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발행인 칼럼] 명예박사학위를 받으며
명예박사학위를 받으며
열일곱살의 추억
저는 6월 26일 경북대로부터 명예경영학박사학위를 받습니다. 지나온 세월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감개무량합니다. 열심히는 살았지만 그동안 부족한 점은 없었나, 또 앞으로 제가 할 일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지난날을 돌아보는 반추의 시간을 가지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다음 세대에 도움이 될 일도 찾고자 합니다.
저는 열일곱 살에 발동기를 만드는 조양철공소라는 곳에서 견습공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선반기술자가 되리라 마음먹었습니다. 철공소에서 3년을 배워야 하는데 다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게 됐습니다. 다시 시작한 일이 스무 살 때 노점상이었습니다. 장소는 이병철 삼성회장이 삼성상회를 설립했던 바로 그 앞이었습니다. 지금도 저희본사는 이곳에 있습니다.
철공소에서 해군까지 사업기초 쌓여
철공소 경험 덕분에 장사를 잘했지만 중고공구를 잘못 구입한 것이 문제가 돼 그만두어야 했습니다. 또 실패한 것입니다. 다시 행상을 시작했습니다. 공구를 자전거에 싣고 버스주차장에 가서 공구를 팔고 고철을 받아오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겨우 돈을 벌자 군대를 가야했습니다. 당시 제가 느끼기에 ‘나는 하는 일마다 안되는구나’ 했습니다. 다행히도 해군에서 기관병과에 배속돼 함상근무를 하면서 철공소에서 못다 배운 공구관련 이론과 기술을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철공소 경험에 노점상에 공구행상에 또 해군에서 공구를 배워서 지금 사업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무엇이든 한 번에 되는 일은 없습니다, 어려움을 겪고 실패를 맛보고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고 쌓여서 겨우 이뤄지는 게 인생이구나 싶습니다.
힘듦을 이겨야 기회 오더라
제대 후 1971년 책임보장공구사를 차린 후에도 순탄치는 못했습니다. 3년여 겨우 자리를 잡자 처음 장사를 하던 버스주차장이 이전했습니다. 주차장이 옮겨가자 매출이 1/3로 줄었습니다. 어떻게 할까, 방법이 없을까, 생존을 걸고 고민해야 했습니다. ‘이제부터는 기다리지 말고 찾아가자’ 생각이 들어서 납품과 중간도매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이외에도 더 많은 어려움이 올 때마다 그것을 이기고 넘어서는 것이 어쩜 제 인생의 모든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열 번도 넘는 곤란과 위기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한번 해보자, 이번에도 넘어보자’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아무리 어려운 역경이나 불경기가 오더라도 이겨나갈 자신이 있는 이유는 바로 그때의 경험 덕분입니다.
만약 처음부터 잘됐다면 저는 지금도 버스정류장 앞에서 작은 가게를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위기가 왔기 때문에 궁리하고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은 진리였습니다. 제가 살아보니 곤란과 위기를 넘어서야 더 큰 것이 주어졌습니다. 인간의 뇌는 곤란을 느끼지 않고는 지혜를 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힘듦을 겪지 않고서는 절대 뜻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저는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한눈팔지 않고 공구만
아시다시피 저는 대학을 다닐 나 이에 공부보다는 일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받는 학위가 제게 더 뜻이 깊습니다. 공부가 부족하지는 않을까 항상 배우고자 했던 목마름이 저를 만든 원동력이었는지 모릅니다. 무역업을 하려니 영어가 필요해 20년동안 새벽 공부를 하게 됐습니다. 늘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회사와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한눈팔지 않고 공구만 생각했습니다. 남들이 아무리 좋다 해도 제 길이 아니면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생을 바쳐 만든 공구업으로 학위를 받는다는 것이 너무나 감격스럽습니다. 특히 이것은 한국의 산업발전에 숨은 공을 세운 공구업을 학계에서 제대로 평가해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각자 소명 다하면 좋은 세상 올 것
요즘 코로나로 온 인류가 또 우리나라가 힘듭니다. 이럴 때일수록 각자 자신의 맡은 바를 열심히 하면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합니다. 세상은 혼자만 살지 않습니다. 버리고 포기할 사람은 없습니다. 어떤 사람이라도 다 자기역할이 있고 세상에 도움이 됩니다. 저는 그런 생각으로 직원을 채용하고 회사를 성장시켰습니다. 편하고 쉬운 길만 찾지 말고 힘들더라도 각자 소명을 다 해서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도 남은 시간동안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열심히 사랑하겠습니다. 나라와 사회를 위해 살겠습니다.
함께 공구업을 일군 고객님들께 감사드리며, 고생한 우리 임직원들, 저를 아는 모든 분들, 특히 일만 하느라 평생 무심하게 대했던 우리가족들, 모두모두 사랑합니다. 제가 더 잘하겠습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일 가득하십시오.
글 _ 최영수 발행인, 크레텍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