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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초기안전판의 대명사 (주)풍년산업 김우영 대표

예초기안전판의 대명사

(주)풍년산업 김우영 대표




추석을 앞두고 산과 들에 햇곡식, 햇과일이 익어간다. 농사를 짓지 않아도 ‘올해는 풍년 드소서’ 기원하는 마음이 절로 일어난다. 비닐하우스 자동환기시스템, 예초기안전판 등을 개발해 업계에서 꾸준히 사랑받아온 (주)풍년산업. 농민들 풍년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회사 이름도 ‘풍년’으로 지었단다. 참신한 아이디어 제품으로 주목받아온 (주)풍년산업 김우영 대표를 만나 그의 발명 이야기를 들어봤다.


생활에서 제품 아이디어가

광주 광산구 용동에 위치한 (주)풍년산업. 훤칠한 키에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의 김우영 대표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공장 한쪽에는 벌초 시즌을 앞두고 출고를 기다리고 있는 예초기안전판이 포장된 채로 줄지어 쌓여 있다. 연 매출 18~20억 원을 꾸준히 달성하게 해 주는 효자 상품으로, 올해 6만 개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생활에서 불편한 점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는 김 대표의 예리함이 고스란히 상품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2007년에 어머니 산소에 벌초를 갔는데 예초기 칼날이 너무 불안해서 도저히 작업이 안 되겠더라고요. 결국 작업을 중단했는데, 그때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개발하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투자됐다. 무엇보다 예초기 칼날을 안전하게 커버할 수 있는 재질을 연구해야 했고, 제 각기 다른 종류의 예초기에 장착하기 쉽도록 만들어야 했다.
“에바(EVA)라는 비닐 성분이 들어간 플라스틱을 사용하기로 했어요. 에바는 충격을 받으면 부러지지 않고 휘면서 찢어지는 성질을 갖고 있거든요.”
2008년 예초기안전판을 출시하자 반응이 뜨거웠다. 인터넷포털사이트 1위에 올라가면서 풍년산업 하면 예초기안전판을 떠올릴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비슷한 기능의 카피 상품이 하나, 둘 등장했다. 김 대표는 이미 예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을 하면서 늘 카피 제품이 발목을 잡았어요. 그동안 개발한 제품도 전부 그래서 접었습니다. 남은 건 이제 이거 하나예요.”






자동환기시스템으로 인기 얻어

김우영 대표는 1999년 전까지 자동차부품 관련 사업을 했지만 결국 바닥을 쳤다.
직업 전환이 쉽지 않았지만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혼자서 농기구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그래서 발명한 것이 비닐하우스 자동환기시스템이다.
“비닐하우스에서 작물에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려면 고온 다습한 열기를 제때에 뿜어낼 수 있어야 하는데, 당시에는 그런 시스템이 없었어요. 예전부터 그런 것들을 눈여겨 본 거죠.”
혼자 발버둥치는 남편을 돕기 위해 당시 교직에 있던 아내 최선 씨도 일을 그만두고 과감하게 발 벗고 나섰다. 작은 승용자에 환기시스템을 넘치도록 집어넣고 전국을 누비는 영업이 시작됐다. 설치, 시연, 설명 등 아내와 김 대표가 1인 다역을 소화했다.
“아내가 없었으면 그때 재기할 수 없었을 겁니다. 혼자서는 절대 못했을 일이죠.”
한두 군데 납품이 뚫리자 서서히 입소문이 퍼지면서 사업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렇게 빛을 좀 보려나 싶을 때 카피 제품이 등장했다.
“카피가 나올 거라는 건 당시로서는 예상을 못했어요. 순식간에 수많은 업체가 등장하더라고요. 아무리 제품의 질이 차이가 나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잘 모르니까 싼 물건을 쓰려고 하지 않겠어요.”
더 큰 문제는 농가에서 카피 덤핑 제품에 실망하고 나면 정상 제품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제품에 대한 마음의 문의 덮어버리면 결국 그 시장 자체가 죽어버려 제품 개발이 전부 수포로 돌아갑니다.”
자동환기시스템이 바로 그런 경우다. 카피 제품을 사용한 농가에서 전기합선으로 비닐하우스 화재가 잇따르자 아예 자동환기시스템 자체에 대한 불신이 생긴 것이다. 재작년까지 소규모라도 계속 판매해 왔지만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아예 생산을 중단했다.



카피 제품과 덤핑 판매로 생산 중단

김 대표가 다음으로 승부를 건 품목은 ‘해충박멸등’이다. 과수원에서 농약살포를 하지 않고 해충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곤충이 불빛에 날아드는 것에 아이디어를 얻었다.
사람이 좋아하는 형광등 불빛은 995nm(나노미터), 해충이 좋아하는 불빛은 350nm라는 것에 착안, 해충이 좋아하는 불빛에 맞추는 것이 포충용 등불의 핵심이다. 빛과 곤충에 대한 연구를 거듭한 끝에 출시했지만 이 또한 얼마 안 있어 십여 개의 카피 업체가 생겼다.
“어떤 곳은 나이트클럽에서 쓰는 전구를 가져와서 표장지에 포충용이라는 이름만 붙여서 판매하더라고요. 참나, 기가 막히죠. 게다가 모 대학 농대와 산학협력해서 개발했다면서 농기계 박람회에서 떡 하니 내 놓았어요. 그 업체 사장에게 ‘내가 풍년산업 사장이다. 양심 팔리는 짓 하지 마라’고 소리치니 한 마디도 못하더라고요.”
한 날은 다른 업체에 밀려 납품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답답한 마음에 직접 성능 대결을 벌인 적도 있다.
“모 작목반에서 파프리카에 기생하는 담배나방을 없애려고 해충박멸등 대량 구매를 신청했습니다. 납품 이틀 남겨 놓고 취소 통보가 온 거예요. 그래서 이건 납득할 수 없다, 제품으로 겨뤄보자고 해서 현장에서 성능 대결을 했습니다. 상대방 제품은 가장 벌레 많이 잡히는 곳에, 나는 가장 벌레 안 잡히는 곳에 설치한 뒤 이틀 뒤에 보자고 했죠. 이틀 후 상대는 1마리, 나는 16마리가 잡혀 있었습니다. 내가 이겼는데도 500개 중 250개를 납품하라더군요. 알고 보니 담당 공무원에게 리베이트가 따로 들어갔었습니다.”
그래서 이 제품도 작년까지 버티다 생산을 접었다.
카피 제품을 쓴 곳에서 이게 다니다 싶어 다시 풍년산업 것을 쓰겠다고 연락이 오지만 이젠 어디서도 구할 수 없게 됐다.





예초기안전판의 대명사가 되기까지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김우영 대표는 또 다른 아이디어로 도전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예초기안전판이다. 그 무렵 크레텍책임(주)과 거래하게 되면서 김 대표의 발명품에 날개가 달렸다.
“2009년부터 책임과 거래했습니다. 업계에서 크레텍책임에 입점한다고 하면 제품 성능에 의심을 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까다롭게 제품을 선별하기 때문이죠.”
예초기안전판은 생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아웃소싱으로 전부 제작 중이다. 게다가 해를 거듭하면서 매년 업그레이드되는 제품을 선보이고, 철저한 A/S 시스템을 하고 있다. 불량률도 0.4~0.5% 밖에 안 돼 판매자들이 놀랄 정도다.
올해 홍보와 판매에 박차를 가해 브랜드가 토착화되고 나면 앞으로 연 2~3만개를 꾸준히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예초기안전판 외에도 농기계 도장라인과 쇼트작업도 병행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처음 부부 두 사람으로 시작한 사업이 몇 번의 고비를 넘기다 보니 직원 9명을 둔 공장으로 발전했다. 김 대표는 가장 어려운 시기를 함께 해준 아내를 위해서 몇 해 전부터 오토바이 여행을 준비했다. 예전에는 비닐하우스 환풍기 매고 전국을 돌았다면 지금은 오토바이 하이킹으로 전국을 돈다. 아내의 노고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다.





끊임없는 아이디어 뱅크

사실 김 대표의 아이디어는 아직도 많다. 준비 중인 것도 있고 망설이다 포기한 것도 있다.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앞서 말한 제품 모방에 대한 문제다.
“A가 1년을 걸쳐 연구하면 B는 3개월 만에 카피해 버립니다. 판매 중에 카피 제품이 덤핑을 치면 가격 형성이 안 되고, 그러면 고생한 보람 없이 문 닫을 수밖에 없는데, 실제로 그런 업체가 많습니다. A가 자갈길, 진흙탕, 비포장도로를 걸어서 이제 포장도로로 올려오려고 하면 카피제품업자들은 포장도로를 쓩-하고 지나가는 거죠.”
모방 업체가 많아지면 개발비용 회수가 안 되고, 특허등록해도 조금만 바꾸면 또 다른 특허가 가능하기 때문에 제조사가 쉽게 개발에 뛰어들지 못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어떨 땐 회의가 들죠. 내가 바본가 싶고. 그때마다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을 떠올립니다. ‘어떤 경우가 됐든 농민 눈에서 피눈물 나게 하지 마라. 그런 제품 만들면 너는 3년 안에 망할 것이다’라고 엄하게 말씀하셨어요. 좀 더 약삭빠르게 살았어야 했나 싶다가도, 그래도 인생은 정직하게 살아볼 필요가 있다 싶어요.”
팔아먹는 제품이 아니라 긍지와 자부심 건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김 대표. 그의 다음 발명품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풍년산업이 말하는 좋은 유통사의 조건

1. 제품선별에 신중한 기업


- 대상 업체에 대한 신용과 품질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그 반응을 철저히 평가한 뒤 확실한 유통을 보장해야 한다.

2. 결제일이 정확한 기업

- 자금 문제는 업체들의 공통적인 어려움인 만큼 결제일을 지켜주어 업체에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

3. 기업정신이 건강한 기업

- 정직하게 업계에서 신뢰를 얻으며 걸어온 기업은 앞으로의 거래도 믿을 수 있다.




글, 사진 배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