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RS
라이카
기술력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독일이다. 특히 독일 브랜드의 광학 및 기계관련 기술력은 뛰어나다. 공구인이 ‘라이카’ 브랜드를 마주한다면 대부분 거리측정기를 떠올릴 것이다. 반면 제조업 종사자나 연구자는 현미경을 떠올린다. 또한 사진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은 최고급 카메라를 생각한다. 현재 라이카 브랜드는 분야가 다른 4개 회사가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소유주가 다른 4개 회사가 라이카 브랜드를 사용하게 된 사연을 살펴보자.
라이카 브랜드를 사용하는 기업은 현재 4개 회사다. 현미경을 제작하는 독일회사 ‘라이카 마이크로시스템즈’, 독일의 연구기기 및 의료기기 제작사 ‘라이카 바이오시스템즈’, 동부 스위스에 기반을 둔 측량 측정기기 제조사 ‘라이카 지오시스템즈’, 그리고 독일의 카메라 제조사인 ‘라이카 카메라’가 있다. 네 회사는 분야는 조금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렌즈를 활용하는 측정 기술로 제품을 제작한다는 점이다. 동시에 ‘라이카’라는 브랜드 이름에 맞는 최고급, 고성능 제품을 제작한다. 라이카 브랜드 상호와 상표의 소유권은 현미경을 제작하는 독일회사 ‘라이카 마이크로시스템즈’가 가지고 있다. 그래서 ‘라이카 지오시스템즈’와 ‘라이카 카메라’는 라이카 브랜드 로열티를 ‘라이카 마이크로시스템즈’에 지급한다. 라이카 브랜드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이런 라이카를 만든 기업은 이제는 사라진 ‘에른스트 라이츠 광학연구소(Ernst Leitz Optische Werke)’이며 1900년대 당시 세계 최대의 현미경 제조사였다.
라이카(Leica)브랜드는 ‘Leitz Camera’라는 단어에서 각각 앞 글자를 따와 만들었다. 1911년, 라이츠(Leitz)사에 독일 최고의 렌즈 제조사 ‘칼 자이스(Carl Zeiss)’에서 근무했던 유능한 기술자 오스카 바르낙(Oskar Barnack)이 입사하면서 라이카 브랜드가 시작된다. 1910년대 당시에도 카메라는 있었다. 그러나 당시 카메라는 크고 무거운 덩치를 자랑하는 기계 덩어리였다. 오스카 바르낙의 취미는 풍경사진 촬영이었는데 지병인 천식 때문에 작고 가벼운 카메라의 필요성을 느낀다. 오스카 바르낙은 1913년 혹은 1914년도에 35mm 영화 촬영용 필름을 이용한 소형 카메라 개발을 시작한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25년, 첫 번째 라이카(Leitz Camera)가 시장에 선 보인다. 당시 독일 경제는 초인플레이션과 극심한 실업의 영향으로 휘청거리고 있었고 카메라 시장은 ‘칼 자이스(Carl Zeiss)’와 ‘코닥(Kodak)’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1925년 라이프치히 봄 박람회에서 선보인 라이츠의 카메라 ‘라이카’는 엄청난 대성공을 거두며 라이츠사는 현미경 제조보다 카메라 제조회사로 이름을 떨치게 된다. 이후 새로운 라이카 모델이 출시 될 때마다 사람들은 열광했고 라이카 역사상 가장 훌륭한 카메라로 평가받는 M3 모델이 1953년부터 생산되며 라이카는 명품의 반열에 오른다. 라이카는 특히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는데 독일 특유의 기술력에서 비롯된 뛰어난 내구성 및 높은 품질로 M3모델의 경우 수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1차 대전 이후 출시 된 라이카의 거리계 연동식(RF) 카메라 성능과 고객 선호도는 압도적이었다. 뒤늦게 카메라 시장에 참여한 일본 업체들은 기존의 거리계 연동식 카메라(RF)방식으로는 라이카를 이길 수 없음을 깨닫고 새로운 방식인 일안 반사식 카메라(SLR) 개발을 시작해 카메라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간다. 반면 라이츠사의 라이카는 1970년대부터 출시한 제품들이 계속해서 실패하며 시장의 외면을 받는다. 결국 ‘에른스트 라이츠(Ernst Leitz)’사는 1986년 스위스 회사인 ‘와일드 히어브루그(Wild Heerbrugg)’에게 지분의 51%가 인수 되며 흡수합병 당한다. 와일드 히어브루그의 경영으로 라이츠는 1986년 사명을 라이카로 개명하고 이때부터 라이카 브랜드 밑이나 위에 위치하던 라이츠(Leitz)라는 단어도 사라진다. 이후 라이카 그룹은 여러 회사와 합병과 분리를 거듭하다 1998년 라이카 그룹의 비즈니스 부서인 라이카 마이크로시스템즈와 라이카 카메라, 그리고 라이카 지오시스템즈 회사가 독립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것이 별개로 운영되는 4개의 회사가 라이카 브랜드를 함께 쓰게 된 사연이다.
라이카 거리측정기를 제작하는 기업은 스위스에 위치한 ‘라이카 지오시스템즈’다. 라이카 지오시스템즈는 2000년 스위스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었고 2005년 스웨덴 헥사곤 그룹에 인수된 바 있다. 측정, 측량 분야에서 라이카 지오시스템즈는 2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세계최초의 항공 카메라, 최초의 적외선 거리 측정기를 제작하는 등 광학 분야에서 중요한 혁신을 주도해왔다. 라이카 브래드를 사용하면서 더욱 성장하는데 한 국가의 사람이 아는 브랜드와 전 세계인이 아는 브랜드 파워는 다른 법이다. 라이카 지오시스템즈의 제품들은 라이카 브랜드와 함께 유럽을 넘어 전세계의 엔지니어들에게 기술력을 뽐내고 있다. 국내 공구인들에게도 라이카는 고품질의 레이저 거리 측정기로 익숙하다. 앞으로도 라이카는 다양한 분야에서 브랜드 파워를 뽐낼 것이다.
글 _ 한상훈 / 자료 _ 라이카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