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경제 칼럼
현재 대한민국은 앞서 선진국이 겪던 저성장 시대를 맞이했다. 대한민국은 앞으로 새로운 경제 상황과 소비 형태를 보여줄 것이다. 대표적으로 중간 가격 상품은 안 팔리고 저가·고가품만 판매되는 양극화 현상이다.
거침없이 성장하며 전 세계 GDP 순위에서 9위까지 올라서며 세계 10위 경제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 이처럼 계속될 것만 같던 경제 발전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시점으로 흔들리기 시작하여 경제 성장률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24년에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미국에도 미치지 않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았는데, 올해도 한국은행은 앞으로 2029년까지 5년간 연평균 1.8% 성장률을 예측하며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대한민국은 이제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며 새로운 경제 상황과 소비 형태를 보여주게 될 것이다. 경제 불황은 국내 경제 활동을 위축시켜, 전반적인 경제 및 생산활동이 줄어들면서 일자리와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경제 침체는 소득이 낮은 하위계층에 타격을 가장 많이 주게 되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으로 대표되는 중산층을 감소시키게 된다. 이런 저성장과 소득 양극화는 향후 국내 소비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대표적인 변화로 중간 가격의 상품은 안 팔리고 저가상품과 고가상품만 판매되는 양극화 현상을 들 수 있다. 이 현상은 브랜드 및 상품에서뿐만 아니라 유통, 서비스 등 다양한 소비 산업에서 이미 보여지고 있다.
양극화를 설명할 때 가장 대표적인 산업으로 의류산업을 뽑을 수 있다. 전통적으로 국내 소비자는 트렌드에 민감하고 신상품에 관한 관심이 높아 우리나라의 의류산업은 꾸준히 성장해 왔다. 고가 브랜드서부터 중가, 저가까지 다양한 등급의 브랜드가 활발히 유통 및 소비되었다. 그러던 의류 시장에 선진국인 유럽과 일본에서 건너온 SPA(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 브랜드가 등장하며 국내 의류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우리보다 먼저 소비 양극화를 겪으며, 기업과 브랜드에서 변화에 대응하고 있었다. SPA의 시작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미국 의류 브랜드 갭(GAP)이 1986년에 제조와 유통을 한꺼번에 하면서 시작됐다. 소위 패스트 패션이라고 불리는 SPA는 스페인의 자라(ZARA)와 일본의 유니클로(Uniqlo)가 등장하면서 전 세계 의류 시장의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국내 시장에도 여러 해외 SPA 브랜드가 들어오면서 기존에 있던 중가 의류 브랜드를 밀어내고 자리를 잡았다. 결국 일반 소비자는 애매한 중가 브랜드를 찾기보다는 품질 좋고 가격이 저렴한 SPA 브랜드로 이끌리며 의류 시장을 양분화하였다.
대한민국의 커피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3조 4천억 원(2024년 기준)의 거대 산업으로 성장하였다. 국민 1명이 1년간 마시는 커피잔 수는 405잔(2023년 기준/유로모니터)으로 전 세계 평균 105잔의 4배 정도이며 커피의 종주국 미국의 318잔보다도 높다. 커피 인기에 국내 커피전문점 수는 2024년에 10만 점(店)을 넘어섰다. 커피전문점을 대표하는 브랜드로는 스타벅스와 이디야가 있다. 스타벅스는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며 고급스런 커피 맛과 인테리어, 넓은 공간으로 국내 1위 커피전문점이 되었다. 이디야는 스타벅스와 달리 가성비 커피전문점을 표방하며 매장은 작지만 심플하면서 깔끔한 인테리어에 맛있는 커피를 지향하였다. 두 업체는 한동안 국내 커피 브랜드에서 1위와 2위를 기록하면서 국내 커피 시장을 주도하였다. 영원할 것 같았던 두 브랜드의 위상은 초저가 커피인 소위 ‘노랭이 삼총사’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이 등장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가 커피전문점은 아메리카노 1,500원이라는 공격적인 저가 마케팅 전략으로 진입해 2024년에 메가커피 매장은 약 3천 곳, 컴포즈는 약 2천5백 곳, 백다방은 약 천5백 곳으로 늘어나면서 국내 커피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저가 커피의 공격에 스타벅스는 영업이익이 매년 감소하고 있고, 이디야는 매장 수 1위를 빼앗기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해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도 양극화는 다양한 업태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가장 잘나가는 백화점 업계에서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매출액 3조 원을 돌파하며 전 세계 3위 백화점으로 등극하였다. 백화점으로만 보면 영업이 잘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대형점포와 소형점포 간의 매출 차이는 극명하다. 백화점 매출에서 1조를 넘은 백화점 12개 점포가 차지하는 거래액이 전체 63개 점포에서 53%에 달한다고 한다. 호황인 업태에서도 양극화가 일어나며, 소비자 몰림 현상은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백화점 업계에서는 소형 백화점 구조조정 및 매각에 힘을 쓰고 있다. 이커머스 유통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며 쿠팡과 네이버쇼핑 두 곳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고, 신세계의 G마켓, SK그룹의 11번가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티몬과 위메프는 얼마 전 파산을 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이슈를 만들었다.
저성장 시대가 찾아오면서 경제와 소득의 양극화는 피할 수 없다. 기업과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장 내 포지셔닝을 어떻게 할지가 생존의 열쇠라 생각한다. 과거처럼 2등 전략, 틈새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확실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주고 시장 내 어디에 자리를 잡을지가 핵심이 될 것이다.
글 _ 이종우(아주대 교수) / 진행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