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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발행인 칼럼] 혁신은 계속되어야 한다

 

혁신은 계속 되어야 한다

 
 

라스베이거스를 밝힌 한국기업들

 

“CES최고혁신상, 코리아가 절반 쓸어갔다”라는 신문기사 제목을 보며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꼈다. 지난 1월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 전세계 2,200여 기업이 참가했고 이중 20개 기업만이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그런데 이들 20개 수상업체 중 9개 업체가 한국기업이었다. ‘한국사람은 혁신을 잘하는 민족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를 찾아내 새롭게 도전하고 연구하며 바꿔가는 능력이 우리에게 있었던 것이다.
나는 올해로 52년간 공구사업을 해왔다. 산업공구분야에서 시도도 하고 새로운 것도 만들어내며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좋은 시스템과 제품, 또 시설이 처음부터 잘 된 것은 아니었다. 상상력이 지식보다 중요하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이렇게 하면 좋을 텐데, 이렇게 하면 더 편리할 텐데, 이렇게 하면 잘 팔릴 텐데’라는 상상을 했다. 그리고는 바로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한 번에 성공한 예는 거의 없고 몇 번의 시도 끝에 이뤄졌다. 혁신을 하려면 좀 무모하고 남들로부터 미쳤다는 소리도 들어야 했다. 그런데 혁신은 재미도 있었다. 실패를 하더라도 멈추지 않고,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면 성공으로 간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 ‘얼마나 실패하느냐, 얼마나 참아내느냐’가 혁신으로 이끄는 지렛대가 아닐까. 그동안 어떻게 ‘혁신’을 이뤄냈는지 돌아봤다. 분명 배경이 존재한다.

 


곤란한가요? 벗어나고 싶나요?

 

먼저 곤란을 느꼈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겪으면 ‘이것 한번 벗어나보자’ 생각했다. 그리고 꼭 실행을 했다. 일단 해보고 안 되면 연구할 게 생긴 것이고, 잘 되면 문제가 풀리는 것이다. 참 흥미로운 공식이 아닌가.
1987년, 공구품목이 늘어갈 때 분류해보니 쉽게 관리할 수 있었다. 수공구, 전동공구 등으로 이름을 붙이다가 지금은 1~9까지 숫자로 분류한다. 더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다.
1996년, 회사 규모가 커져가니 규정이 필요했다. 당시 주먹구구식으로 규정을 만들었지만 얼마가지 않아 불편한 상태가 되었다. ISO 9001을 추천받았다. 업무와 회사운영의 표준을 마련하는 일인데, 처음 만들 때는 우리가 처한 현실에 맞지 않다고 느꼈다. 그러나 어떻게든 마련하고 보니 나중엔 운영관리가 쉬워졌다. 만일 ISO인증을 받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많은 일들과 어려운 과정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엔 시험삼아 들어갔는데 이것이 한국에서 서비스분야 두 번째 인증이 됐다. 첫 번째는 아시아나 항공이다. 공구업에서 이 정도 했으면 혁신이 아니었나 한다.


시작은 작게, 효과는 크게

 

2004년 당시 영업직원을 수금사원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수금에 너무 많은 힘을 쏟았다. ‘차라리 그 노력으로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면 회사에 더 이득이 될 텐데’ 생각했다. 자동이체시스템(CMS)을 도입했다. 구독하는 신문의 자동이체 고지서를 보고 착안한 것이다. 지금은 주문의 98%가 CMS로 입금된다, 처음에는 0.1%인 12개 업체가 자동이체로 등록했지만 이후 비약적인 확대를 이루었다. 이렇듯 혁신은 처음엔 미약해도 나중엔 그 효과가 어마어마하다.
2005년, 품목이 늘어나면서 사람의 힘으로는 한계에 다다랐다. 위치정보와 개별바코드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바코드를 도입했다. 그런데 메이커에서 바코드 붙여서 오는 것도 15%밖에 되지 않았고, 국내 메이커는 거의 부착되지 않았다. 결국 ‘메이커가 안하면 우리가 하자’는 생각으로 직원들과 밤을 새워 바코드를 붙였다. 그랬더니 국내 제조사들도 점차 동참했고 이제는 산업공구 바코드화라는 과학적 관리의 틀을 완성했다. 그때 바코드부착을 하지 않았더라면 커져가는 산업시장과 공구제품 다양화를 따라가지 못했을 것이다. 바코드화로 오히려 우리나라 산업공구 선진화에 기여했다고도 자부한다.
이 무렵 시작한 또하나의 혁신으로는 2005년 개발한 BMS(비즈니스 매니지먼트 시스템)가 있다. 사내 모든 업무를 올리면 거기에 대한 의견을 누구라도 달 수 있다. 흡사 오늘날의 SNS와 비슷한데 스마트폰 출시보다 2년여 빨랐다.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겨지고, 많은 의견이 모아져서 업무의 속도가 나고, 올바른 결정을 하는 데 도움된다. 사실상 BMS 효과는 회사경영에 일대 혁신이라고 본다.


지금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들을 찾아서

 

2009년 카탈로그를 만드는 일이 너무 고통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품사진과 정보가 많아지니 책 제작할 때마다 힘에 겨웠다. 신문사를 벤치마킹했다. 중앙일보, 한겨레, 웅진 등을 찾아갔고 여기서 좀 더 변형해 우리만의 DCS(디지털 콘텐츠 시스템)를 만들었다. 이후 카탈로그 만드는 생산성이 5~10배 빨라졌다.
2022년, 바로 얼마 전엔 자동화된 물류센터를 만들기 위해 기공식을 했다. 2년 가까이 준비하고 국토교통부에서 시행하는 1등급 스마트 물류시험에 도전하여 작년 4월 8일 합격했다. 전문물류가 아니라 자체 유통시설로서는 한국에서 처음이었다. 지금 스마트물류를 설계를 마치고 건축 중에 있는데, 2024년 10월 완공 예정이다. 물류파워가 확보되어야 우리 산업공구업의 미래도 밝다고 본다. 


끈질기게 생존하고 끈질기게 혁신하라

 

좀 큼직한 것들만 정리해보았다. 소소한 것도 많지만 이 모든 혁신은 ‘힘들지만 해야만 하는 것을 어떻게든 해내는 것’이다. 작게 시작하더라도 중간에 발전을 더해 결국엔 큰 효과를 내는 게 혁신이다. 어떻게 보면 민들레 홀씨 같다고 할까. 먼길을 떠날 때는 두렵지만 결국엔 온 산과 들에 꽃을 피우고 뿌리를 깊게 내리는 민들레처럼, 끈질긴 생명력으로 해내는 것, 이를 우리는 생존을 위한 혁신이라고 한다. 살아간다는 것, 사업을 한다는 것은 끈질기게 생존하고 미치도록 혁신해나가는 일이다. 그러므로 혁신은 계속되어야 한다.

 

_ 발행인·크레텍 대표이사 최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