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A가 안되면 플랜B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흑유리를 만들려고 엄청 노력을 했죠. 조사하고 연구하고 해서 어찌어찌 흑유리를 만들었는데 그 품질이 내가 봐도 형편없더군요. 용융온도나 금속산화물의 비율, 그리고 그 제작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유리예요. 유리에 일정한 색깔을 낸다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더라고요. 될 수 있는데 까지 해보고 깨달은 사실은 상당한 기술력과 노하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죠. 안되겠다 생각해서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어디인지 일본상공회의소에 의뢰를 했어요. 그런데 일본상공회의소에서 자국 내에서도 흑유리를 생산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알고 보니 일본도 독일에서 만든 큰 유리를 수입해서 규격에 맞게 자르기만 하는 거였죠. 그것을 우리가 비싼 값에 다시 사는 거였어요.”
그 이후로 제품개발은 중지하고 독일에서 뛰어난 품질의 흑유리를 수입하여 가공한 후 판매를 했다. 제품개발에서 제품수입판매로 바꾼 것이다.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결국 유리 생산은 실패하였지만 흑유리의 품질을 판단하는 기준을 얻게 되었습니다. 용접에 적합한 흑유리를 생산하진 못했지만 여러 흑유리를 만들어 보면서 흑유리의 생산과정을 직접 체험해보는 소중한 경험을 할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어떤 유리가 작업자의 눈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덜 피로하게 하는지 정확
하게 선별할 수 있는 힘을 키웠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제조업체로 거듭나다
“흑유리를 전국 각지에 공급하다보니 용접 현장에도 자주 드나들게 되고 다양한 작업자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의 하나같은 얘기가 두세 시간을 홀더가 못 버틴다는 거였습니다. 그 말이 동기가 되어 내가 한번 용접봉홀더를 만들어보자고 다짐하게 되었지요. 당시 미국이나 유럽의 제품은 중량이 무거워 국내 작업자들에겐 맞지 않았고, 일본 제품이 쓰기 용이하고 매우 잘 만들어져 있었어요. 하지만 가격이 상당히 비싼 편이었습니다. 저 정도의 품질에 가격만 낮출 수 있다면 시장에서 충
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죠”
아크용접 시 순간적인 작업에는 큰 무리가 없지만, 연속적으로 작업할 경우 전기전도율이 떨어지는 제품은 과열로 인해 홀더를 자주 교체할 수 밖에 없다. 홀더와 케이블을 다시 체결하기 위해서는 시간소모가 많으므로 작업의 효율성이 현저히 저하된다. 태담의 제품은 황동 중량을 충분히 만족시킴으로써 장시간작업에도 끄떡없는 것으로 소문나 있다.
“개발 초기에는 홀더의 몸체를 주물업체에 외주 생산했어요. 운송비나 후가공비가 많이 들었죠. 몸체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없다면 원가 절감은 힘들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다이캐스팅 주조공법으로 자체 생산을 시도했죠. 황동 같은 경우 다이캐스팅으로 성형이 쉽지 않기 때문에 관련업체나 거래처의 만류도 많았어요. 하지만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성공하였지요.”
현재 황동 다이캐스팅 주조공법으로 자체 제품 생산 이외에도 여러 업체들의 외주를 받아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고객과의 신의를 소중히 지켜나가
태광은 이후 산업 현장에서 꼭 필요한 용접기자재 관련 제조 기업으로 자리 잡게 된다. 긴 시간동안 사랑받으며 많은 거래처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태광에도 위기가 찾아오게 된다.
“2009년 이였습니다. 용접용 차광유리를 생산하던 독일의SCHOTT그룹에서 앞으로 1년 후에는 흑유리 생산하지 않을 거라는 거였어요. 그래서 새로운 생산처를 찾고 있는 도중 원료 탱크의 결함으로 인해 흑유리 생산을 앞당겨 중지한다는 SCHOTT사의 통보를 받았을 때는 앞이 깜깜했습니다. 어떻게든 공급에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 유럽 전 지역을 수소문하여 소량으로물량을 확보하다보니 구매원가가 판매가격보다 높았던 때도 있었지요. 하지만 신의를 지켜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었습니다.”
거래처와의 약속을 목숨과 같이 생각하며, 신뢰관계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태광이었다.
“유럽을 여행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보면 상당히 아름답죠. 특히 동유럽은 초자산업이 크게 발달되어 있어요. 그렇게 동유럽 각국을 백방으로 뛰어다닌 결과 체코의 한 공장을 알게 되었고, SCHOTT사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흑유리를 다시 생산, 공급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SCHOTT사의 실무담당자 및 엔지니어, 일부 설비들까지 체코 공장으로 이전하여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유리에 대해 한층 더 깊은 조예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현재는 체코의 유리 제조 전문 업체와 협약하여 주문생산방식을 통해 흑유리를 생산하고 있다. 보다 나은 품질로 고객에게 보답하기 위해서이다.
이제는 태담으로 새롭게 출발해
태광은 작년 8월 회사 이름을 ‘(주)태담’이라고 변경을 한다. 성주경 대표의 아들인 성민규 이사가 경영에 참여하면서 부터다.
“오랜 세월 고객들에게 각인되어 있는 상호를 왜 바꾸는지 의아해 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셨습니다.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분분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어요. 공장 확장 이전이라는 계기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더 큰 성장과 혁신적인 변화를 위한 초석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성민규 이사는 보다 체계적인 기업이미지를 구축하고, 한층 더 도약하기 위한 변화를 준비 하고 있다. 신제품 개발에서부터 마케팅, 제품 홍보, 사업 분야 확장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노하우와 전통을 바탕으로 젊은 감각을 더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부합되는 혁신적인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주)태담은 지금까지쌓아온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더욱더 발전할 것이다.
글, 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