이 찌면 달릴 수도, 사냥할 수도 없다. 애초 인간의 몸에도 치타와 같은 의식이나 의지 이전의 원초적 음식제어능력이 설계되어 있었지만 현대문명은 이 능력을 기가 막히게 퇴색시켰다. 거듭된 동물 임상연구에서 평균 섭취 칼로리의 6~80% 정도만 공급하는 칼로리 제한은 수명을 30% 이상 증대하는 놀라운 효과를 가진 것으로 판명됐다. 일본에서 이뤄진 장수인을 상대로 한 대대적인 식사 역학조사에서도 20% 이상의 식사량 제한이 장수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이 밝혀졌다. 한 마디로 평생 약간 배가 고플수록 건강과 수명이 보장된다는 뜻이다.
배가 고플수록 건강하다는 연구결과는 호르메시스 이론에도 부합한다. 호르메시스는 작은 강도의 스트레스에 주기적으로 노출되도록 유도하면 더 큰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커진다는 이론이다. 호르메시스 이론이 의학적으로 적용된 치료법이 예방접종이다.
지속적인 배고픔이 주는 스트레스를 동반한 연습된 절식 역시 예방접종과 같은 역할을 하여 우리 몸의 면역력을 증진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절식의 호르메시스 원리는 조그만 배고픔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다보면 커다란 스트레스가 닥쳐도 폭식하거나 과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불어 큰 배고픔을 고통스럽게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배부르기 전에 숟가락 내려놓기
배고픔을 친하게 만들기 위해 추천하는 심리적 훈련법으로 우리 병원을 방문하는 비만환자들을 치료할 때 알려주는 주문이 있다. 힘들 때마다 한 번씩 속으로 되새기라는 주문은 하라하치부.
‘하라하치부(腹八分)’라는 세계적인 장수마을인 일본 오키나와의 장수 노인들이 즐겨 쓰는 말이다. 배가 부르기 전에 젓가락을 내려놓는다는 의미다. 오키나와 사람들에게 이는 평생 동안 실천해야 할 원칙이며, 일종의 건강 신념으로서 100세 넘도록 건강하게 살 수 있게 하는 비결로 전해 내려온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배부르지 않게 먹는 것이다. 배부르지 않게 먹으려면 배부르다는 신호가 오기 전에 식사를 멈추어야 한다. 배부르다는 신호를 느꼈다면 이미 적정량을 초과한 상태다.
배가 부르기 전에 숟가락을 내려놓는 것도 하나의 습관이다. 처음이 어렵다. 마음이 행동을 결정하기도 하지만 행동이 마음을 결정하기도 한다. 배부르다는 신호가 오기 전에 숟가락을 내려놓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당신의 건강수명은 늘어난다.
배고픔을 즐기려면
1. 배고픔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라. 배고픔은 더 이상 불행하고 암울한 고통이 아니라 몸을 비우고 재생하는 소중한 심신조절능력이다.
2. 스트레스를 줄여라. 스트레스호르몬은 음식에 대한 욕구를 증가시킨다. 규칙적인 운동과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야말로 스트레스를 줄이는 최선의 도구이다.
3. 무한정 식욕을 누르지 말라. 식욕은 탄력성이 뛰어난 용수철과 같다. 지나치게 누르면 두 배의 탄성으로 뛰쳐나온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먹고 싶은 음식을 먹어라.
4. 과로하지 말라. 과로는 과식을 동반한다. 항상 자기 에너지의 10%를 남겨라.
5. 체중이 늘기 전에 미리 줄여라. 늘어난 지방세포만큼 식탐은 늘어난다. 평소보다 2kg 정도 체중이 늘어나면 즉각적인 다이어트에 돌입한다.
6. TV와 인터넷사용을 줄여라. 현대인의 시각적 자극의 상당부분이 먹기 욕구에 연결되어 있다.
맛없는 음식부터 천천히 먹어라
배고픔을 괴로워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행동훈련법으로 마시멜로 식사법을 추천한다. 즉 현대인이 빠지기 쉬운 즉각적인 만족추구의 덫을 마시멜로 교훈으로 극복하자는 것이다. 네 살짜리 아이들 600명에게 마시멜로 한 조각을 주면서 15분을 참으면 한 조각을 더 주겠다고 하였다. 끝날 때까지 참은 아이는 30명이었다. 이 과정을 잘 견뎌낸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관찰하였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대입수능시험인 SAT에서 실험에 실패한 다른 아이들보다 무려 210점이 높았으며 30년 후의 연봉, 개인적인 성과, 직무능력에서도 확연한 차이가 났다.
마시멜로 식사법의 손쉬우면서도 실천하기 쉬운 훈련법이 바로 ‘천천히 꼭꼭 씹기’와 ‘식사순서 재조정’이다. 많은 현대인들의 식사시간은 대개 10분을 넘지 못한다. 이때 유의할 것이 ‘빨리’ 먹는 것이 ‘적게’ 먹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본인의 1인분을 그냥 빨리 먹는 것이 현대인의 식사모습이다. 이렇게 빨리 식사를 하는 이유는 심리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폭식을 즐기는 욕구 때문이다. 식사시간이 20분 이상 길어지면 식욕억제호르몬인 렙틴호르몬이 나와 음식 먹기가 불쾌해지기 때문에 렙틴이 분비되기 전에 재빨리 음식을 먹어 치우는 것이다. 이렇게 음식을 씹지 않고 삼키는 습관은 비만과 직결된다. 꼭꼭 씹으면 음식을 천천히 먹을 수밖에 없고 식욕억제호르몬 렙틴이 활동할 충분한 여유도 만들어진다.
처음에 자신이 싫어하는 음식을 먼저 먹는 식사순서 재조정은 미각중독에 찌든 입맛의 만족지연력을 증가시킨다. 일단 자기가 의례적으로 제일 나중에 먹거나 가장 먹기 싫어했던 음식을 초반부에 먹으면 미각의 만족지연력은 획기적으로 단련된다.
글 _ 박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