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위치한 금강정밀산업사는 에어커플러, 어에건, 비트드라이버, 비트소켓 등을 생산하는 벤처등록 유망 중소기업이다. 특히 금강정밀산업사가 제작하는 한국형 에어건과 커플러는 업계의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세차장과 골프장 같은 일반적인 사용처에서는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전문업계에서는 기존 타사 제품보다 수배 이상의 수명과 뛰어난 품질을 제공하여 국산 표준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렇게 다양하고 안전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금강정밀산업사는 올해로 설립 20주년이 되었다. 금강정밀산업사를 설립하여 지금까지 이끌어온 이경일 대표를 만나 보았다.
제품 품질을 믿고 어음은 NO
금강정밀산업사가 설립된 1994년은 IMF라는 위기가 찾아오기 불과 몇 년 전이다. 그리고 몇 년 후 찾아온 IMF를 쉽게 넘어선다. 그 이유는 바로 경영방식에 있었다.
“회사를 설립하고 보니 제조업은 물건만 잘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니더군요. 제조는 물론이고 CEO는 인사 경리 총무 영업 각 분야를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특히 어려웠던 것은 자금회수가 어려웠어요. 8~90년대만 하더라도 제조사는 보통 유통업체에 물건을 건네고 물건대금을 몇 개월 뒤에 그것도 5, 6개월짜리 어음으로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거든요. 1년 전 팔았던 물건값을 오늘에서야 받는 일이 생기는 거죠. 그런 유통회사의 횡포에 제조사가 얼마나 힘이 들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제품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물품을 건넬 때 바로 대금을 받으려고 했죠. 그래서 IMF때 어음관련 문제에 자유로울 수 있었어요. 실제로 IMF 이후에는 현금결재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시간이 좀더 지나자 주위 사람들도 금강정밀산업사의 방식이 옳다고 여겨 주었습니다.”
IMF라는 태풍을 수월하게 비켜나갔지만 앞으로 나가야 할 일은 많았다. 금강정밀산업사가 생산하는 제품 품질을 보다 드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했기 때문이다. 설립 당시만 하더라도 에어건과 커플러는 수입제품이 국내 시장 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제품 소재 마의 벽을 뚫어라
중소제조기업이 품질을 높이는데 제일 힘들어 하는 것은 그 품질에 맞는 소재를 찾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금강정밀산업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품질에 대한 집착이 강했던 이경일 대표였기에 더욱 힘들었다.
“제품을 개발 생산하면서 원하는 소재를 구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은 글로벌 시대라 그때보다 재료를 수급하기가 수월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정보도 열악했고 직접 실험을 하고 연구해서 제품에 맞는 재료를 개발하는 방법 밖에 없었습니다. 암담하죠. 그런데 그 시절은 그랬어요. 스스로 길을 찾아가야죠. 누가 개척해 주는 것이 아니니까요. 직접 많은 실험을 하고 그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로 고객이 만족할만한 제품을 생산했어요. 내가 제품을 사용하는 데 불편하면 소비자도 불편합니다. 똑같은 가격에 품질차이나면 누구나 좋은 품질의 제품을 쓰죠. 내가 B급을 사기 싫으면 A급을 만들어야 해요. 제조사가 명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공구의 종류가 수천 종류가 있듯이 철 하나만 보더라도 수십에서 수백 종류의 철이 있다. 어떤 소재를 적용하느냐, 그 소재에 어떤 후처리 공정을 어떤 적용을 하느냐에 따라 재료의 성질이 달라진다. 일일이 비교해보고 연구해보면서 얻은 노하우와 그 노하우를 통해 얻은 최고품질의 제품은 금강정밀산업사의 귀중한 자산이 된다.
제조, 이제는 이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금강정밀산업사의 이경일 대표는 결코 방심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선진국들의 기술을 인정하며 사용자 환경에 적합한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고.
“많은 테스트를 거쳐서 제품을 만들지만 그래도 저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항상 합니다. 부분적인 틈새 아이템은 선진국을 따라가고 있지만 전체적인 면을 살펴보았을 때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 아직도 많이 뒤처졌어요. 그것을 따라가기는 참 어렵습니다. 선진국 기술자들은 먼저 제품을 연구하고 있었고 우리가 연구하는 시간에 그들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사용자 환경에 맞는 제품을 더욱 개발해서 틈새시장을 개척해야 합니다. 제조회사가 연구개발에 게을리하고 우리 실정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지 않으면 회사 존립 자체가 힘들어집니다.”
유통회사도 제조사와 상생해야 할 때
그런데 이제는 선진국 제품과의 품질싸움에서 유통회사 PB(Private Brand)상품과도 싸워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제조사의 입장에서는 더욱 험난한 상황.
“내수시장에 소비를 의존하는 여러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 있는 상품을 유통회사에서 PB상품을 해외에서 만들어 와서 내수시장에 공급하는데 그렇게 하면 제조회사는 살아남기 힘들죠. 이미 국내시장은 성장에 있어 한계상황입니다. 더군다나 국내 제조사가 어렵게 신제품 만들면 유통회사는 그 제품이 시장에 미처 자리도 잡기 전에 똑같은 PB상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경우도 있어요. 유통회사는 제조회사에게 도의를 지키라고 하면서 되려 유통은 도의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은 거죠. 국내 제조회사가 살아나야 소비가 되고 소비가 살아나야 유통이 살아 남습니다. 자신의 이익 때문에 유통회사가 단순 복제 재생산된 PB상품을 만들어 국내에 공급하면 안 되는 거죠. 제조회사 하나
가 쓰러지면 뒤 딸린 협력사들도 다 힘들어지잖아요. 그렇게 산업기반이 무너지니 불황이 오는 거죠.”
만약 기존의 제품과는 다른 차별적인 디자인과 획기적인 하다못해 더 발전적인 기술과 기능을 지닌 PB상품이 만들어져서 공급되는 것은 괜찮다. 경쟁을 통한 품질발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선 순환적 경쟁 제품의 소개보다는 악 순환적 저가제품의 경우가 많다. 신기한 것은 이렇게 불리한 상황에서도 금강정밀산업사는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직원들의 의식을 바꿔 품질을 높이다
오랜 기술과 노하우로 제품 제작 기술을 얻었지만 그 제품을 제작하는 것은 직원들이다. 이경일 대표는 직원들 의식을 개선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특히 직원들이 일하는 작업 환경을 개선하는 것에 특히 신경을 썼다고.
“제품개발도 힘들지만 직원들의 의식을 바꾸고 그것을 정착화하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좋은 환경에서 좋은 제품이 나오는 법이거든요. 그래서 직원들의 작업 환경에 많은 신경을 쓰고 그것에 맞는 시스템을 체계화했어요. 사실 사업 초창기 때부터 의식 교육을 많이 했어요. 선진국이나 대기업과 같은 밝고 깔끔하고 정리정돈이 되어 있는 작업장에서 나온 제품의 품질은 믿을 수 있잖아요.”
실제로 금강정밀산업사의 업무환경은 대기업 못지않다. 구획마다 보안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아무나 쉽게 작업장에 들어설 수 없으며 밝고 깨끗하다. 흐트러지거나 어지러움이 없는 작업장의 모습을 항상 유지하고 있다. 2002년 ISO9001 품질경영시스템을 획득하여 유지하고 있는 것이 금강정밀산업사다.
지적 재산권만 100여개,
소비자 보호법도 적용받을 수 있어
이처럼 우수한 환경에서 제품을 제작하기에 금강정밀산업사에서 만드는 제품은 뛰어날 수밖에 없다. 근래에는 일본 수출도 성사시켰다.
“본격적인 수출은 근래에 이루어졌지만 예전부터 일본 산업 현장에서는 저희 제품을 사용하고 싶어 했습니다. 품질은 뛰어난데 가격은 저렴하니까요. 여러 경로를 통해서 일본에서도 저희 제품을 알고 있었고 오래전부터 일본에서 판매요청을 받기도 했어요. 그런데 일본의 소비자 보호법에 걸려 제대로 수출을 하지 못했죠. 지금도 소비자 보호법이라는 것은 국내에서도 잘 모르잖아요. 하지만 노력한 결과 저희가 생산한 에어건이나 커플러 제품이 소비자 보호법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에어건이나 커플러 제품이 소비자 보호법을 받게 된 것은 저희 제품이 처음이더군요. 그래서 보험회사도 애를 먹었어요.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죠.”
금강정밀산업사가 가진 지적재산권은 100개가 넘는다고 한다. 뛰어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다 보니 일어난 일이다. 그렇게 특허를 받다 보니 이경일 대표는 특허 개발분야의 신지식인이 되기도 했다. 그만큼 뛰어난 기술로 제품을 제작하기에 소비자 보호법을 만족시키며, 항상 안정적이며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정도 경영으로 부끄럽지 않은 기업
금강정밀산업사는 세금납부 우수기업이다. 성실하게 국가에 세금을 내면서 동시에 회사가 발생시키는 모든 것을 직원들에게 공개하며 함께 나누고 있다. 이것은 이경일 대표의 신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금강정밀산업사가 추구하는 정도경영과 윤리경영 이념 그리고 헌신 봉사하겠다는 핵심가치에 따른 것이다.
“CEO는 회사를 세웠다고 해서 회사의 모든 것을 가져가는 사람이 아닙니다. 당연하게 사회봉사도 해야 하고 지역사회를 위한 노력도 아끼지 말아야 하죠. 회사를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모든 것은 직원과 경영자 모두 다 같이 나눕니다. 직원과 경영자는 동반자이지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니까요. 갑과 을이 아닌 협력의 관계죠. 내가 조금 늦게 가더라도 주변에 피해주지 않고 가려고 하고요. 내가 당당하고 소신 있게 가니 주변 환경에 크게 흔들일 일없지요.”
많은 성장을 이루었지만 금강정밀산업사는 안주하지 않는다. 국내경기가 어렵지만 포기하지 않고 더욱 공격적인 경영을 할 계획이라고. 이미 작년에 시설 투자를 했고 앞으로 노력하여 수년 후에는 새로운 곳으로 더욱 확장 이전을 실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기술력을 가진 금강정밀산업사의 미래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