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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CULTURE

'세상을 따뜻하게' 손난로 공구인들


덜 쓰고 아껴 기부하는100벌의 옷
 
전남 무안군 중앙철물 김경순 대표





진정한 봉사란 무엇일까? 국어사전에서 봉사의 의미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풀이해 놓았다.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씀.’ 사전에서 풀이하듯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에서 나온 행동 바로 그것이 봉사다. 전라남도 무안군 망운면 망운장터 중앙철물의 김경순 대표는 그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봉사를 행하고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대표는 8년 전부터 매년 크리스마스 즈음이면 전남 담양에 있는 노인요양원 ‘예수 마음의 집’에 내의 100벌씩을 기부해 왔다. 요양원에 의탁하고 있는 무연고 노인 분들과 그들을 돌보는 수녀님들을 위해서다.
“8년 전쯤, 마음의 집 수녀님 한 분이 제가 다니는 성당에 오셨어요. 기부를 부탁한다는 말씀을 하시려고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노인 분들뿐만 아니라 보살피는 수녀님들이 정말 안쓰러운 거예요. 그래서 그 때부터 얼마 안 되는 돈을 모아서 조금씩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양말로 시작했다. 추운 겨울 발 시릴 노인들을 위해서. 그 다음에는 지팡이를 기부했다. 다리가 아프고 넘어질까 겁나 잘 걷지 못하는 노인들을 위해. 그리고 몇 년 전부터는 겨울철 내의를 100벌씩 예수 마음의 집에 보내고 있다. 인구라고 해 봐야 고작 2000명 남짓 되는 동네에서 일용품도 아닌 철물 공구가 팔려야 얼마나 팔릴까. 장사 잘 된다 소리를 했던 시기는 20년도 더 전의 이야기. 기껏 해야 조금 남는 여윳돈을 아끼고 아껴 8년째 기부를 계속하는 중이다.
“보시면 알겠지만 여기가 엄청 시골이에요. 장사가 안 돼. 옛날에 여기 공항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사람이 없어 사람이. 그러니까 이제 내 먹을 것 덜 먹고 쓸 것 아껴서 모으는 거예요. 지금은 그게 생활화가 됐어요. 그렇게 모은 돈을 연말에 기부하는 것. 그 취미로 지금 살아가는 거예요.”
 
무연고노인 위한 양말, 지팡이, 내복
 
매 월 중앙철물에는 예수 마음의 집 수녀님들이 보낸 편지가 날아온다. 기부자들에게 보내오는 편지다. 한 달 동안 요양원에서 있었던 이야기와 요양원 수녀님들과 노인들이 생활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는 편지를 읽을 때마다 김경순 대표는 눈물을 뚝뚝 흘리게 된다고 한다.
“편지 보면 정말 기막혀요. 돈이 부족해서 수녀님들이 시골로 일도 다니고 온갖 고생을 다 하세요. 재작년에 한 번 마음의 집에 가봤던 적이 있는데, 가서 이야기를 들어 보니까 수녀님들은 받는 돈도 없이 그렇게 봉사하고 계신 거예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성당에서 나오는 봉급으로 먹고 사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런 거 하나도 없이 우리가 보낸 돈으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보살피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수녀님들은 끼니 때 밥이 없어서 못 먹는 날도 있다는 거예요. 기가 막혀요 정말.”
요양원에 다녀온 뒤로 봉사의 마음은 훨씬 커졌지만 철물점 판매도 허탕치는 날이 많은 여유롭지 않은 수입에 연말이 다가오면 올해는 못 해줄까 싶어 가슴 아픈 날이 많다. 하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옷을 보내기 딱 3~4일 전이면 하늘의 뜻인지 돈이 마련된다고 한다. 그게 벌써 몇 년 째라고.
“연말은 다가오는데 장사가 안 되면 기도를 해요. 기부해야 하니까 장사도 잘 되게 해 달라고. 그럼 묘하게 그 돈을 딱 마련해 주세요. 누구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면 거짓말이라 욕할까봐 말을 잘 못하는데 나는 그렇게 신기해. 작년 재작년에는 뭘 팔았는지도 모르는데 하루에 50만 원을 팔았어요. 하늘이 그렇게 나를 도와줘요. 봉사하라고.”
장사가 잘 됐으면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대표는 건강만 유지된다면 나이 80세까지 계획을 잡고 봉사하고 싶다 말한다.
 
고달팠던 지난 삶… 자서전으로 남기고파
 
장터라고는 이름뿐인 망운장터에서 홀로 철물점을 지키고 있는 김경순 대표. 대표는 스물 둘 애처로운 꽃잎 같은 나이에 무안군 읍내에서 지금 이곳 망운면으로 시집을 와 나이 예순 여덟 된 오늘까지 한시도 마음 편하게 지낸 날이 없었다 한다. 뻔하디 뻔한 중매로 만난 남편은 일은 할 줄도 모르고 할 생각도 없는 그야말로 한량이었고 시부모뿐만 아니라 시할머니에 시누이 시동생까지 혼자 돌봐야 했다. 일할 생각 없는 남편을 대신해 시아버님이 운영하던 지금의 중앙철물에서 일을 배웠고 그렇게 지금까지 46년 동안 물건을 팔아 3남1녀를 대학까지 졸업시켜 대도시로 내보냈다. 그동안 고생했던 삶을 누가 알랴. 마음 속 깊이 담아뒀던 자신의 고생을, 대표는 자서전으로 펴 낼 준비중이다. 벌써 출판사와 이야기를 마쳤다.
“공책 앞뒷면으로 스물 두 쪽에 내 이야기를 한 번 써봤어요. 우리 애기들이 내 속을 좀 알아주라고. 내가 고생했다는 걸 자식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말로는 다 못 하니까 책으로 내서 한 번 읽어보라고 내려는 거예요.”
하지만 출판하려는 자서전에도 봉사와 기부 이야기는 적지 않았다. 자신보다 훨씬 더 많이 그리고 더 크게 기부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부끄럽다는 이유에서다. 아직 봉사나 기부를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사람이 죽으면 옷 한 벌로 가는데 모으기만 해서 뭘 할 거냐고 말하고 싶다는 대표는 예수 마음의 집을 첫 기부처로 추천했다. 마음을 모으면 훨씬 더 따듯해지는 법이다.

예수 마음의 집
주소 :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마두길 9-8   ☎ 061)383-4292

글·사진 _ 이대훈



두 번째 삶 봉사하니 사업도 쑥쑥
 
전북 남원 남원볼트공구백화점 우기만 대표



 

커다란 경험을 겪은 사람들은 말하곤 한다. 그 사건 이후 자신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그것이 긍정적인 방향이든 부정적인 방향이든. 전라북도 남원군 남원볼트공구 우기만 대표도 그랬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관광버스를 운전하는 것이 직업이었던 우기만 대표에게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했고 그로 인해 전신마비라는 상황으로 떨어져 내렸다. 침대에 누워서 지낸 1년. 의사들도 포기하라 했지만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운동신경이 돌아왔다.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말하자면 저는 두 번째 인생을 살게 된 거예요. 전신마비가 왔던 1년이라는 시간은 죽어서 지낸 것과 마찬가지였죠. 죽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끝이라는 걸 알게 됐고, 덕분에 다시 움직이게 된 순간 저는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어요. 살면서 뭔가 좋은 일을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대표는 이후 세계적인 봉사단체인 로타리클럽에 입회해 전까지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참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변화였다. 그렇게 20여년의 시간을 봉사에 전념한 우기만 대표는 올해, 로타리클럽 전라북도 지구의 총재에 취임해 두 번째 삶의 불꽃을 더욱 맹렬하게 태우고 있다.
 
전신마비에서 시작된 봉사와 기부
 
1905년 미국의 변호사 폴 해리스가 조직한 로타리클럽은 현재 세계에 535개 지구가 형성되어 있고 우리나라에는 19개 지구가 존재한다. 전 세계 535개 지구 535명의 총재 중 한 명으로서 우 대표는 오늘도 새벽 5시 반에 잠깐 공구상에 들렀다 7시 반이면 전주에 있는 로타리클럽 전북 지구대로 출근한다.
“공구상을 운영하는 다른 분들은 당연히 공구상 운영이 삶의 주(主)일 텐데, 나는 어떻게 보면 공구상은 부(附)이고 봉사와 기부가 우선인 것 같아요. 하하하. 우리 가게 직원들한테는 미안한 말이네요.”
로타리클럽에서 하는 봉사는 정부나 다른 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하는 것이 아니다. 전부 가입한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금액으로 십시일반 모아 진행한다. 지구의 총재면 기부금의 부담도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우 대표가 담당하고 있는 봉사 단체는 로타리클럽만이 아니다. 대표는 대한장애인탁구협회와 전북 장애인체육회에서도 회장과 부회장을 맡고 있다. 그만큼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올해 4월에는 남원군에서 회장배 전국 장애인 탁구대회를 열었어요. 그런데 그런 대회 하나 열려면 회장이 최소 몇 천만 원은 써야 해요. 대회 여는 데 드는 비용도 그렇고 숙박료며 교통비며 또 협회를 이루고 있는 사무국 직원들 밥값도 줘야 하고. 전부 다 회장이 부담하는 거예요.”
그래도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다. 자신이 하고 싶어서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도 그것들을 부담해 가며 봉사를 실천하는 것이다.
 
잘 사는 사람보다 어려운 사람이 봉사에 힘쓴다
 
로타리클럽이며 각종 장애인 단체며 장을 맡고 있는 우기만 대표에게 누군가는 이런 의심을 품기도 한다. ‘나중에 정치 쪽으로 나가려는 거 아냐?’ 그의 대답은 ‘NEVER’다.
“정치에 뛰어들면 내가 하고 싶은 봉사를 못 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아직 국민들이 정치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거든요. 또 저도 정치를 하면서 봉사와 기부를 한다면 과연 순수한 마음에서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하고요.”
금전적인 여유를 가지고 잘 사는 사람들은 그 비율을 놓고 따져봤을 때 기부와 봉사를 하는 사람의 수가 많지 않다. 주위를 둘러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이 여유롭지 못하고 어려운 사람일수록 오히려 기부와 봉사에 참여한다. 자신과 함께 주위에 눈을 주기 때문이다.
“전세계에서 봉사와 기부를 제일 많이 하는 나라가 어딘 줄 아세요? 미얀마예요. 미국에서 하는 만큼 똑같이 해요 미얀마에서. 물론 불교의 나라이긴 하지만 돈이 많아서 기부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없이 살다 보니까 남의 사정을 아는 거예요. 그래서 봉사하고 기부하는 거예요.”
우 대표는 보편적으로 어느 정도는 여유를 가지고 사는 공구상은, 그 여유를 ‘상’이라고 생각하라고 말한다. 상을 받았으니 받은 만큼 베풀라는 의미다. 과거의 어려웠던 때를 뒤돌아보고 앞만 바라보던 시선을 잠시 내려둔 채 주위를 한 번 둘러보면서 생활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글·사진 _ 이대훈
 



우리동네 핸디맨 출동

 

삼일인테리어 김제완 대표의 재능기부





방배동의 한 다세대주택. 추운 날 난방 흔적 없는 얼음 같은 방에서 두꺼운 점퍼를 입은 한 어르신이 현관문을 열었다. 밤만 되면 깜깜한 방에 홀로 지냈던 그가 형광등을 가리켰다. 수명이 다했다. 방도 주방도 형광등이 다 됐는데 교체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몸이 불편한데다가 비용이 부담되고, 교체방법도 몰랐기 때문이다. 집을 방문한 사회복지사가 이 모습을 보고 복지센터로 연락을 취했다. 이에 출장수리 봉사를 하고 있는 핸디맨 김제완 대표가 장비를 들고 출동했다.
 
홀몸 어르신, 핸디맨 없인 못 살아
 
“이거 불 없이 어떻게 사셨어요?”
김 대표는 늘 그래왔듯 여유 있게 의자를 꺼내 발을 딛고 올라갔다. 우선 주방 형광등을 갈았다. 방에 있는 형광등은 지지대를 분리해 버리고 LED 등으로 교체했다. 천장에 드릴로 박아 고정시킨 뒤 전선을 연결해 불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했다.
“LED등이 원래 쓰던 형광등보다 훨씬 밝은데 전기세가 3분의 1밖에 안 나가요. 어르신, 전기세 아끼려 하지 말고 앞으로는 불 환하게 켜고 지내세요.”
“네.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어르신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작은 도움인데도 연신 고맙다는 인사. 5분도 채 되지 않아 수리를 끝낸 김 대표는 그 다음 장소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이런 간단한 수리도 홀몸 노인에게는 힘든 일이다. 한 어르신은 뭉친 머리카락이 걸려 화장실 변기가 막혔는데도 고칠 줄을 몰라 1년간 남의 집 화장실을 쓴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 번 출장수리를 부르려면 적어도 출장비 2~3만원씩 들고, 이마저도 수리기사가 오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불편도 참고 살 수밖에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핸디맨이 절실했던 이유다.
 
집수리 봉사 8년째…  ‘고맙다’ 말 제일 뿌듯해
 
현재 강남에서 인테리어 설비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 대표는 서초구청 직원의 설비봉사 요청을 받은 인연으로 8년째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사랑의복지관, 중앙복지관, 반포복지관 등에 연계되어 장애인, 편부모 가정, 홀몸 어르신의 집을 수리해왔다. 현재는 서초구청의 위탁기관인 서초구어르신행복e음센터를 통해 홀몸 어르신을 위한 ‘출동! 핸디맨(handyman)’ 서비스와 ‘주거환경개선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형광등도 갈아주고 집에 벌레가 들어오지 않게 방충망을 새로 제작해 끼워주기도 하고, 도배, 바닥 장판도 새로 깔아주고, 수도꼭지 배관 고장난 것도 교체하고 싱크대 부서지면 새로 제작해 갖다 주고… 어르신들 혼자 생활하면서 어려운 부분 요청이 들어오면 다 고쳐드리죠.”
서초구 내 어르신들을 도와주는 핸디맨들은 방배, 양재, 잠원, 서초 등 구역별로 나누어 김 대표를 포함해 5명이 활동하고 있다. ‘별지기’라 불리는 동네 주민들은 핸디맨들의 손길이 필요한 홀몸 어르신을 제보하고 복지 서비스를 연계한다. 센터로 요청이 들어오면 시간을 맞춰 필요한 공구와 물품을 트럭에 싣고 나타난다. 재료비만 서초구 경제인협의회가 지원하고, 나머지는 모두 핸디맨의 재능기부로 이뤄진다. 
“제가 하고 있는 인테리어 일과 똑같아요. 그래서 어떻게 공구 쓰고 수리해야할지 다 알고 도움 줄 수 있으니까 하겠다 했어요. 일하면서 봉사도 같이 할 수 있는 거죠. 사람이 다 혼자 살 수 있어요? 같이 더불어 사는 거지. 아무 연고 없이 혼자 사시는 노인 분들을 보면 참 안타까워요.”
그가 봉사를 나올 때는 아내가 대신해 가게를 본다. 귀찮을 법도 한데, 아내 역시 봉사에 관심이 많아 남편의 재능기부활동을 적극 지지해줬다고 했다. 매번 힘든 집수리를 하루 이틀도 아니고 꾸준히 해올 수 있었던 건 어르신들의 ‘고맙다’는 한 마디였다.
“오늘 오전에도 영곡동에 혼자 사시는 할머니 댁 가서 집 도배 해드렸어요. 어르신들 대부분 반지하에 사니까 장마 끝나고 통풍도 안돼서 곰팡이 피고 말도 못했어요. 짐 치우고 다 청소해서 벽지 깨끗하게 갈았어요. 할머니가 너무 고맙다고 밥까지 차려주시려고 했는데 급해서 그냥 나왔어요. 어제도 한 집 바닥을 새로 깔아드렸는데 어르신이 밤 9시 반에 전화해서 너무 고맙다고 하고. 다들 고마워 죽죠. 그럴 때 기분 좋아요.”
 
난감할 때도 있다. 집수리를 여러 가지 한꺼번에 해달라고 요청하는 고집 센 어르신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산과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 다른 어르신들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오전 반지하방 도배를 하고, 다세대주택 형광등 교체를 한 뒤 오후에 근처 다른 주택에서 도배작업을 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바쁜 와중에도 웃음 한 번 잃지 않는 김 대표. 인테리어가 끝나고, 오늘로 세 번째 어르신의 감사 인사를 받았다. 잠시 쉴 틈 없이, 트럭에 공구 가득 싣고 또 일하러 떠나야 한다는 그의 발걸음은 오늘도 가볍다.
“봉사 하고 나면 좋은 거죠. 수리할 때는 몸이 피곤하고 그렇지만 끝내고 나면 뿌듯해요. 스스로 잘했다고 칭찬해줘요. 다른 게 뭐 있겠어요.”

글·사진 _ 장여진



착한공구로 사회공헌 실천해요
 
서울대 글로벌 사회공헌단의 ‘착한공방’





착한커피, 착한화장지, 착한식당, 착한여행… 
 
우리는 좋은 일에 쓰이거나, 정직하거나, 비용대비 알차다는 의미로 사물이나 서비스 앞에 ‘착한’이라는 단어를 종종 붙인다. 서울대학교에는 ‘착한공방’이 있다. 착한공방은 서울대 글로벌 사회공헌단 아래 여러 봉사단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 곳이다. 2015년 겨울,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약 70㎡ 규모로 공구와 기기들로 채워진 착한공방은 50명 이상의 학생들과 관련 기술과목 수강생들이 정기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사회공헌 꿈꾸는 학생들 위한 착한공방
 
서울대 글로벌개발협력센터의 이정현 해외사업팀장은 학생들의 더 나은 사회공헌활동을 위해 착한공방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착한공방은 사회공헌단에서 추진하는 적정기술과 관련된 사회공헌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공간입니다. 전공과 연계한 공헌활동뿐만 아니라 적정기술을 활용한 국내외봉사단 운영을 지원하고 있어요. 사회공헌단 내 동아리 ‘학생사회공헌단’과 공과대학의 적정기술 동아리 ‘VESS’ 학생들, 그리고 전공연계 실천사업 교과목 수강생 등 사회공헌활동을 꿈꾸는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적정기술이란 낙후된 지역이나 소외된 계층을 배려해 만든 기술이다. 서구의 첨단기술, 거대기술이 아니라 해당 지역 여건에 맞는 기술이 진정으로 그 지역 주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 예로 전기가 부족한 아프리카 한 마을의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전기펌프보다 자연의 물을 모아주는 그물장치가 더 유용한 것을 들 수 있다. 적정기술은 쓰게 될 사람의 사정에 맞기 때문에 사회공헌에도 유용하다. 이 적정기술을 바탕으로 한 사회공헌활동을 지원하는 데 착한공방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각종 수공구부터 레이저커터, 3D프린터까지 갖춰
 
착한공방은 다양한 공구와 기기들을 갖추고 있다. 태양광, 3D 프린터(FDM), 3D 스캐너, 레이저커터 등 최첨단 설비와 밴드쏘, 드릴링 머신, 드라이버, 플라이어, 렌치, 버니어캘리퍼 등의 공구들로 가득하다. 이 ‘착한’ 공구들은 학생들이 사회공헌과 관계된 적정기술 제품을 제작할 때 많이 쓰인다. 
“특히 3D 프린터를 이용하면 학생들이 디자인한 것이 실제로 어떤지 확인하고 업체에 주문하기 전에 시험해볼 수 있어요. 제품을 사용할 때 생기는 문제나 디자인의 문제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제작 전에 디자인을 수정해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이죠.”
착한공방은 서울대 글로벌 사회공헌단에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용할 수 있다.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는 서울대 구성원들과 관련 교과목 수강생들은 모두 무료로 기계와 재료를 사용할 수 있다. 서울대 구성원이 아닌 경우에도 서울대 사회공헌단이 주최하는 경진대회에 참가하는 경우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사회공헌단 관계자는 “학생들이 이 공간을 통해 사회공헌활동을 위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공헌단은 적정기술의 교육과 보급을 위해 지난 10월까지 매월 1회씩 주제별 전문가를 초빙한 ‘착한 공방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올해 워크숍에서는 서울대 빗물연구센터 김현우 연구위원을 초빙해 ‘빗물을 이용한 식수 공급’을 주제로 강연했다. 사회공헌단은 이 워크샵 결과를 토대로 베트남 빗물 식수화 사업에 나섰다.
“SNU(스누) 봉사단에서는 베트남 빈딘 지역의 물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빗물, 우물 정화 시스템을 설치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현지 주민들에게 식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이런 활동들은 실질적인 효과가 있었고 보다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에 착한공방의 기술지원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착한공방은 적정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관련 활동을 지원하고자 합니다. 참여자의 요구에 맞추어 내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필요한 기자재도 더 갖춰서 학생들의 더 많은 아이디어들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우리사회에 적용될 수 있도록 착한공방이 사용되길 바랍니다.”

글·사진 _ 장여진






<월간 공구사랑 2016년 12월호> - 2016 공구인들 기부 릴레이
코메론 / 한국OSG / 스탠리블랙앤데커 / 아트라스콥코 / 보쉬 / 삼익THK / 대구텍 / 아임삭 / 충남 홍성군 철물점들 / 동성철물 남장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