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미 있어요? 프라이팬은요?”
공구상에서 생활용품 찾으면 어떡해!
맏이 공구청년의 어렵다 어려워 독립
난 부모님 밑에서 5년이라는 해가 지나는 동안 알바로 그리고 정식 직원으로 시간을 보낸 뒤 독립이라고 하기도,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기도 좀 애매하지만 무튼 동생들과 함께 삼흥공구 인화점을 이끌게 되었다. 그것도 본점보다 훨씬 큰 규모로 말이다.
솔직히 부모님 매장에서 직원으로 일할 때에는 공구상 운영이라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독립 후 2개월 동안은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이래저래 고생의 연속.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층의 범위가 본점과는 달리 무척이나 다양화되면서 비롯된 문제였다. 물론 블로그나 쇼핑몰, 카페로 제품을 판매할 때에도 다양한 소비자들을 상대하긴 했다. 하지만 직접 마주보고 응대할 필요는 없으니 문의전화가 오더라도 이미 올려 둔 내용에 약간의 설명을 추가하거나 추천을 해 드리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고객과 직접 마주하고 1대1 응대를 해야 하는데 고객이 우리가 올려둔 제품 설명을 보고 온 게 아니라 ‘이거 있어요?’ 하면서 사진을 내밀거나 심지어 공구 이름도 몰라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라, 다짜고짜 필요한 상황에 맞는 공구를 내놓으라 하는 분들도 있는 게 아닌가.
공구상 운영, 장난이 아니네
본점은 공구상 거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그래도 공구에 익숙한 분들이 많이 방문하셨고 또 찾는 물건도 예상 가능한 품목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인화점은 공구거리와는 떨어져 있는 주거지 근처이다 보니 생업에 공구를 필요로 하는 분들 말고 집에서 사용할 생활용품을 구입하려 하시는 일반 분들도 많다. 그 분들이 찾는 물건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 부엌칼, 세제, 수세미, 도마, 테이프클리너, 워셔액, 버너, 면도기, 분재용 철사, 고무장갑, 위생장갑 심지어 프라이팬에 냄비까지?!
예상도 못한 물건을 요구하는 손님에게 “여기 공구상인데요?”라고 말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간단했다. “건물 크길래 있을 줄 알았지. 간판에도 종합상사라고 써 있더만?” 이때 번뜩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품목 다각화에 생활용품도 넣고 진열도 보이는 곳에 하자.’ 공구를 구입하러 오는 분들과 함께 주변 주거지역에서 오시는 일반 소비자 분들도 스스럼없이 방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다.
고객이 입구로 들어오면 바로 눈에 띄도록 매장 전면부에 생필품코너(?)를 마련했다. 또 어떤 제품이 더 필요한지, ‘고객이 찾았는데 우리 매장에 없는 것’을 계속 기록하며 주문해 채워갔다. 구하기 어려우면 모를까 구할 수 있는 선에서는 몽땅 구해서 채워놓은 것이다.
또한 일반 소비자분들의 이목을 끌고 친근감을 높이기 위해 여러 유머러스한 문구들을 복사해 매장에 붙여봤다. 예상대로 반응은 좋았다. 보고 웃는 분들도 많고 그냥 나가셨다가도 나중에 그 문구를 기억해 다시 방문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리고 매장 2층에는 우리가 꼭 하고 싶었던 공구카페(?)를 만들어서 손님들이 잠시 쉬어 갈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다. 커피는 무려 공짜다! 아직까지는 손님들의 반응이 좋은데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어리다고 무시 마! 이래봬도 공구 전문가
독립하고 맞닥뜨린 두 번째 문제는 어린 나이와 앳된 얼굴이었다. 솔직히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부모님을 닮아서 동안인 편이다. 그래도 스물일곱 나이면 사회에서 아주 어리지는 않은 나이일 텐데 공구업계에서는 아직 애로 보이나 보다. 그러다 보니 고객 분들이 말을 함부로 하시는 경우가 많다. 이제 그 정도는 별로 크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제일 힘든 것은
5년 정도 경력이 되어서 어느 정도는 말을 알아듣고 이쪽 매장에 있는 제품들이라면 다 어디에 있고 어떻게 사용하고 얼마고 어떤 메이커가 좋고 각각의 차이점 등을 알고 있는데 그 점마저도 무시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 전문성 있어보이도록 벨트에 커터칼, 다목적가위, 송곳, 네임펜, 유성매직 등을 차고 원래 신고 있긴 했지만 안전화까지 신고 다니며 일하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방법과 어떤 것에 대해서 설명해드리는 중에 석연찮게 보시면 그 자리에서 바로 검색하여 부족한 설명들은 추가하고 정확도를 위해 증거자료를 보여주는 것이다.
어리다고만 생각하던 손님 분들도 정확한 정보와 함께 설명을 하니 자신이 잘못 알고 있던 것까지도 다시 알아가기도 하고 무시하던 시선들도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처음보다 사장님이나 사모님을 찾는 사람들도 적어지고 있다는 게 가장 성공적인 결과인 것 같다.
부모님과 함께한 5년, 독립한지 벌써 5개월?
이렇게 어렵게만 느끼던 부분들을 해결해 나가면서 보람도 느껴갈 때쯤 어느새 3월이 되었다.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시간이 지나간 것 같다. 부모님 밑에서 5년 거기에 독립(?)하고 5개월 만에 드디어 개업식을 했다. 많은 분들이 우리를 응원해주시고 계시다는걸 새삼 느끼는 시간이었다. 정헌율 익산시장님께 초대장을 보내드렸는데 고맙게도 방문해 주셔서 많은 이야기도 해 주시고 공구상에 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또 도의원님, 시의원님들도 오셔서 자리를 빛내주셨다. 거기에 가족들의 응원까지 더하니 공구상 참 어렵다지만 보람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오시는 손님들마다 열심히 하라고 말씀해 주신 만큼, 나는 열심히 그리고 똑똑하게 이 사업에 임하려고 한다. 많은 분들의 응원에 보답해야한다는 심정으로.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더 좋아지는 삼흥공구종합상사 인화점. 기대를 부탁드린다.
글_김남현·진행_이대훈·일러스트_원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