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달성위해 쪼개기를 잘하자

사람은 먼 미래보다 현재의 가치를 높게 판단해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을 ‘현재 지향 편향’이라고 한다. 이 현재 지향 편향을 이용해 어려워 보이는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목표 ‘쪼개기’다.

피부암 위험 알리는 효과적 방법

여러분이 피부암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의사라고 해보자. 그런데 젊은 여성들이 아무런 방비를 하지 않은 채 강렬한 햇빛에 그대로 피부를 노출시키며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여러분은 여성들에게 자외선과 피부암의 위험을 끊임없이 경고하지만 그들은 여러분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피부암의 위험을 제대로 알려서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방법은 이렇다. 피부암의 위험을 홍보해봤자 그것이 먼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햇빛에 그대로 노출되면 여드름이 생기거나 40대가 되기 전에 얼굴에 기미와 검버섯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게 효과적이다. 먼 일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일로 이야기해야 납득을 하는 것이다.

사과 오늘 1개 vs 내일 2개 선택은?

“오늘 사과 하나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내일까지 기다려서 사과 2개를 받을 것인가?”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늘 사과 하나를 받고 만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 60일 후에 사과 1개를 받을래, 아니면 61일 후에 사과 2개를 받을래?”라고 물으면 거의 모두가 61일 후에 사과를 2개 받겠다는 선택을 한다. 똑같은 ‘하루 차이’인데도 현재에 가까울수록 그 시간의 가치를 훨씬 크게 생각하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처럼 먼 미래보다 현재를 중요시하는 ‘현재 지향 편향’이라고 말한다. 

현재에 가까울수록 시간 가치 크게 느껴

‘현재 지향 편향’에 빠지는 건 필자도 마찬가지다. 강의 의뢰가 들어올 때 “내일 하겠습니까, 아니면 내일 모레 하겠습니까?”라고 물으면 거의 어김없이 “모레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강의를 30일 후에 하겠습니까? 아니면 그 다음 날에 하겠습니까?”라고 물으면 또 어김없이 “아무 때나 상관없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역시 현재에 가까운 ‘하루’일수록 시간의 가치를 더 크게 느끼는 편향에서 필자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증거다.

현재 지향 편향 이용해 행동 이끌어야

간단한 사례이지만, 사람들의 행동 변화가 말처럼 쉽지 않은 이유가 현재 지향 편향에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의 의미 있는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이와 같은 편향을 잘 이용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봐도 인간은 먼 미래를 보는 것보다 바로 지금의 일에 더 큰 가치를 두고 더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게 당연하다. 수백만 년 전, 위험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재를 중시하는 것이 유리했기 때문이다.

거창한 목표보다 당장 실천하도록 쪼개라

새로운 제도나 전략을 조직에 도입할 때, 비전 달성이니 녹색 환경에 일조한다든지 하는 거창한 목표는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 듯해서 동조하지만 실상 직원들의 마음 한켠에는 ‘좋은 말이야. 하지만 나랑 크게 상관없는 일이야. 경영진이 알아서 하겠지’라는 생각이 피어오른다. 변화할 생각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사람들의 현재 지향 편향을 이해한다면 거창하고 먼 미래의 일로 보이는 목표를 바로 오늘이나 내일의 일로 잘게 쪼개거나, 적어도 그런 일로 표현할 줄 알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실제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오늘은 ‘현재 지향 편향’을 시행하는 모든 제도에, 그리고 사람들에게 잘 전달이 안 되는 제도에 적용할 수 없을지 고민하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오늘은 힘든가? 그렇다면 앞으로 한 달 후에 고민하겠는가?

글 _ 유정식 / 진행 _  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