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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CULTURE

직접 교회, 요양원 짓고 찜질방도 지은 임영기 목사


목사님 아니라 목수님이세요?

전남 보길도 정자교회 임영기 목사





보길도의 목수 목사님

전라남도 완도군 보길도에는 교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목사님이 있다. 보길정자교회 임영기 목사가 바로 그다. 임 목사가 유명한 이유는 교회면 교회 사택이면 사택 노인요양원이면 요양원 심지어는 황토벽 찜질방까지, 교회 부지 내 모든 건물을 전문가의 도움 없이 직접 지어냈기 때문이다.
“85년도에 신학생 신분으로 섬에 들어와서 맨 처음으로 사택을 지었어요. 사택이라고 하기도 거창하고 아홉 평 면적에 통나무로 기둥 세우고 천막을 씌워 벽을 만든 거였죠. 거기에 양철 지붕을 올려 만든 건물이었어요. 생각해 보면 그때부터 쉬지 않고 뭔가를 만들고 지어 왔던 것 같아요.”
요즘은 드물지만 80년대까지만 해도 신학도들은 작은 섬이나 면단위 리단위의 농어촌으로 많이들 들어가 지역 주민들의 주거 개선을 위한 봉사를 진행했다. 1985년, 그렇게 보길도에 건너온 임 목사는 그대로 섬에 자리잡았다.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여기가 굉장히 낙후된 지역이었어요. 도로도 없고 수도도 없고. 전기조차 들어온 지 몇 년 안 된 곳이었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즐길 줄도 모르고 바깥 육지가 어떻게 발전되어가고 있는 줄도 모르는 거예요. 뭔가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하게 됐던 거예요.”
마을 주민들을 위한 거주 환경 개선 사업과 마을공동체 꾸미기 사업이 그렇게 시작됐다. 주민들의 좌식 주방을 입식 주방으로 교체하고, 화장실도 구식 화장실에서 신식 화장실로 교체했다. 물론 전부 임 목사가 직접 공사한 것이다.

 
마을공동체조성을 위한 노력

임 목사는 건축에 관한 일이라면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 철근, 용접, 배관, 벽돌, 전기, 목수, 인테리어까지. 그렇다는 말은 곧 그런 일에 필요한 다양한 공구들을 전부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처음 건물 지을 때만 해도 공구도 없이 했어요. 90년도에 저쪽 예배당을 지을 때는 돈이 없으니까 문틀을 만들려고 새시를 사 와서는 그냥 쇠톱으로 자르고 일자 드라이버를 갈아서 구멍 뚫고 그랬죠. 그 이후로는 ‘이런 공구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면 하나씩 하나씩 구입해서 지금은 건축에 필요한 공구는 거의 다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성경과 십자가만큼 공구와도 친한 임영기 목사. 마을 사람들은 그를 목사보다 목수에 가깝다며 농을 친다. 그런 마을 사람들에게 임 목사는 웃으며 그렇게 봐줘도 괜찮다 말한다. 섬과 같은 특수 지역에서는 만능 일꾼이어야 지역 사람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겠냐면서. 그래야 목표로 하는 마을공동체 조성에도 더 큰 힘이 될 거라 말하는 그였다. 공동체 조성을 위해 건물을 지으며 공구와 가까워진 목사지만 처음부터 공구와 익숙한 사람은 없는 법. 하지만 그는 공구 사용에 대한 부담 없이 ‘하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어디서 배운 적도 없는 공구를 사용해 왔다.
“공구는 일단 사용해 보는 게 익히는 방법인 것 같아요. 한 번도 안 써본 공구도 하자면 다 하게 되더라고요. 우리 기독교식으로 말하자면 뭔가 조금의 은사가 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하하하.”
무작정 그렇게 공구를 사용하다 보니 다치기도 많이 다쳤다. 발뒤꿈치 위쪽을 크게 찢긴 사고도 있었다.
“그래서는 안 되는 건데, 그라인더에 톱날을 끼워서 사용하다가 사고를 세 번 당했어요. 한 번은 톱날이 빠지며 떨어져서 뒤꿈치가 12cm나 찢겨 나가 힘줄이 보인 적도 있죠. 그래도 중요한 아킬레스건이 안 다쳐서 다행이었지 정말 큰일 날 뻔 했어요.”

 
외국에 가서도 학교를 짓는 맥가이버 목사님

가까이에서 사는 주민들은 뭔가 고장이 났다 하면 임영기 목사부터 찾는다. 체인톱이 시동 안 걸린다, 예초기가 안돌아간다 하면 
‘목사님은 이거 고칠 수 있을 거야’하고 쫓아온다. 가까운 공구상이나 A/S센터를 찾기 힘든 섬 주민들에게 그는 그야말로 맥가이버나 다름없다. 교회에 사는 맥가이버다.
“주민들에게 저는 아마 그냥 가까운 이웃이나 아저씨일 걸요? 30년 넘게 가까이에서 지냈으니까요. 지금은 워낙 바빠서 주민들에게 자주는 못 가는데 예전에는 계속 다녔죠.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해 주면서 함께 전도도 하고요.”
12년 전 폐교된 초등학교 부지 8000평을 구입해 1년 만에 교회를 짓고 또 노인요양원도 짓고 여러 시설을 지은 그는 학교 건물 내부를 개조해 숙박 시설은 물론이거니와 주민들을 위한 탁구장도 만들었다. 요즘은 건축 실력이 소문나 기독교의 해외 사업에도 불려 가곤 한다는 임영기 목사. 태국과 필리핀에는 벌써 여러 차례나 다녀왔다. 다른 일을 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부족한 학교와 교회 건물을 지어 주러 가는 것이다.
“저를 중심으로 갔던 적도 여러 차례구요, 건축 일 하시는 전문가 분들과 팀을 이뤄서 가기도 했어요. 건물 한 채 짓는데 뼈대 세우고 지붕 올리고 하는데 3주 정도 걸리죠. 그렇게 임시로 사용할 수 있게 지어놓았다가 몇 개월 후에 다시 가서 나머지 부분을 완성하는 거죠.”

 
보길도관광농원 프로젝트 계획 중

지금 임영기 목사는 보길도를 하나의 관광지로 만드는 보길도관광농원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보길도는 나라에서 지정한 ‘꼭 한 번 가 봐야 할 섬’에 3년 연속으로 선정되었던 적이 있을 만큼 그 풍광이 유려하고 볼거리가 다양하다. 그 경치에 취해 조선시대 문인 윤선도도 보길도에서 어부사시사를 쓰지 않았을까.
“보길도는 천혜의 관광지입니다. 그런데 관광지에 왔다고 구경만 하고 가는 것은 아니잖아요. 여기서 나오는 것들 조, 수수, 목화, 메밀 등을 이용한 체험 시설을 꾸리고 있습니다. 제가 만든 물레방아를 이용해 조나 수수를 방아 찧어 떡도 만들고요. 또 특산품인 여러 해산물의 채취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 중입니다.”
지금도 멋진 보길도지만 앞으로 임 목사의 프로젝트가 완성되었을 때의 더 멋진 모습이 기대된다.
글·사진_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