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RS
㈜상진
건물을 짓거나 수리를 할 때 미장작업은 필수다. 건설현장의 많은 부분이 자동화가 되어 바닥 평탄을 기계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마지막 마무리는 사람이 직접 한다. 이때 쓰이는 것이 바로 ㈜상진에서 제작하는 미장 수공구다.
건물을 지을 때 철근 콘크리트 골조공사가 끝나면 거푸집을 뜯어낸다. 거친 콘크리트 골조 표면이 드러나면 작업자는 매끄러운 평탄화 작업을 위해 모르타르나 시멘트를 고르게 펴 바른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바로 흙손이다. 갸름하고 얇은 철판조각에 손잡이가 달려 있는 흙손은 벽이나 방바닥을 매끄럽고 평평하게 만드는 수공구다. 황준선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건설현장에서는 흙손이 꼭 필요합니다. 기계로 바닥을 자동 평탄화 해도 구석진 자리처럼 기계가 하기 어려운 곳이 있거든요. 화장실처럼 타일작업을 해야 하는 곳에도 흙손이 사용 되죠. 흙손도 종류가 다양합니다. 모양에 따라 종류로 나뉘고 제품 재질과 크기에 따라 종류가 늘어나죠. 상진이 제작하는 제품은 대략 100여 가지입니다. 현장 작업자의 요구에 맞춰 사이즈와 재질을 달리한 새로운 제품을 추가하다보니 100여개 제품을 생산하게 되었네요.”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 유럽에서도 콘크리트 미장 수공구는 사용된다. 미국과 유럽에서 유통되고 사용되는 흙손은 상진에서 생산되는 제품보다 무겁고 크다. 나라마다 추구하는 흙손의 모습과 무게가 다르다고. 상진의 콘크리트 미장용 수공구는 한국 작업자의 손과 작업 요구사항에 맞도록 제작된다.
“서양인과 동양인의 손은 크기가 다르고 근력이 다릅니다. 그래서 그런지 수입제품보다 저희 상진의 흙손이 선호되는 것 같습니다. 세밀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거든요. 미장 작업이 원래 섬세하고 세심한 작업이잖아요. 무게 밸런스와 함께 직접 써보면 느껴지는 미묘한 차이를 소비자들은 아시죠. 실제로 특정 브랜드가 중국산 제품을 수입해 시중에 후발 주자로 선보였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저희 매출이 더욱 늘어나더라고요. 그래도 수입 제품이 너무 저렴하게 출시되니 대응을 안 할 수는 없어요. 자동화 설비에 10년 넘게 투자했는데 그것이 좋은 결과로 왔죠.”
㈜상진이 제작하는 미장 수공구 대다수는 자동화 설비를 통해 제작된다. 공정의 많은 부분을 자동화 설비가 책임지면서 인건비가 절약되었다. 동시에 위험한 작업도 자동화시키니 공장 환경도 보다 안전해졌다. ㈜상진이 고액의 자동화 설비 확보에 매년 투자 한 것은 대략 10년 전 부터다. 10년의 꾸준한 투자로 생산성은 크게 높아졌고 저렴한 수입 제품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도 상당수 갖출 수 있었다.
“2015년 최저임금은 시급 5,580원인 반면 2025년 최저임금은 시급 10,030원입니다. 10년만에 거의 2배가 되었죠. 그런데 흙손이 그만큼 비싸졌냐면 그렇지는 않거든요. 다행이 자동화 설비로 사람 손이 들어가는 공정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그리고 그것은 그만큼의 인건비 절감으로 돌아왔습니다. 수입제품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도 갖출 수 있었고요. 물론 쉽지는 않았습니다.”
㈜상진에는 14명의 직원들이 함께 일을 한다. 직원들 상당수는 긴 세월 함께 해온 장기근속 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황준선 대표는 창업자인 황규환 대표의 큰아들로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다. 하지만 자신보다 나이가 많고 경험이 많은 직원들을 믿고 함께 일한다. 2020년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면서 직원들과 함께라면 앞으로 찾아오는 어려움도 쉽게 이겨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오토바이 배달로 순이익 500만원을 넘기는 일이 벌어졌거든요. 몇몇 직원들 입장에서는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우리 공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오토바이 배달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도 있게 되었죠. 그래서 코로나19 시기가 위기였어요. 그래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직원들이 있어 이겨 낼 수 있었습니다. 40년 넘는 세월동안 상진이 계속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회사에 헌신해온 직원분들 덕분이죠.”
㈜상진은 1984년 서울 구로구에서 시작되었으며 1998년 경기도 파주로 이전했다. 이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콘크리트 미장용 수공구를 전문적으로 생산해왔다. ㈜상진이 흙손을 전문적으로 만들게 된 계기는 창업자인 황규환 대표의 사회생활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다.
“창업자이자 부친이신 황규환 대표님은 충남 공주가 고향이십니다. 14살에 서울에 올라와 철공소에서 십 수 년 동안 일을 하셨죠. 그때 일하셨던 철공소가 톱과 흙손을 만드는 곳이라 흙손과 톱 만드는 기술을 익히셨대요. 직원이 아닌 사장으로 독립하시면서 서울 구로에서 상진공업사를 설립하시게 되고요. 그때는 흙손도 톱도 모두 수작업으로 생산했다고 합니다. 함께 일 할 직원이 부족해 손이 많이 가는 톱보다 흙손을 우선 만들게 되었고요. 이후 상진은 제대로 된 흙손들을 공구상에 납품 하면서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했습니다.”
현재 ㈜상진에는 황규환 대표의 큰 아들 황준선 대표와 작은 아들 황용선 전무가 함께 일하고 있다. 황준선 대표는 3년 전부터 동생과 함께 일 하게 되니 찾아오는 다양한 어려움을 보다 쉽게 이겨내게 되었다 말 한다. 앞으로 동생과 함께 100년 기업을 목표로 유통사들과 협업해 제대로 된 제품만 소비자들에게 제공 할 것이라고.
“수공구가 간단하다고 말 하지만 뛰어난 품질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좋은 원자재를 사용해 자동화 하는 것은 적지 않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했죠. 저는 소비자분들이 싼게 비지떡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상진이 생산하는 수공구는 어쩌다 1번 쓰고 버리는 제품이 아닙니다. 프로가 사용하는 전문 수공구입니다. 저희 형제는 10년 20년이 지나도 부친의 뒤를 이어서 제대로 된 미장용 수공구를 생산 할 계획입니다. 그만큼 믿고 저희 제품을 써주셨으면 합니다.”
글·사진 _ 한상훈