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란
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방법
유정란과 무정란의 차이
한겨울에 접어드니 어릴 적 시골 마당의 햇살이 그리울 때가 있다. 마루에 앉아 있으면 바람은 차지만 햇살은 따뜻했다. 겨울마당 한쪽에서 졸고 있던 닭들의 모습도 유년의 기억 중 하나. 오후면 어김없이 알을 낳았는데 알을 가지러 가곤 했다. 그 알은 필시 유정란으로 어미닭이 품으면 병아리가 될 수 있었다. 요즘 양계장 닭장 속에서 나온 알들은 대부분 무정란이다. 이 유정란과 무정란은 마트에서 가격이 두 배 정도 차이난다. 생명력이 있으면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일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과 의논하지 않고 일을 처리하면 흡사 무정란을 낳는 것과 같다. 자기와 비슷한 사람, 맘에 쏙 드는 사람하고만 가깝게 있다 보면 크게 나아지는 게 없다. 만날 같은 자리만 맴돌고 일도 발전하지 않는다.
나와 다른 사람, 나보다 더 높은 지식을 가진 사람에게서 의견을 듣고 실행하면 일의 성과나 효과가 커진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해야 일 자체가 생명력을 가져 살아 움직이게 된다. 의견을 듣기 위해 남과 대화를 할 때는 자신을 낮춰야 한다. 그래야 상대에게 좋은 수를 배우며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다. 자기가 잘났다고 말하는 순간, 상대는 마음과 입을 닫아버린다. 자신과 다른 사람, 완전히 다른 환경의 사람을 만날수록 우리자신이 성장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공구장사 모여라!
1986년,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대구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대구는 북성로와 인교동으로 공구 상권이 나눠져 있었다. 북성로는 전통적인 공구상으로 절삭‧측정공구를 갖춘 반면 인교동은 작업공구를 많이 취급했다. 또 북성로는 규모가 컸고 체계적이었지만 인교동은 노점상으로 시작해서 영세한 편이었다.
그때 우리들은 북성로와 인교동을 연합해서 ‘대풍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이 대풍회 덕분에 북성로에 있는 경복통상(케이비원) 사무실을 가보게 됐다. 당시 경복통상은 팩스며 교환식 전화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를 신기하게 봤고, 나 역시 자연스레 사무실에 팩스와 교환전화를 설치하게 됐다. 또 경복의 무역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도 해외무역을 하고 싶다’ 생각해 그 방법을 연구하게 됐다. 만나는 것만으로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싶다. 필자의 회사에 전국의 공구상들이 견학을 오는 것 역시 같은 이치다. 보는 것이 배우는 것이다.
접붙이기… 건조한 땅에 활엽수를 키우는 방법
지난 11월에 구소련 연방인 키르기스스탄에 갔다. 중앙아시아는 비가 귀한 건조지역이다. 수도 비슈케크의 대통령궁 앞 가로수가 특이해서 보니 접붙이기를 했다. 아래는 건조한 기후에서 자라는 수종으로, 위는 보기 좋은 활엽수 수종으로 해서 서로 접을 붙였다. 기발한 발상과 실행력에 비단 나무 하나였지만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안에서만 연구하지 말고 밖으로 지혜를 구해 내부와 연결해야 한다. 2006년 3월 회사의 미래를 위해 5개년 단위 컨설팅을 받았다. 올해 계획을 세우며 12년 전 컨설팅 보고서를 보고 감탄하고 말았다. 당시 예견하고 세웠던 매출이며 다른 계획들이 거의 가까이 가고 있지 않은가. 그때 우리끼리만 했다면 5년 이상을 내다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전문가 집단에게 회사를 열고 도움을 청하니 이렇게 먼 계획까지 정확하게 맞춰주는 것이다. 규모 여하를 불문하고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또 컨설팅을 받아보면 훨씬 더 좋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본다.
2018년, 만나야 기회 생긴다
나는 살아가면서 곤란과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가장 힘들 때 극복할 방법을 찾다보니 외부와의 접붙이기를 생각했고, 그것이 기회가 되었다. 인류가 세상을 정복한 이유를 찾으라면 ‘소통’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오늘날 인간이 이 행성을 지배한 것은 인간 개인이 침팬지, 늑대보다 훨씬 영리하고 손놀림이 민첩해서가 아니라 여럿이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는 유일한 종이기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 著 ‘사피엔스’ 중
경영은 내가 모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어 그들이 최고의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통해 일을 하는 것을 ‘소통’ 또는 ‘접붙이기’라고 한다. 이 접붙이기를 내부 각 부서 사이에서도 해야 하고, 외부 전문가와도 해야 한다. 우리 공구업계는 충분치 못한 인적 자원과 환경을 가진 경우가 많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 잘 접붙이기를 해야 한다. 한 번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서로 좋은 생각들을 내놓다보면 큰 열매가 맺어지고 원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2018년 시작이다. 큰 꿈을 가지고 좋은 만남을 많이 가지는 해가 되길 바란다. 조금 다른 환경에서 사업하는 업체들도 만나고, 특히 제조와 유통도 많이 만나다보면 우리 공구업계의 가장 빛나는 시절을 만들 것이라 본다. 무술년 황금개띠해, 우리 모두 파이팅하자. 이전보다 더 많이 만나고 잘 융합해서 멋지게 성장하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