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발행인 칼럼] 기회가 오면 잡아라
기회의 새는 한 번 날아가 버리면 잡기 어렵다. 선행이든 성공이든 마찬가지다.
기회가 오면 그걸 살려야 효과 볼 수 있고, 처음엔 잘 모르더라도 직접 해보면
더 큰 기회가 있음도 알게 된다.
1991년 6월 15일 대구 제일여상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당시 책임기업사의 규모나 직원 수로서는 제일여상과 협약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았다. 제일여상은 실업계 최고의 엘리트들이 다녔고 학생들은 머리도 좋고 일도 잘했다. 그런 곳의 학생을 데려오려면 회사 규모도 더 커야했다. 사실 그때 크레텍은 매출도 적고 사옥도 없어 학교에서 볼 때 좋은 취업처로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궁하면 통한다고, 내가 먼저 자매결연을 맺자고 청했다. 공구회사에는 우수한 여성경리가 꼭 필요하다. 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할 정도다. 제일여상 출신 직원들은 온 정신을 집중해 데이터를 만들며 업무에 임했다. 회사가 필요할 때 적절한 직원을 데려오는 일은 이렇듯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무엇보다 학교 측에 감사드린다. 우수한 인재들을 회사로 보내줘서 고맙고, 크레텍의 성장과 발전에 온 힘을 기울여준 제일여상 출신 직원들에게도 고맙다. ‘제일여상과 함께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손을 내밀어 협력을 청한 것, 이것을 나는 ‘기회를 잡았다’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제일여상과의 협력을 통해 좀 더 큰 세계도 볼 수 있었다.
학교운영위원장은 학교와 학부모, 지역사회가 하나 되어 학교를 운영하는 중요한 자리이다. 1995년 9월, 당시 학교운영위원회 시행령이 교육부에서 하달되었다. 학부모위원, 학교교사위원, 기업위원으로 구성되며 나는 기업위원으로 들어가 운영위원장까지 맡게 됐다. 그전까지 학교 일은 잘 몰랐다. 운영위원장을 맡으면서 학교운영과 교육행정에 대해 오히려 배우는 계기가 됐다. 급식부터 수학여행, 환경개선, 체육활동과 봉사활동까지, 내가 알지 못했던 분야에서 선생님들과 의논해 나가야했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특성화 학교에 전국 네 곳 중 하나로 선정돼 정부지원을 받았고 교명을 바꾸기도 했다. 학교 일은 규정과 기준이 많아 원칙에 입각해야 했기에, 이를 통해 내 회사에도 규정과 원칙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1998년, 대구 지하철 2호선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당시 노선교 교장 선생님께서 아이디어를 내 공사로 버려지는 도로의 잔디를 학교 운동장에 옮겨 심었다. 이후 잔디는 무럭무럭 자라 지금은 온통 푸른 잔디운동장이 됐다. 전국 공립학교 중 천연잔디 운동장이 있기로는 유일할 것이다. 이렇듯 뭐든 작게 시작해도 크게 키우면 된다.
제일여상은 당시에 1부(주간부), 2부(야간부), 3부(산업체)로 운영되는 학교였다. 학생 수는 많은데 강당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10년 전부터 강당건립을 계획하여 3억 가까이 모아둔 준비금이 있었다. 서길태 교장 선생님을 중심으로 강당을 지어보자고 했다. 동창회와 학교가 같이 진행하였고 교육청과 또 지역 구청과 국회의원에게도 도움을 요청하는 등 온 힘을 쏟았다. 강당은 1999년 시작해 2001년도에 완공됐다. 지금도 큼지막하게 잘 활용되며 후대에 이어지고 있다. 어렵다는 그때가 기회였던 것이다.
닿은 기회를 어떻게든 살려내는 일은 회사에도 적용됐다. 처음에는 대학진학 직원을 위한 제도가 없었지만, 2001년 여상 졸업자들이 근무를 하며 진학을 희망할 시 2년제 대학학비를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당시엔 4년 근무 후 지원받도록 했지만 지금은 1년 근무하면 바로 전문대학 진학 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제도를 자체적으로 만듦으로서 학교는 학생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고 기업은 좋은 인재를 얻을 수 있어 좋았다. 학교와의 협력을 어떻게 하는지 배운 다음, 지금은 경북대학교와의 협력도 만들어가고 있다. 한번 맺은 일이나 인연은 중간에 아무리 어려워도 중단하지 않고 가야한다. 그래야 큰 뜻에 닿을 수 있다.
그때 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래, 한번 해보자’하고 실행하는 것과 ‘안될 거야’ 라며 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차이가 크다. 그때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결실은 보지 못했다. 특히 세월이 20년 30년 지나면 그 차이는 더 커진다. 자그마한 기회도 살려서 나무처럼 키워야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작은 기회가 왔을 때 잡아 키워가면 훗날 50배 100배 효과를 볼 수 있다.
지금 난 나이가 들었지만 다시 큰일을 시작하려 한다. ‘책임’지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면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여러분도 올 한해 움츠리기보다 기회가 왔다는 생각으로 꽉 잡으시기 바란다. 작은 것도 크게 키운다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셨으면 한다. 흘려보내버리면 다시는 오지 않는다. 일흔 해를 넘게 살아보니 기회란 건 오면 잡아야 하고, 중간에 힘들더라도 포기하면 안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기회 잡는 2022년 되시기 바란다.
글 _ 최영수 발행인, 크레텍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