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가 빵이 된다고?
공구빵 만드는 청년CEO 최현석 대표
메이드 인 북성로, 공구빵의 시작
공구를 빵으로 만든다는 희한한(?) 뉴스를 접하고 공구빵 만드는 청년CEO, 최현석 대표를 찾았다. 코를 자극하는 달콤한 빵 향기와 함께 이곳저곳 눈에 띄는 공구까지. 범상치 않은 그곳에서는 공구를 빵으로 구워내고 있었다. 그는 어떻게 공구를 빵으로 만들 생각을 했을까?
최 대표가 공구빵을 처음 기획한 건 약 1년 전 ‘메이드 인 북성로’란 프로젝트를 통해서였다. 북성로기술생테계 주민협업공모전에 지역특산물로 활용 가능한 ‘북성로 공구빵’을 제안한 것. ‘영덕 대게빵’이나 ‘도쿄 바나나빵’처럼 북성로만의 문화 콘텐츠이자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한 길거리 음식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고. 그래서 회사 이름도 공구를 그대로 읽히게끔 ‘FACTORY09’로 지었다. 당시 북성로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주물공장인 ‘선일포금’과 협업해 주물빵틀을 제작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북성로의 문화를 브랜딩하다
“저는 현재 동인동에서 목공방을 4년 째 운영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공구를 구입하러 북성로에 드나들 때가 많아요. 패션마케팅을 전공해서인지, 북성로를 마케팅하고 브랜딩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를 자연스레 생각하게 됐어요. 그러다 ‘북성로 공구빵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관광객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데다 관광기념품도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최 대표는 지난해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의 대구콘텐츠코리아랩에서 지원을 받아 모델 수립부터 패키지 디자인, 상표등록, 상품개발까지, 창업에 필요한 많은 부분들을 도움 받았다.
“최근 콘텐츠랩의 브랜딩프로젝트를 통해 2차적으로 오븐용 빵틀을 제작했어요. 대량생산이 가능한 것은 물론 주물빵틀에서 구운 빵보다 보관시간이 길어져 창업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됐어요.”
북성로를 상징하는 공구를 제빵 아이템으로 삼은 그에게 북성로에 대한 애정은 어쩌면 당연한 일.
“공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공구골목을 살리는 데 제가 보탬이 되면 좋겠어요. 북성로에는 40년, 50년 된 기술자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의 대가 끊기고 있다는 게 참 안타까워요. 높은 기술력은 물론 미래가치가 큰 데도 청년들은 기술직이란 사실만으로 기피하죠. 문화적, 예술적 요소가 많은 북성로의 전통을 이어가고 싶어요. 북성로만의 가치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은 게 제 꿈입니다.”
다양한 공구, 새로운 맛 개발 중
아직 그에게 창업은 초기단계다. 아무래도 자본금 문제는 청년CEO에게 무거운 짐. 권리금, 임대료, 인테리어비용 등 초기 투자비용이 상당히 든다. 도움 없이 창업하기가 어려움이 큰 실정이다. 그러나 꿈이 있기에 올 하반기에는 북성로에 공구빵 카페를 오픈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저는 단순히 빵을 팔기보다 문화를 팔고 싶어요. 핸드메이드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하고 기술인들과 예술인의 워크숍, 세미나 개최 등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디자인 제품을 만들고 또 상품화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어요.”
북성로 공구상에서 당일 공구를 구입한 영수증을 들고 오면, 할인혜택 이벤트도 제공할 계획이다. 지역의 문화를 입힌 상품이기에 당연히 지역을 기반으로 한 기업을 꿈꾼다. 또 이를 통해 북성로의 역사와 전통, 기술 인프라들이 더욱 빛을 낼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공구빵은 현재 몽키스패너, 볼트, 너트 등 3가지 모양, 3가지 컬러로 플레인, 녹차, 딸기맛으로 구분된다. 공구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앞으로 공구빵틀도 다양한 디자인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대구사과와 성주 토종꿀을 넣는 등 지역색을 입힌 다양한 맛도 연구 중이다. 최 대표는 공구빵 맛 컨설턴트이자 사업파트너인 이나희 ‘리즈초콜릿’ 대표와 함께 공구초콜릿도 개발하고 있다.
“공구빵은 빵의 기본 레시피인 마들렌 방식으로 구워요. 버터, 계란, 우유가 주재료죠. 어떤 재료를 가미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내는 마들렌은 스펙트럼이 넓은 빵입니다. 저희는 특히 마가린을 쓰지 않아요. 보다 좋은 재료로 최고의 맛을 내는 명품빵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구빵은 북성로를 대표하는 문화이기에 맛, 재료, 모양까지 하나도 놓칠 수 없다는 이 대표. 빵의 맛과 제품력은 이 대표가, 상품기획, 개발, 프로젝트 진행은 최 대표가 맡고 있다. 콘텐츠랩 프로젝트를 통해 만나 지금은 함께 협업하는 관계로 시너지효과를 높이고 있는 것.
공구빵은 이제 오븐에서 구워낼 수 있어 유통기한을 늘린 것은 물론 맛도 살렸다. 가격은 1,500원~2,000원대로 책정할 계획이다. 함께 개발 중인 공구초콜릿의 보존율도 높아 관광상품으로서의 가치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공구는 꿈을 실현해주는 고마운 도구
아무래도 공구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그에게 공구의 매력은 어떤 것일까?
“공구는 제가 만들고 싶은 것을 구현해줄 수 있는 도구예요. 오래 걸릴 일을 단시간에, 힘든 일을 단순하고 쉽게, 또 정교하게 실행해주기 때문에 더없이 매력적이죠. 디자이너로서 샘플을 제작할 때 특히 장비 욕심이 많이 생겨요. 새로운 공구가 나오면 사고 싶기도 하고요. 특히 애착이 가는 공구가 있다면, 기본적으로 연필과 줄자, 각도절단기를 좋아합니다. 띠톱(Band Saw)과 전동공구도 제가 자주 사용하는 공구죠.”
우리가 가진 것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최 대표의 모습에서 북성로 공구골목의 새로운 미래가 보이는 듯 하다.
“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하고 싶고, 또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미래를 생각했을 때 최고의 선택이 되리라 믿고 있어요. 저의 경우 창업과정이 힘들지만 하고 싶은 걸 하는 거니까 만족합니다. 또 청년이니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도전은 청년의 특권이니까요.”
글_김연수·사진_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