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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CULTURE

삼흥공구 삼남매의 좌충우돌 공구이야기 2


삼흥공구 삼남매의 좌충우돌 공구이야기

둘째 공구소녀의 맛있는 공구 



여자면 시집가야지!… 뭐가 못마땅한데요?

나, 김아름. 우리나라에 있는 수많은 공구인들 중의 한 명. 그런데 나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다르다. 내가 여자라서 그런가? 요즘 여성공구인이 얼마나 많은데 뭐가 특이하다는 거지? 어리기 때문에 그렇다고? 그게 뭐 어때서, 나이 어린 여성공구인 처음 보시나? 가게에 오시는 손님들이나 주위 사람들은 이런 한 명의 
‘보편적인 공구인’일 뿐인 나에게 너무 많은 말씀들을 하신다. 
“아니, 젊은 여자는 취직을 하고 얼른 시집을 가야지 왜 여기서 일하고 있어?” 나를 향한 말들 중에서도 제일 듣기 싫은 말이다.
나는 이미 내 이름 앞에 붙는 ‘공구인’이라는 수식어가 좋아졌고, 내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배우려 노력하면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도 뭐 내가 부모님이 일부러 공구상에 잡아놓아서 억지로 일하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씀들을 하시는 게 정말이지 너무너무 싫다. 나는 원예치료사 자격증도 있고 그걸 토대로 강의를 하러 나가기도 하며 지금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도 밟고 있다.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공부와 하고 싶은 공구상 일을 병행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그렇게 나를 못마땅하게 보는 걸까?

 
남자 직원 없어?… 저한테 물어보셔도 돼요!

공구상에서 일하다 보면 다양한 제품들을 찾는 많은 부류의 고객들로 심심할 틈이 없다. 그만큼 알아야 할 것들이 어마어마하다. 물론 나는 아직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 나를 싹둑 잘라 무시해 버리고 굳이 오빠에게 가서 물어보는 고객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런 경험이 부모님 을 대신해 우리 삼남매가 맡아 운영하는 인화지점에서는 한두 번이 아니다.
잠깐 오빠가 자리를 비운 사이, 충전드릴을 구입하려 오신 손님이 있었다. 틈 날 때마다 오빠에게 충전드릴에 대한 설명을 들어왔던 나는 ‘이번엔 내가 팔아봐야겠다’하는 생각으로 인사를 밝게 하며 다가갔다. “어떤 작업에 주로 사용하실 거세요?”라며 묻는 내게 손님이 대뜸 던진 말. “사장님이나 다른 사람 없어?” 그래, 내가 어리기도 하니까 말씀을 편하게 하실 수도 있지.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한 번 물었다. “저한테 말씀하셔도 되는데요. 어떤 게 필요하시죠 사장님?” 그래도 그 손님은 남자 직원이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말 뿐. 정말 너무 속상하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었다.
 
공구상에서 쌓인 스트레스, 해답은 나만의 음식!

점차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자주 일어나는 이런 일 때문에 마음 상한 적이 여러 번이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기만 해서는 내가 못 견디겠다’싶어 고민해 봤다. 이럴 때 나에게 필요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무엇일까? 찾아낸 해결법은 바로 내가 만드는 요리로 힐링타임을 가지는 것!
공구상에서 일을 하다 보면 물론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날도 많다. 짜장면이나 볶음밥, 돈까스, 쫄면, 백반 등의 음식을 시켜먹기도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밥중의 밥, 집밥이 최고 아닌가. 기분이 꿀꿀해지는 날엔 일을 마치고 장을 보러 가곤 한다. 감자며 양파 양배추 돼지고기 소고기 등등 재료를 사 와 맛있는 요리를 직접 해 먹으면 우울하게 꾹꾹 구겨져 있던 기분이 다리미질이라도 한 것처럼 쨍쨍하게 활짝 펴진다. 내가 만든 요리를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주면 그 또한 어찌나 행복한지. 그래서 난 요리를 할 때마다 어떻게 만들면 가족들의 입맛에 맞출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한다. 그런 고민을 하며 음식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실력이 조금씩 늘었고 어느새 요리는 나의 또 다른 취미가 되었다.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고추참치볶음밥

본점에서 일할 때는 가족들이 다 함께 있었기 때문에 내가 잠깐 집에 올라가 점심 식사를 만들어 와도 괜찮았다. 심지어 김밥, 잡채, 제육볶음 등 손이 많이 가는 요리도 만들 시간이 충분했다. 그런데 인화점 지점이 문을 열고 부모님과 떨어져서 우리 삼남매끼리만 장사를 하다 보니 요리를 할 시간도 충분치 않아 초기에는 배달 음식만 시켜먹었다. 그렇게 시켜먹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매일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빠르고 간편하게 요리해서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봤다. 그렇게 만들어진 나만의 공구상 레시피가 벌써 여럿! 그 가운데 제일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소개하려 한다. 바로바로 고추참치를 이용한 고추참치볶음밥이다. 너무나 간단해서 요리 좀 하시는 분들은 ‘애걔걔, 이게 요리야?’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고추참치의 그 고소하면서도 매콤한 맛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생각보다 훨씬 더 만족하실 거라 생각한다.

 
모든 공구상, 집밥으로 건강해지길!

글로 정리한 레시피도 이렇게 간단간단하지만 막상 직접 요리하는 데도 5분 정도면 충분하다. 이렇게 쉽고 간단하게 직접 요리를 해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만들어 먹으면 배달음식을 시켜 먹었을 때보다 더 든든하다. 밥그릇을 싹싹 비우고 만족스러워하는 오빠와 동생을 보고 있자면 내가 받은 스트레스도 당연히 풀린다.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인 요리로 힐링타임을 갖는 것처럼, 나와 같이 손님들의 편견 때문에 고생하는 또 다른 여성공구인 분들도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모든 공구인들이 식사를 식당에서 시켜 먹지 말고 매장에서 직접 집밥을 해 먹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 있다. 집밥으로 몸도 건강 마음도 건강해질 수 있도록 모든 여성공구인들, 아니 모든 공구인들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