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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전자
케이블타이는 산업현장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사용되는 친숙한 제품이다. 재질과 크기, 용도와 모양에 달라지는 케이블타이는 제작과정도 까다롭다. 국내에 사용되는 모든 케이블타이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카이스전자를 찾아가 보았다.
케이블타이의 종류는 대단히 많다. 미세하고 정밀한 케이블타이부터 길이 1미터 폭이 10센치가 넘는 것까지 다양한 제품이 존재한다. 장성균 대표는 1992년 카이스전자를 설립하고 지금까지 30년간 다양한 케이블타이와 전자제품을 개발해왔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케이블타이는 나일론으로 제작하는데 열처리가 무척 어렵습니다. 겨울이나 여름 날씨가 다르고 공장 환경도 달라지죠. 그 환경에 맞춰 적절한 열처리 온도와 시간을 달리해야 좋은 품질의 제품이 나옵니다. 앗 하는 순간 품질 미달의 제품이 제작되기도 하죠. 그런데 케이블타이 한 종류만 생산해서는 거래처의 큰 주문에 대응 할 수 없어요. 이 제품 저 제품 다 생산해야 하죠. 저희 카이스전자는 글로벌 대기업과 거래합니다. 거래처의 요구에 맞춘 다양한 제품을 제공 할 수 있는 것은 금형 제작에만 수 십억을 투자했기 떄문입니다.”
다양한 케이블타이를 개발하면서 금형 제작 기술이 쌓였다. 생산 설비도 갖추어지며 카이스전자는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완제품을 생산하기도 했다. 화장품 냉장고, 차량용 냉온장고를 개발하면서 몇몇 소비자들은 케이블타이보다 휴대용 냉장고 제작기업으로 카이스전자를 기억한다.
예나 지금이나 카이스전자의 주력 상품은 케이블타이다. 그러나 카이스전자가 만든 화장품 냉장고는 과거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납품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차량용 냉장고는 발전을 거듭해 지금도 인기리에 판매 되고 있다.
“작은 플라스틱 부품에서부터 전자 완제품까지 저희는 못 만드는 제품이 없는 기술력을 자랑합니다. 야쿠르트 전동카트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기술력이 있어도 제품 판매가 지속되며 성장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더군요. 인덕션과 같은 제품은 지금도 당장 제작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수입 저가품의 공세를 버틸 수 없어 생산하지 않습니다. 시류를 따라가야 한다고 할까요? 힘들게 아이디어를 내어 제품을 설계 제작해 판매해도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전에 수입산 저가 카피 제품이 시중에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야쿠르트 전동카트도 처음에는 국내의 다른 회사들과 협업해서 수 천대를 제작했지만 전략적인 상황에 따라 철수했죠. 기업이 손해 보면서까지 제품 생산을 계속하면 생존을 보장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을 빨리 파악하고 물러섬을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국에서 제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어려워진 이유는 여러 가지다. 높아진 인건비로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어려워서다. 동시에 품질에 맞는 가격을 책정해 시장에 내어놓으면 소비자에게 외면받기 쉽다. 국내 기업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이유다.
1992년 직원 5명의 카이스전자는 현재 150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30년 넘게 경영하면서 다양한 위기를 겪기도 했다. 장성균 대표는 어려웠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말 한다.
“IMF는 정말 큰 위기였죠. ‘해태전자’와 ‘만도’가 흑자부도를 맞으면서 덩달아 저희도 힘들었어요. 저희는 원자재를 구입해서 가공해 제작한 생산품을 기업에 납품하면서 성장하는 회사입니다. 큰 매출 거래처가 무너지면서 투자한 유통 자금 회수가 어려웠죠. 몇 억원의 자금으로 위기가 올 때 거래하던 원자재업체가 우리를 많이 이해해줘서 극복 할 수 있었어요. 이후에 찾아온 위기는 2017년에 있었는데 베트남 진출이라 말하고 싶네요. 공장건물을 제작하면서 건설업체를 잘못 만나 고생했습니다. 사업을 해보니 의욕만 있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더군요. 현지 사정을 잘 아는 다양한 사람을 알고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국내 대기업과 큰 거래를 하는 카이스전자는 대기업의 현지 공장 설립에 맞춰 베트남에 진출했다. 그런데 해외 진출에는 현지 정보가 무척 중요하다. 한국과 환경이 다르기에 그렇다. 한국에서는 벽돌벽보다 판넬벽을 세우는 것이 저렴하지만 베트남에서는 반대로 판넬벽보다 벽돌벽을 세우는 것이 더욱 저렴하다. 그런 정보를 파악하지 못해 공장을 다시 새롭게 지어 이전하는 등 적지 않은 교육비를 내며 베트남에 정착한다.
2022년의 카이스전자는 안정화된 베트남 현지 공장의 힘을 바탕으로 큰 매출을 기대하면서 새롭게 완성되는 국내 공장 이전도 기대하고 있다. 이제는 국내시장 뿐만 아니라 동남아와 유럽에 제품을 유통시켜 매출을 크게 늘린다는 목표도 있다.
“시류에 맞춰 변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상일이 내 뜻대로 다 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상대방에 맞춰서 제품 구색을 늘리다보니 대기업의 납품업체로 안정적인 성장을 거듭 할 수 있었죠. 보유하는 자금도 중요합니다. 저희는 IMF이후로 어음을 받지도 유통하지도 않거든요. 충분한 자금을 바탕으로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투자를 거듭하는 것이 성장의 비결입니다. 그리고 국내에서 제품을 제작하는 것이 시간이 흐를수록 어려워지니 그것에 맞춰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찾은 정답이 오류라면 서둘러서 다른 답을 찾아야 하고요. 저도 중국기업에 금형을 맡겨 제품을 생산하다가 서둘러 중단하기도 했어요. OEM으로는 내가 만족하는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힘들었어요. 결국 해외에 직접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 하면서 품질과 생산단가를 잡고 더불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그렇다고 국내 투자를 게을리해서도 안됩니다. 몇 개월 후에는 국내에 지어진 새로운 공장으로 이전 할 계획입니다.”
2022년은 카이스전자가 설립된지 30년이 된 해다. 30년 동안 카이스전자는 다양한 부품과 제품을 제작하기위해 수 천개의 금형을 만들었다. 동시에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과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베트남에도 진출했다. 다양한 생산설비를 바탕으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카이스전자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3500평 규모의 베트남 공장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을 것이다.
글·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