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발행인 칼럼] 미운 오리 새끼
동화 ‘미운 오리새끼’를 다들 아실 것이다. 남과 달라서 힘들 수밖에 없었던 미운 오리, 그런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종종 있다. 나도 그 중에 하나였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진학을 못했다. 1963년 16살 때 조양철공소 견습공으로 입사했다. 열심히 기술을 배우면 3년 후 선반공이 될 수 있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1966년 2월말, 집단구타를 당하고 병원에 실려 갔다. 정신이 깨어난 것은 10일후였다. 아버지께서 같이 근무하셨기 때문에 기술을 배우도록 약간의 배려를 주었던 것이 동료들의 미움을 얻었다. 지금 돌아보면 다른 직원들과 다르게 연구를 하고 다르게 행동했던 것도 같다. 이 사건으로 2년 8개월 열심히 배워온 철공소 선반기술자 과정이 날아가 버렸다.
직장 내 가족이 같이 있으면 불편할 때가 많다 싶다. 지금 우리회사에도 부부간, 자녀, 동생, 처남 등 관계가 있으면서 입사한 분들이 많다. 그러다보면 가족 문제로 때로는 의심과 곤란 등을 겪는다. 가족과 근무 시에는 많은 이해와 배려가 꼭 필요하다. 어쨌든 당시 나는 미운 오리새끼가 되어서 철공소 밖으로 나와야 했다.
1978년 31살 무렵, 공구의 중심인 북성로 지역으로 이사를 왔다. 간판이며 상품진열, 판매방식 등 당시의 방식과 달리 장사를 해봤다. 고객을 기다리던 영업에서 찾아가는 방식으로 했고, 광고도 하고 점포도 꾸미고, 스티커도 만들어 배부했다. 그러다보니 또 남과 달랐다. 나를 세워두고 온 주변상가 사람들이 집중 질책을 했다. 책임기업사에 공구를 팔지도 말고 사지도 말자 라고 했다. 주변과 함께 하지 않고 너만 다르게 한다는 게 이유였다. 아무도 내편이 없었다. ‘장사를 그만둬야 할까?’하며 북부주차장에서 내맘대로 장사하던 때가 그립기도 했다.
1991년 44살 때 한국산업용재협회 제13대 대구지회장이 되었다. 거래처 한 곳이 부도로 문을 닫고 도망가 버렸다. 법원에 의뢰하여 재고품을 압류하고 채권관리를 했다. 그런데 주변에서 ‘지회장이 어찌 그럴 수 있느냐’며 질타했다. 급기야 대구지회장을 몰아내자는 전단이 돌고, 약 40여명이 모며 청문회처럼 질문하는 바람에 혼쭐이 났다. 지금으로 보면 아주 당연한 일인데 당시에는 다르게 보였던 것이다.
2018년 7월, 내 나이 71살 때,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우리회사에서 하는 극기훈련을 막아달라고 누가 올린 것이다. 졸지에 나쁜 회사와 못된 사장이 되어 버렸다. 1987년부터 매년 여름이면 금요일 저녁에 시작해 무박 2일로 훈련을 했다. 당시 32회를 앞두고 있었으며, 이 훈련에는 안전장치와 직원선물, 훈련기관(표준협회, 해병대캠프) 등 많은 힘과 비용이 든다. 단순히 직원을 힘들게 하려는 훈련은 절대 아니다. 이를 통해 자신을 이김으로써, 개인적 힘듦은 물론 회사 위기 때도 정신을 바짝 차려 함께 잘되자는 뜻에서였다. 그런데 일순간에 직원을 괴롭히기만 하는 사람으로 몰리니 억울해서 속병이 났다. 남과 다르게 경영을 하고 강한 직원을 길러내기 위함이었는데 그 본질을 이해받지 못했다. 지금은 영남일보 달빛걷기대회 참가로 훈련방식을 바꾸었지만, 어려움을 이겨야 위기를 헤쳐 간다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모두가 같을 수는 없다. 다르고 특별해도 인정을 좀 해주면 좋겠다. 소신껏 자기주장대로 사업하시는 분들은 꼭 남과 다르더라도 참고 넘어서기 바란다. 중도에서 남의 지적에 따라 의지가 꺾여 버리면 이제까지 해 오던 모든 것들이 날아가 버린다. 환경이, 또 사회가 나를 알아주지 못하고 인정해주지 않아도 소신껏 견디며 헤쳐가야 한다. 나 역시 이런 마찰에 부딪힐 때 그만두었다면 오늘에 이르지 못했다.
큰 기여를 한 사람들은 종종 다른 사람으로부터 미움과 질투를 받는다. 우리회사 모 임원의 경우도 영업체계를 만들고 IMF 때 잘 이끌어주었기 때문에 회사가 지탱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임원은 컨설팅을 이끌며 미운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러나 덕분에 회사는 크게 변화하고 미래청사진을 품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 오면 일단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다. 자기의 소신을 이루려면 이런 비난과 지적을 참고 넘어서야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번데기에서 나비가 나오듯 잘 견뎌 나와야 아름답게 날 수 있고 승리하는 삶을 살 수 있다.
미운오리 키워주는 사회 됐으면
지금 이 시간 사람들 사이에, 또는 회사 안, 사회 안에 미운 오리새끼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나 한국사람들은 창의력이 뛰어나니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해야 한다. 유능함은 훈련에 의해서도 길러지지만 대부분 타고 나기도 한다. 이런 직원들의 재능과 열정을 알아보는 눈, 통찰(insight)이 경영자에게는 있어야 한다.
“통찰력이란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꿰뚫어보는 능력이다. 겉보기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안에 있는 것을 보는 능력이다. ...(중략)... 초보에게 통찰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고수는 통찰력이 있어야 고수답다. 하수는 보이는 것을 믿고 고수는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다.”
-원리著 ‘프로젝트 성공의 비밀’ 중-
미운 오리새끼가 세상을 변화시키고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든다고 나는 믿는다. 다름을 인정하고 별종을 키워 발전하는 2021년 봄이 되시길 바란다.
글 _ 최영수 발행인, 크레텍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