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발행인 칼럼] 한 수 배웁시다
“학문이 있으면 산위에 서 있는 것처럼 멀리 많은 것을 볼 수가 있다. 학문이 없으면 어두운 도랑을 걷는 것처럼 더듬어 낼 수도 없으며 몹시 고통스럽다.” - 마오쩌둥
1986년 9월 나는 대구대학교 사회개발대학원 1년 과정으로 최고경영자과정에 입학했다. 하지만 학교에 갈 시간이 없었다. 목적은 학사모를 한 번 써보는 것이었기에 그냥 수료증만 받아 사각모 쓰고 사진이나 찍자 생각했다. 처음 한 번 출석하고 학교에 가지 않았다. 9월말경이 되자 ‘수업에 오지 않으면 퇴학조치한다’는 경고가 왔다. 적당히 몇 번이라도 가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학교로 가 공부해보니 달라졌다. 나 혼자 열심히 일하고 연구하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지식과 기술을 얻을 수 있었다. 오늘 저녁에 배우면 내일 바로 써 먹을 수 있었다. ‘아, 이것이 공부의 힘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고등학교도 못나왔던 내가 대학 졸업장을 목적으로 공부했지만 실제로 해보고는 공부에 심취하고 말았다. ‘일이 즐거우면 인생은 낙원’이라더니 공부를 하니 또 다른 기쁨이 찾아왔다. 이듬해 8월 졸업할 때 나는 이전과 많이 달라져있었다.
1987년은 크레텍의 르네상스 시대였다. 가격표를 만들고 전산을 시작하고, 신제품 개발을 하고 표준화하며 해외로 눈을 돌리는 등 많은 변화를 만들어갔다. 수업 중 교수들은 영어와 한자를 많이 썼으며 교재에도 영어와 한자가 수두룩하게 나왔다. 1년간 사회개발대학원을 수료한 후 부족한 영어를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영어 선생님을 아침마다 우리집으로 오게 해 과외를 받았다. 6개월 목표를 세웠지만 영어란 게 그 기간에 될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 결국 22년간 영어공부를 하고 말았다. 2010년이 되자 더는 못하겠다 싶어 그만뒀다. 실력은 크게 올라가지 못했지만 20년 이상 영어공부를 했다는 것만으로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이 외에도 경영과 무역 등의 과정도 밟았다. 새벽에는 주 3회 영어공부하고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학교에서 공부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첫째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공부를 하면 그 지식을 바로 사업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큰 공구상이라도 직원수 채 10명이 안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공부를 하고 학문과 지식을 갖추면 얼마든지 공구를 잘 관리할 수 있고 회사를 더 잘 운영 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겼다. 1990년 경북대학교 AMP과정 논문에서 나는 미래 20년 30년 후의 공구유통을 시스템화하는 설계를 제안했다. 이후 사업에 적용해보니 논문처럼 실제 사업모델이 되는 결과를 얻었다. 1990년부터는 해외무역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본, 대만과 무역을 했지만 이후 미국, 독일로도 이어졌다. 1994년에는 중국이 열리면서 세상이 달라지는 걸 볼 수 있었다. 해외각국의 전시장뿐만 아니라 공장에서 많은 시설들을 보고 견문을 넓혔다. 대만 인파 사의 엔더첸 사장은 1995년에 ‘한국에도 공구업계에 ISO을 등록하라’고 조언했다. 당시 우리회사에 대졸직원이 열 명이 안되던 때였다. 새롭고 큰 프로젝트를 하려니 도저히 실력이 따라가지 못했다. 고민 끝에 한국능률협회에 컨설팅을 의뢰했다. 우리가 못따라가자 그 분들이 우리를 교육시켜가며 끌고 갔다. 이렇게 해서 1996년, 유통서비스업으로는 한국에서 두 번째로 BVQI로부터 ISO인증을 받았다. ‘컨설팅이 마법이구나’싶었다. 더 어려운 것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0년 바코드 컨설팅을 받았지만 실행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이 바코드는 사람이 움직여야했다. 당시 석현수 부사장과 사재학 이사가 협력하여 2004년 바코드 시스템을 완성했다. 돌아보면 컨설팅은 도깨비 같다. 자기 능력보다 서너 배 높게 올려준다. 2005년 계양에서 근무하던 정철수 부사장이 와서 본격 컨설팅 시대를 열었다. 지금까지 무려 84번의 컨설팅을 실시했고 그 결과 회사는 꿈같은 일들을 실현시켰다. 현재 자신의 상태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고 싶다면 컨설팅을 받으시라고 권하고 싶다. 가지는 꿈이 있다면 그걸 행동으로 이루게 해주는 게 컨설팅이다. 배울 곳이나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잘 보고 찾아야 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고도 몰라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살려낸다.” - 피천득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을 만나야 수가 늘어난다. 어릴 때 바둑을 배운 적이 있다. 산골에서 한 달 만에 1등을 했다.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보니 나보다 낮은 사람하고만 두게 됐고 꼼수만 늘고 실력은 늘지 않았다. 이후 도시로 나와 실력이 높은 사람과 바둑을 두어보니 내 진짜 실력을 알 수 있었다. 금세 졌다. 하지만 한 수 배울 수 있었고 점차 실력이 올라갔다. 나보다 나은 사람과 함께 할 때 나 자신도 한 계단 올라간다.
새해 더 많은 꿈을 꾸시기 바란다. 이루지 못할 꿈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그걸 이룰 수 있도록 배울 곳과 사람을 찾으셔야 한다. 찾으면 얼마든지 있다. 그 찾는 과정과 나 자신의 실력이 올라가는 걸 기쁨으로 느껴보셨으면 한다. 그래야 인생에서 일이 즐거움이 되고 가치가 된다.
“그 일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말은 한 직업인이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다. 그들은 그저 나이를 먹지 않는다. 그들은 세월에 인생을 더 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세월과 함께 더 깊은 세계를 가지는 사람들, 그들이야 말로 프로다. 한 분야에 통달하게 될 때 인생의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그 기본적 원리를 미루어 터득해 간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 구본형 ‘나에게서 구하라’ 중
돌아보면 난 곤란을 느꼈기 때문에 지혜를 구할 수 있었다. 부족한 것을 알고 더 높은 곳을 갈망하는 꿈이 사업가에게는 있어야한다. 더 실력 높은 사람을 만나 한 수 배우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 겸손과 행동력을 가지시면 원하는 일들이 모두 이뤄지실 것이다. 각 가정과 사업장마다 건강과 행복이 넘쳐나시길 기원 드린다.
글 _ 최영수 발행인, 크레텍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