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발행인 칼럼
며칠 전 아내가 입원했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아내의 병명에 대해 설명해줬다. 이 병은 오래된 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발견하고 수술만 하면 완쾌될 수 있다고 했다. 만일 이 병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오래오래 고생을 많이 할 것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이 병을 평생 안고 갔는데, 지금은 전문의사만 만나면 얼마든지 완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분야 국내 네 곳밖에 없는 전문병원에서 아내는 바로 수술 받을 수 있었다. 담당의사는 해당 병에 대해 오랜 기간 연구하여 새로운 로봇 기계를 도입했고 특히 수술의 안전성을 높이고 시간을 줄이는 기술력을 가졌다. 조그만 병원에서 출발해 지금은 대형병원으로 성장할 만큼 치료를 잘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일도 마찬가지이다. 병들고 잘못된 곳을 찾아내면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 찾아내는 것이 일의 반이고, 그 다음 고치는 일은 요즘 세상에 얼마든지 가능하다.
2025년 회사의 경영방침을 ‘잘못된 것 찾아내고 좋은 씨앗 키우자’로 정했다. 새로운 발견이나 발명도 중요하지만 내부로 들어와 보면 의외로 잘못되고 빠뜨린 일들이 많다.
2013년 - 물새는 곳을 찾아라. 빠진 것과 잘못된 것을 찾아내자.
2015년 - 복잡한 문제는 마인드맵을 그리자. 정리, 단순화, 그래프화
2016년 - 쪼갤 수 있는 데까지 쪼개라. 세분화하면 보인다.
잘못된 것을 정리하고 해결하면 비로소 진짜 좋은 일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해의 경영방침을 정하면서 이전의 것들을 돌아보았다.
과거의 경영방침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있지만 실제로는 무엇이 잘못되고 어느 것이 부족한지에 더 집중했던 것이다. 올해도 역시나 내부의 것을 정리하고 부족한 것을 보완하는 것에 맞춰졌다. 우리 회사 뿐만 아니라 사실 어느 조직이든 잘못된 것들이 내부에 많이 깔려있다고 본다.
2020년에 마케팅부에서 가격을 잘못 매긴 것을 발견하였다. 어떤 것은 가격이 높게, 또 어떤 것은 가격이 낮게 매겨져 있었던 것이다. 품목이 워낙 많다 보니 몇 달에 걸쳐서 면밀하게 조사했다. 우리를 믿고 가격제도를 이용하는 고객들이기에 온 심혈을 기울여서 살펴봤다. 가격은 자주 변할 수 있기에 완벽하게 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전산과 마케팅부 직원들이 힘을 합쳐 가격 정비를 하였다, 그랬더니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가격만족도 부분이 올라갔다.
배송부문도 정확하지 못하다는 보고가 종종 오고 있다. 더 정확하게 하기 위하여 CCTV로 입고 과정, 출고 과정을 잘 보이도록 하여 운영하고 있다. 전보다는 좋아졌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틀리거나 오류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아직도 상품포장, 운영 등에서 재래식 방법을 고수하다 잘못된 일들이 종종 나온다.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선진국의 운송, 포장 기술을 배우는 방향으로 연구하고 있다.
잘못된 것을 찾아내는 나만의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끝없이 물어라
“이치를 따질 때는 반드시 깊게 생각하고 힘써 탐구하여야 한다. 의심할 것이 더 이상 없는 곳에서 의심을 일으키고, 또다시 의심을 일으켜 더 이상 의심할 것이 없는 완전한 지경에서 바짝 다가서야 비로소 시원스럽게 깨달았다고 말할 수 있다.”
- 정조대왕 -
첫째, 왜 그런가?
둘째, 이 정도는 괜찮은가?
셋째, 무엇을 빠뜨린 것이 없는가?
넷째,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정말 당연한가?
다섯째, 좀 더 좋은 방법은 없는가? - 이건희 -
2. 자신감 단순함 속도
자신감 있는 사람들만이 심플해질 수 있다. 자신감이 없으면 복잡한 말을 하게 된다. 단순해야 일의 속도를 낼 수 있다. 빠르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3. 불필요한 것 제거하기
핵심만 남기고 간결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잘못된 것이 보인다.
4. 잘못을 지적하면 세 번 감사하라
우리회사 K차장은 잘못된 것을 지적하면 받아적기부터 한다. 대부분은 잘못된 것을 지적해주면 표정부터 안좋아지고, 변명이나 이유부터 찾는다. 그런데 K차장은 지적을 받아 적어서 이와 유사한 것, 비슷한 것이 없는가 찾기 시작한다. 어떨 땐 지적한 이가 다 찾지 못한 것까지 찾아 30개 넘게 정리해온다. 잘못을 지적할 때 해명부터 하는 이와 받아들이고 발전방향을 찾는 이를 비교하면 일의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지적을 받으면 감사한 마음으로 그것을 바로잡아 더 발전시킬 궁리를 해야 한다. 병으로 치면 건강검진을 공짜로 받았다 생각하고, 이제부터 고칠 궁리만 하면 된다. 조직 안에 관행적으로 잘못된 것, 물새는 곳, 비효율이 발생하는 것, 소통이 잘못돼 오해로 굳어진 것 등을 찾아내 바로잡으면 얼마든지 생동감 있는 조직으로 바꿀 수 있다.
대내외 경기 면에서 먹구름이 드리운 한해이다. 이럴 때는 그간 해오던 것을 점검하고, 내부적으로 들어가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 현명하다. 일의 핵심에서 혹여나 있을 비효율이나 조금이라도 더 낫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사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올라간다. 아기돼지 삼형제 중 벽돌집을 지은 막내만이 늑대의 바람을 이겨냈다. 단단하고 실속있게 해야 하고, 아무리 헤쳐봐도 빈틈 하나 없는 사업체가 되어야 한다. ‘이게 맞아, 이 방법 밖에 없어’라는 생각을 사장은 깨야 한다. 어쩌면 우리 안에 100가지도 넘는 잘못된 것이 있을 수 있다. 많이 찾아내고 제대로 고치는 사업장이 더 많이 발전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지적하고, 지적받는 것을 두려워 마시라. 그 두려움을 넘어서야 우리의 미래가 있다. ‘잘못된 것 찾아내기’ 콘테스트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다음호에는 경영방침 ‘좋은 씨앗 키우자’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글 _ 최영수 크레텍 대표이사, 발행인, 명예 경영학·공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