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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KTC
초경합금이란 텅스텐카바이드로도 불리는데, 텅스텐과 탄소 결합체에 코발트를 녹여 결합시킨 합금을 말한다. 이는 선반의 절삭팁, 바이트, 드릴 등 절삭용 공구는 물론 강선(철선)을 뽑아낼 때 쓰는 다이스에 활용되는 등 공구의 기초가 된다.
공구에 사용되는 초경질 합금을 보통 초경이라 한다. 초경이란 말그대로 경도가 높다는 말이다. 경도가 가장 높은 광물은 우리가 알다시피 다이아몬드다. 그 다음이 세라믹, 세 번째가 초경합금 순이다. 초경합금은 보통 금속을 깎는데 쓰이는 것으로 공구산업의 기반이 된다. 그렇다면 초경합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우리가 보통 일상에서 쓰는 철은 녹여서 주물형태로 사용하지만 텅스텐은 녹는 온도가 높아요. 3,400도 정도 되죠. 거기까지 온도를 올리기 힘드니까 주물형태로 만들지 못하고 분말을 결합하는 것입니다. 코발트가 녹으면서 텅스텐과 카바이드를 결합하는 것인데, 아주 미세한 알갱이라 생각하면 돼요. 코발트가 접착제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초경합금은 아주 단단해 공구에 많이 쓰이게 되죠.”
동남KTC 이동헌 본부장의 말처럼 텅스텐과 탄소 결합체는 경도가 뛰어나 금속의 절삭과 절단 및 내구성 재료로 주로 쓰인다. 초경합금은 여러 공정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코발트와 탄화텅스텐(텅스텐카바이드) 가루를 별도로 준비해 프레스 후 성형한 다음 온도를 올려 소결과정을 거친다. 먼저 1,000도에서 예비소결 후 1,400도에서 본소결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텅스텐과 탄소가 코발트 속으로 확산하여 들어가 초경합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초기 개발된 초경합금은 탄화텅스텐을 코발트로 소결한 것이며, 현재는 탄화탄탈 등 탄화텅스텐 외 녹는점이 높은 탄소화물, 질소화물을 첨가한 합금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초경산업은 대한민국 산업성장과 함께 생산이 대량화되면서 급속도로 발전해왔다. 제품을 대량생산하기 위해서는 금형과 공구의 수명향상이 필요했던 것.
“기존에는 철을 열처리하거나 코팅해서 사용했어요. 점점 제품의 정밀도가 요구되면서 새로운 공구가 개발되었는데, 가장 적합한 소재로 초경합금이 떠오른 것이죠. 초경합금 생산을 위한 모재는 텅스텐으로, 텅스텐은 우리말로 중석이에요. 학창시절 우리나라 매장량이 세계 3~4위 된다고 배웠던 기억이 나요. 중석은 1950~60년대 우리나라 일등 수출 품목이었죠. 그러나 이제 중국에서 85% 이상 생산되고 있어요. 함량도 높아요.”
산업이 성장하면서 자동차, 반도체 등 다양한 산업부문에 금형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따라서 텅스텐 소재에 대한 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대량생산공장에서 쓰이는 초경칼, 공구 등도 대부분 초경금형이 사용된다. 볼펜심조차 초경이다. 일상에서 즐겨먹는 캔커피, 캔콜라 등도 초경금형을 통해 생산된다. 핸드폰 생산공장도 마찬가지. 아날로그 시대에는 납땜해서 용접했지만 이제는 반도체 금형으로 제작한다. 핸드폰이 슬림해지고 작아지는 만큼 초경도 작아진다. 최근에는 전기자동차 배터리팩 등 산업의 모든 분야에서 초경합금이 쓰인다.
텅스텐 소재를 적용한 분야로는 군사용 무기와 광물분쇄기기 등을 만드는 특수강, 절삭공구와 초경바이트/팁 등에 쓰이는 텅스텐카바이드, 정밀기기 부품 등에 사용되는 비철특수합금, 전기로 등에 활용되는 텅스텐 분말, 시약제조용/안료 등에 사용되는 텅스텐 화합물 등이 있다.
“모든 분야에 초경을 쓸 수 있어요. 단단한 금속이라 설명하면 좀더 이해가 쉬울까요? 분말을 배합할 때 구조화시키는 게 핵심이에요. 소결될 때 원형 모양이라야 더 치밀하거든요. 입자가 미크론 단위라 눈에 보이지도 않아요. 분말이 미세할수록 경도가 세진다고 봐야죠. 코발트 함유량이 적을수록 강해집니다. 코발트 함유량과 입자크기에 반비례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녹는점이 다르기 때문에 그래요. 제품에 따라 배합비율이 다 달라요. 기준은 다 나와 있고요.”
배합기준이 정해져있는 만큼 더 이상 새로운 소재는 없다. 초경업계에 특허가 잘 없는 이유가 배합률만 바꿔도 무궁무진하게 개발되기 때문이란다.
“초경합금이 대중화된 만큼 새롭게 개발되긴 힘들어요. 대신 코팅기술이 중요하죠. 소재원천보다는 코팅에 따라 공구의 수명이 달라지기 때문에 앞으로 코팅기술은 발전가능성이 커요. 저희만의 경쟁력이라고 한다면 분말을 녹여서 결합하는 기계, 즉 파우더 형태를 프레스로 성형하는 것을 진공열처리 소결로라 하는데, 도자기 굽는 것과 같아요. 기존에는 사각판이었는데 원형판을 개발해 골고루 열이 가해질 수 있도록 했죠.”
다양한 제품군에 따라 각종 금형을 확보하고 있는 동남은 이를 통해 내마모 시장 강자로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같은 초경업체라 해도 공구만 만드는 업체가 있고, 내마모 초경업체가 있다.
“초경공정에서 공구만 만드는 작업은 단순해요. 장비가 크게 필요하지 않아요. 그러나 우리처럼 내마모하려면 공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금형이 다 있어야 해요. 오랜 시간 업을 해오며 수많은 금형을 갖춰왔기에 우리만의 기술력을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앞으로 초경합금 시장은 공구에서 산업전반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만 해도 내연기관이 사라지고 전기자동차가 대세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이 사라지는 만큼 2차 전지, 모터, 반도체, 로봇산업 등으로 시장이 옮겨가고 있는 것. 언젠가 로봇이 대량생산 된다면 이것도 초경합금 시장으로 확대될 것으로 본다.
“쇠를 많이 깎아야 초경도 쓰고 공구도 쓰겠죠. 쇠가 앞으로 어떻게 쓰일 것인가에 따라 시장이 달라질 겁니다. 엔진이 사라지는데 쇠가 어디 쓰이겠어요? 로봇이나 자동화, 무인화 등으로 옮겨갈 것이라 예상합니다.”
이동건 대표이사는 대학졸업 후 초경업체에 영업직으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1996년 동남KTC를 창업해 초경산업의 기초를 닦았다. 2004년 산업자원부 장관상, 2013년 중소기업 중앙회장 표창 및 경제부 장관상, 2014년 중소기업청장 표창 등 공로에 인정도 받았다. 삼성만큼 월급 주는 게 목표라는 그는 ‘직원들과의 상생’을 경영의 최고기준으로 삼고 있다.
“백퍼센트 주문제작인 일의 특성상 ‘만 시간의 법칙’을 적용해 일해오다 보니 그 자체로 자부심이 됐어요. 우리 창업멤버가 4~5명 되는데 컨테이너 임대공장에서 시작했죠. 이런 곳을 일명 ‘연탄공장’이라고 하는데, 환경개선을 위해 늘 노력했어요. 30년 간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생산설비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며 고객수요에 대응해 왔습니다. 유수의 절삭공구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했고, 기술개발도 지속적으로 해왔죠.”
주문제작으로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인 만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제조원가는 올랐지만 제품 단가 올리는 건 쉽지 않다고.
“협력업체 통해 원자재 선주문을 한다던가, 불량률을 줄이며 애쓰고 있죠.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의료용 소재개발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엑스레이 튜브 내 엑스선 발생기중 회전 양극 타겟을 개발하였고, 지금은 성능개선을 위해 탄소접합 및 엑스선 타겟을 개발 중입니다. 앞으로도 적용분야를 한정시키지 않고 초경산업의 미래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글·사진 _ 김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