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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발행인 칼럼

 

좋은 씨앗 키우자

 

수확 좋고 더 맛있는 감자


어릴 적 내 부모님은 감자 농사를 지으셨다. 감자는 세 가지 꽃이 폈다. 자주 감자, 흰 감자, 붉은 감자. 꽃의 색깔을 보면 감자의 종류도 알 수 있다. 하루는 부모님께서 군청 소재지 농촌지도소에 가셔서 새로 보급된 감자씨를 받아오셨다. 우리는 그 감자를 ‘군청감자’라 불렀다. 군청감자는 흰 꽃을 피웠고 3월에 심으면 6월에 열렸다. 이 군청감자는 기존 재래종보다 더 굵고 수확이 배는 더 났다. 맛도 포실포실하고 좋았다. ‘아하!’하고 깨달았다. 
“똑같은 농사를 지어도 좋은 씨를 심으면 수확도 늘고 더 맛있는 걸 얻는구나.” 
농사를 잘 지으려면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씨를 구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다. 일도 사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침체되는 사회상황과 어지러운 국제정세로 경기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좋은 씨를 심어야 제대로 수확을 거둘 수 있다. 공구사업을 하면서 좋은 씨란 어떤 것일까, 생각해봤다.

 


1  좋은 상품을 개발하자.

현재 가진 것보다 더 나은 상품을 선택하자. 품질 좋고 성능이 더 좋은 상품을 찾는 것이다.


2  좋은 거래선을 찾자.

어떻게든 좋은 거래선을 찾겠다 생각하면, 처음부터 쉽진 않겠지만 결국에는 만나는 경우가 많다. 단골로 만들고 좋은 거래처가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가격과 상품, 나아가 인간관계까지 더해지는 종합예술이 거래처 관리이다.


3  무엇이든, 어디서든 배우자.

기술은 책이나 TV를 통하여 배울 수도 있고, 또 거래처를 통해 배울 수도 있다. 배우겠다고 마음먹으면 세상천지가 학교 아닌가. 나보다 나은 사람을 찾아 배워가면 된다. 겸손하고 낮아지면 무엇이든 담을 수 있다.


 4  자격증 따고 기술력 높이자.

유통관리사, 물류관리사, 구매관리사, 전산 회계 등등 공구상사 운영에 도움되는 자격증은 의외로 많다. 못 따더라도 자격증을 목표로 공부하는 자체가 우리의 기술수준을 높여준다.


5  사람을 키워야 한다. 

물론 사장도 열심히 해야 하지만, 결국 사업이 커지려면 직원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
“사장의 업무능력이 직원들보다 뛰어나면 장사이고, 직원들이 사장보다 뛰어나면 사업이다”라고 김승호 회장(‘사장학 개론’ 저자)이 말하였다. 규모가 작을 때는 사장 본인이 열심히 하면 되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직원들의 능력을 키워야 사업이 잘 된다.


6  연구개발을 하자.

크레텍은 연구와 개발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조그마한 것도 연구하고 개발하여 크게 만든 것들이 많다. 사소하다고 지나치는 것 안에 ‘혁신의 불꽃’이 숨어있다. 연구와 개발이라는 핵을 심으면, 그것이 점점 커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큰 효과를 거둔 것이 나의 경험이자 노하우다. 나이키는 단순히 운동화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전 세계에 공장을 두되 나이키 핵심은 연구와 개발에 몰두한다. 그 연구개발의 힘으로 지금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스포츠브랜드가 되었다.


7  블루오션을 찾아라.

갈수록 경쟁이 심화된다. 이럴 때일수록 자기가 특화할 수 있는 기술, 종목, 지역, 특허를 갖추어야 한다. 자기만의 특화된 영역을 찾으면 경쟁이 심한 레드오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영역(블루오션)에서 본인이 선도해나갈 수 있다. 남을 탓하고 부러워하기보다 오직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 그 길이 특화된 블루오션 로드이다.

 

몇 해 전 지인의 감자밭에서. 좋은 씨를 구했더니 수확량이 늘었다고 했다. 주렁주렁 달려 올라오는 홍감자를 캐면서 세상 모든 시름을 잊고 즐거웠다.

 

사소하다고 지나치면 씨앗 못찾아


지난 12월 11일 대구상공회의소 경제포럼에서 강연을 했다. 30년 넘게 이어오며 정평이 난 포럼에서 회원이자 기업경영자에게 강연자라는 영예를 준 건 내가 처음이었다. 떨리고 겁이 나 어떤 말을 할까 걱정이 태산 같았다. 결국 나는 힘을 빼고 솔직해지기로 했다. 내 인생스토리를 기반으로 회사를 열어 보이고 그간의 잘한 것과 아쉬운 것들을 가감 없이 말했다. 그랬더니 다행히도 모두가 열렬히 박수를 쳐주었다. 이유는 잘못한 것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작은 것을 크게 키웠다는 ‘평범함 속 특별함’때문이었다.
나에게 편안한 길만 있었다면 나는 새로운 것을 찾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렵고 힘들었기 때문에 작은 것 하나라도 붙들고 그걸 불씨 삼아 살리려 젖 먹던 힘까지 냈다. 이 모든 사소하고 작은 것들이 내겐 사업성장의 ‘씨앗’이 되었다.

 

내 인생의 씨앗은 ‘책임’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좋은 씨앗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아마 ‘책임’이라는 이름일 것이다. 처음 공구행상을 할 당시는 가격도 적당히 올리며 뭐든 부풀려야 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나는 받을 값만큼만 받고 정직하게 하려 했다. 그게 이어져 표준가격표를 만들고 카탈로그와 자동이체, 바코드 시스템까지 갖추게 되었다. ‘거래와 제품에 책임을 지겠다’는 생각이 결국 공구업계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경제환경이 어려워질수록 좋은 씨앗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공구업은 단번에 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씨앗을 품고 인고의 세월을 견뎌야 한다고 충고하고 싶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그 넘어진 경험을 씨앗 삼아 다시 일어서야 한다. 좋은 씨앗을 품으면 10배, 30배, 60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당신 안에 어떤 ‘씨앗’을 품고 있는지 한번 들여다봤으면 한다. 봄은 씨 뿌리고 밭을 갈 시간이다. 어떤 씨를 뿌려서 밭을 가느냐에 따라 가을과 겨울의 모습이 달라진다. 다가오는 계절에 ‘경쟁력 있는 씨앗’을 가진 비즈니스 승자가 되시길 빈다. 풍요의 뜰에서 우리 만나기를 믿는다.
“돈(사업)은 마치 씨앗과 같아요. 바르게 심고 적절히 키우면 풍성한 열매를 맺어줍니다.” - 워렌버핏 -

 

 _ 최영수 크레텍 대표이사, 발행인, 명예 경영학·공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