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순위
공구상 아닌 다른 세상이 더 멋져 보일 때
우리 사는 데는 가정, 사회, 종교, 취미, 지역 등 다양한 영역이 있다. 또 사회생활에는 지연 학연 등이 있다. 그래서인지 일을 하다보면 꼭 주업 외에 다른 길로 새는 경우가 생긴다. 다른 곳이 더 좋아 보이는 유혹을 받는 것이다.
어렵게 시작한 공구장사가 좀 되기 시작하면 사회생활이랍시고 다른 곳에서 부를 때가 있다. 가보면 대우가 다르다. 만나는 사람도 이전에 만나던 사람들과는 레벨이 다르다. 학식도 있고 예의도 바른 것 같고 폼도 더 난다. ‘공구상하면 힘들고 짜증 나는데 이곳에 와보니 훨씬 다르군’하면서 새로운 세계에 들어간다. 그러나 그 순간에 조금씩 자기 일에서 멀어진다. 이전에 가까이 지냈던 공구상 사람들과도 멀어지고 공구를 좀 얕잡아 보는 마음도 품게 된다.
한번은 내가 주식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증권회사 다니는 친구가 증권정보를 솔깃하게 전해주었고 이에 나는 주식이란 걸 하게 됐다. 당시 소매상을 할 때였는데 주식이 좀 올라가니 내가 판매하는 몽키 가격의 이익이 대수롭지 않게 보였다. 사람 마음이란 게 참 간사했다. 경제신문과 방송을 유심히 보게 됐고 점차 경제를 좀 많이 알게 된 것 같았다. 하지만 결과는 손해만 보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잘됐다 싶다. 원래 하던 일도 잘 못하면서 뭔 주식이란 말인가.
골프 역시 마찬가지다. 너무 많은 시간을 골프에 투자하면 자칫 회사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근간에 골프초대를 받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 또 골프장에서는 돈도 많이 써진다. 웬만한 사람은 부담이 갈 수도 있다. 그렇다고 골프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좋은 운동이긴 하지만 주말에 하고, 정 해야 한다면 이른 아침에 하라고 권하고 싶다. 나의 대만 친구들이 말해주길 대만에서는 웬만한 사람들은 낮 시간에 골프하는 것을 금한다고 한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에 빠지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사업 자체보다 부동산에 재미를 붙여서 투자를 하게 되면 자칫 사업이 뒷전으로 밀린다. 부동산은 부업으로 해야 하고 사업은 주업으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생업에 큰 타격을 줄 일이 꼭 생기는 것을 많이 보았다.
생업이 일순위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많은 일들이 있다. 이 많은 일들을 차근차근 적은 다음 순서를 정해보자. 가정 일은 가장 기본으로 잡고, 사회적인 일 중에서는 누가 뭐래도 생업과 관련된 일을 가장 중요한 자리에 올려야 한다. 공구사랑을 읽는 독자들 대부분은 공구업에 종사할 것이다. 무엇보다 공구업이라는 생업에 1순위를 두어야 한다.
심각한 불경기가 오고 있다. 공구상 하시는 분들 중 많은 경우 이 불경기를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본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공구상을 꾸준히 하시는 분들은 정말이지 젖 먹던 힘까지 내어 공구사업에 온 힘을 기울여 오셨기 때문이다. 잠을 잘 때도, 밥을 먹을 때도 공구 생각만 한다. 몇 번의 위기도 맞아보고 내외부적으로 힘든 고초도 겪었기 때문에 웬만한 위기는 넘어갈 역량을 갖추셨다. 그 다음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이유는 공구상만이 가지는 특수성에 있다. 불경기가 오면 다른 직종에서는 상당수가 문을 닫지만 공구상은 그렇게 쉽게 문을 닫지는 않는다. 공구상을 단순히 식당이나 카페, 생필품 상가 정도 되는 사업으로 간주하면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많은 지식과 기술과 연륜이 쌓여야 하고, 그런 만큼 바람 한 번 분다고, 큰 비 한번 내린다고 무너지지는 않는다. 가장 어렵게 시작하고 오래 걸리지만 또 한편 가장 잘 견뎌 내는 직종, 바로 공구상이 아닐까 한다.
초점을 맞춰라
공구계에도 여러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예전에는 기계공구만이 공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참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또 카탈로그와 전산의 발달로 충분히 많은 품목을 관리 운영할 수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일본과 비교하면 공구사용율이 절반 수준이다. 따라서 다른 분야에 비해 우리나라의 공구업은 발전할 여지가 큰 사업영역이다. 더 많이 배우고 집중하면 큰 길을 열 수 있다.
렌즈를 보자. 돋보기로 태양 빛을 모아 초점을 맞추면 그 초점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와 나중에 불이 붙는다. 태양과 돋보기와 물체를 잘 맞추면 에너지가 생기는 것이다. 이처럼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면 10배 100배 더 힘이 생긴다.
어렵게 오랜 기간 일궈 온 공구상이다. 밤낮 없이 고생하며 죽기 살기로 만들어 온 공구상인데 자신의 생활에서 1순위로 관리하기를 바란다. 일부 사람들은 2순위,
3순위로 돌리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공구에도 신(神)이 있는지, 내가 생업을 2,3 순위로 돌리는 순간 생업도 나를 거부해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를 많이 봤다. 공구장사를 하려면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모든 것을 걸고 혼을 바쳐 일해야 한다. 생활과 일을 자꾸 분리하다보면 생업이 일순위에서 멀어진다. 돈 좀 벌었다고 옛날보다 나아졌다고 해서 내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자라온 곳이 어딘지 생각해보면 된다. 자기가 하는 생업에 가장 충실하자. 나의 시간을 가장 많이 주는 곳, 나의 정성을 가장 많이 쏟는 곳에 분명 열매가 열린다. 이것이 성공으로 가는 조건이자 비법이라고 나는 감히 자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