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전체메뉴 열기

MAKERS

영국 대표 공구상 B&Q

‘가드닝’ 천국
 
영국인들의 공구 사랑
 
영국 최대 DIY 공구상 B&Q



‘영국’ 하면 ‘신사의 나라’ 혹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떠오른다. 그런데 실제로 영국에 거주하는 지인들이 있다면 물어보라. ‘영국인’ 하면 떠오르는 건 ‘가드닝’이다. 영국인들이 공통적으로 즐기는 국민 취미가 가드닝이다. 이와 관련된 대표 공구상이 바로 ‘B&Q(비앤큐)’다.

영국의 타워팰리스는 멋진 정원 가꾼집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집과 차는 부의 상징이고, 특히 '내 집 마련'은 단순히 가족의 보금자리 그 이상의 '이뤄야 할 꿈'으로 자리매김해왔다. 비도덕적인 기득권층을 가리켜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아닌 '돈굴려스 땅불리제'라 하지 않는가. 작은 땅덩어리에 오밀조밀 모여 사는 우리나라와 달리 인구밀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영국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영국의 대표적인 문화 중 하나는 정원이다. 정원은 영국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으며, 영국의 도곡동 타워팰리스는 잘 가꾸어진 정원이 딸린 집이다. 특히 영국 사람들은 정원이 없는 아파트, 집단주택에 사는 사람들을 불행하다고 여길 만큼 문화적으로 정원 가꾸기가 일상화되어 있다. 자연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중요하게 여기는 영국인들은 인위적으로 식물을 통제하지 않고 야생화와 나무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하는 풍경식 정원을 사랑한다.


세계에서 알아주는 DIY공구유통기업
 
B&Q(비앤큐, Block & Quayle)는 호주 대표 공구상인 버닝스(Bunnings warehouse)와 같은 영국 최대 DIY 공구 유통업체다. 2005년 국내 진입을 시도했다가 얼마 못가 철수하는 바람에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스웨덴의 이케아, 호주의 버닝스가 있다면 영국에는 B&Q라고 할 만큼 세계적인 기업이다. 영국 최대의 DIY 유통업체이니만큼 홈페이지 도메인도 www.diy.com이다.



제때, 정확하게, 싸게 공급
 
B&Q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제 때 정확하게, 그리고 싸게 공급하는 것이다. B&Q는 각 매장마다 약 40,000여 가지의 제품을 진열하고 있다. 풋 펌프나 기타 차량관련제품 등은 자체 브랜드로 만들어 끊임없이 새로운 것으로 리뉴얼함으로써, 그때 그때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탄력적인 고객들의 소비욕구를 잡아당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DIY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까지 고려한다는 점이다. 이케아가 플랫팩가구로 유명하다고 할지라도 전부 갖출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반면 영국인들의 정원꾸미기는 끝이 없다. 전문 DIYer들은 B&Q에서 바닥재, 욕조, 벽지, 심지어는 벽난로까지 구매하여 스스로 리모델링, 개보수를 할 정도다. 뿐만 아니라 공급 체인의 협력업체들과 장기적인 공생관계를 유지함으로써 낮은 가격을 유지하며 공정 무역을 통한 제품, 친환경적인 제품을 유통하며 브랜드 이미지 관리까지 하니 유통업체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했다고 보면 된다.


국내 진입은 실패, 다음 기회 노려
 
이런 B&Q도 한국 시장에서는 실패했다. 2005년 B&Q는 6년간의 한국시장 조사 끝에 한국의 리모델링 시장에서 가능성을 보고 서울 구로에 1호점을 오픈했다. 하지만 6년간의 시장조사간 한국의 주거문화는 빠트렸나 보다. 아파트 위주의 한국문화에서 가드닝은 커녕 조명기구, 벽지, 바닥재까지 자가 주택이 아닌 경우에야 상상도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오히려 소품 위주의 판매나 집이 아닌 카페를 대상으로 했다면, 혹은 아예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했다면 3년 만에 한국 시장 철수는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반대로 6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한국의 주거 문화도 많이 변했다. 정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집안에 쓰는 탁자나 의자, 책장, 아기침대 등 작은 소품을 손수 만드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케아가 상륙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B&Q가 국내 진입을 다시 시도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이 기업이 세계 굴지의 공구상이라는 점과 그들만의 유통전략은 충분히 배울만하다.


글 _ 이희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